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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Oct 20. 2015

그런 때가 있다

지금은 우리가_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중


그때 우리는

자정이 지나서야


좁은 마당을

별들에게 비켜주었다


새벽의 하늘에는

다음계절의

별들이 지나간다


별 밝은 날

너에게 건네던 말보다


별이 지는 날

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들이


더 오래 빛난다




그런 때가 있다

해지기전부터 이야기를 나누다

달 뜰 때가 다 되어도

할 이야기가 계속 샘솟을 때가,

불가피하게 옮겨야 할 때가 아니면

이야기를 멈추지 않을 때가,

비가 오면 좁은 계단에 붙어 앉고

한겨울에는 서로의 온기를 난로 삼아

이야기를 이어갈 때가,

사소한 이야기 하나에도 마음을 다해 듣고

들어줌이 좋아 더 이야기할 때가,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에면 전심으로 들어주어

속 깊은 곳에 있던 모든 것을 이야기할 때가,

그런 때가 기억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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