지금은 우리가_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중
그때 우리는
자정이 지나서야
좁은 마당을
별들에게 비켜주었다
새벽의 하늘에는
다음계절의
별들이 지나간다
별 밝은 날
너에게 건네던 말보다
별이 지는 날
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들이
더 오래 빛난다
그런 때가 있다
해지기전부터 이야기를 나누다
달 뜰 때가 다 되어도
할 이야기가 계속 샘솟을 때가,
불가피하게 옮겨야 할 때가 아니면
이야기를 멈추지 않을 때가,
비가 오면 좁은 계단에 붙어 앉고
한겨울에는 서로의 온기를 난로 삼아
이야기를 이어갈 때가,
사소한 이야기 하나에도 마음을 다해 듣고
들어줌이 좋아 더 이야기할 때가,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에면 전심으로 들어주어
속 깊은 곳에 있던 모든 것을 이야기할 때가,
그런 때가 기억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