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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Oct 25. 2015

청춘 때의 친구란

우리들 만났다하면 날이 새도록
끝나지 않던 이야기 서로의 꿈들에
함께 부풀었었고 설레였고 내일이 두근거렸지

언제부턴가 하루가 짧아져만 갔고
우리들 마음은 점점 조급해져갔지
영원할 것 같았던 많은 것들 조금씩 사라져갔지

서로가 참 솔직했었던 그때가 그리워
때로는 쓰라렸고 때로는 부끄럽고 그래서 고맙던
거칠 게 없던 시절


모든 걸 나눌 수 있었고 같은 꿈을 꾸던 시절
뭐가 달라진 걸까
우린 지금 무엇이 중요하게끔 된 걸까

다들 모처럼 모인 술자리에서
끝없이 하는 이야기 그때가 좋았다
언제부턴가 더는 꺼내지 않는 스무살 서로의 꿈들

우리가 참 힘이 됐었던 그때가 그리워
때로는 다독이고 때로는 나무라고 그래서 고맙던
외롭지 않던 시절


모든 걸 나눌 수 있었고 같은 길을 걷던 시절
뭐가 달라진걸까
우린 지금 무엇이 소중하게끔 된 걸까

우린 결국 이렇게 어른이 되었고
푸르던 그 때 그 시절 추억이 되었지
뭐가 달라진 걸까


우린 아직 뜨거운 가슴이 뛰고 다를 게 없는데
뭐가 이리 어려운걸까


<청춘> '김동률'의 가사





제법 오래 함께 한 친구들이 있다. 이제 거의 15년 됐을까. 지금이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어느 친구들이 다 그렇듯. 같은 중학교를 나오고 각자 다른 고등학교에 다니면서도 자주 만나고, 재수와 대학 생활 그리고 입대와 제대, 이제는 취업까지 왔다.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의 주제가 나이의 흐름만큼 달라졌다. 그걸 느낀 우리는 결혼 이야기를 언젠가 할 것이란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 우리는 심야 영화를 자주 보러 갔었다. 공부하러 간단 핑계로 새벽 늦게 들어올 면죄부가 있었다. 그렇게 오가며 다닐 땐 걱정 하나 없었다. 성적이니 시험이니 그런 것은 정말 떠오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취업이란 관문에 직면하면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게 됐다. 현실적인. 내가 다소 순진하고 현실적이지 않아서일까. 현실에 관한 대화에 드문드문 주눅이 들기도 했고 나는 뭐 하고 있나 싶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의 꿈을 이야기하기 머뭇거려질 때가 있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났다. 그냥 나의 순진한 꿈을 이야기했다. 다소 놀란 눈빛이었다. 한 친구는 '비현실적'인 것에 놀랐고 다른 친구는 '꿈' 이란 단어에 잊었던 무언가를 떠올리듯, 꺼진 무언가가 불씨가 남아있는 듯 놀랐다. 반대로 나는 친구의 현실성에 나의 순진함 끄트머리를 살짝 다듬었고. 


현실적인 목표가 있든 없든 모두 각자의 삶에서 치열히 때론 느슨히 살아가고 있다. 각자의 삶의 모습과 방향은 너무도 다르지만 어쨌든 친구라는 이름으로 모일 쉼터가 있다. 이곳에서만큼은 무장 해제하고 싶다. 허심탄회하게 이성에 대한 이야기, 직장 상사에 대한 이야기, 이것저것 털어놓는 곳. 각자의 대소사를 아는 만큼 척하면 탁 될 때가 있다. 그래서 시간의 농축이란 게 비교할 수 없이 매력적이다.


꿈을 이야기하는 내가 현실적이 될 수도 있고 현실적인 친구가 꿈을 찾아갈 수도 있다. 어떤 삶을 선택하든 우리는 친구로서 서로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하고, 웃어주고, 혼내 주고, 격려해주며 서로를 지지할 것이다. 언제든 서로의 '지금'을 축하하며 밀어주는 사이. 과거의 모습에 후회하지 말고, 돌아보지 말고 웃어넘기며 오늘을 같이 사는 사이. 청춘 때 사귄 친구의 가장 큰 메리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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