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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Oct 22. 2015

<마션>, 어떤 사람은 지구를 끌어당길 중력이 있다

영화 내용은 간단하다. 한 우주비행사가 화성에 혼자 있게 됐고 그는 살려고 노력하는 것과 그를 구출하려는 과정이 담긴 영화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이 되는 원서의 첫 대사가 인상 깊었다. 이것도 끌리게 한 이유 중 하나일 거다. "FUCK!!" 


전체 영화 내용이 아래부터 시작된다.




그냥 하는 것, 그냥 사는 것


깨어난 마크는 일단 배에 찔린 것부터 수습한다. 아마도 혼자 남겨진 상황임은 인식했겠지만 바로 할 일을 한다. '할 일을 그냥 바로 한다'는 마크의 행동지침이며 영화의 핵심 메시지이다. 기지로 돌아와 박힌 것을 제거하고 봉합까지 한다. 마크는 지금을 산다. 살아남기를 결정하고  "FUCK!"으로 시작한다.


 그는 현실적으로 그가 구출될 수 있는 가능성을 계산한다. 다음 탐사대가 올 시간 동안 살 수 있을 방법을 찾는다.  먼저 그는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먼저 처리한다. 기지, 공기, 물, 식량. 마크는 그냥 하는 사람이다. 살 궁리를 시작한다. 일단 기지가 있는 한 공기와 물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식량부터 준비한다. 식물학자인 그는 똥을 누다 문득 재배를 생각한다. 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긍정 멘탈 갑이면서 행동력도 갑이다.  <인터스텔라>의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를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불을 얻는 과정에 실패를 해도 개선점을 찾고 다시 도전한다. 포기하지 않는다. 그냥 시도한다. 그는 그런 자신을 보면서 제트 추진 연구소 이야기를 한다. 그냥 계속 시도하는 이들 덕에 우주를 갈 수 있었다고. 재밌게도 그 추진 연구소 출신 천재 '리치 퍼넬'에게 큰 도움을 받게 된다.



뚜렷한 신념은 다른 이들을 끌어올 힘이 있다


마크가 이렇게 살아있고 심지어 잘 살아서 살려고 애쓴다는 걸 알게 된 지구 측도 달라지게 된다. 여기도 이제 '살려낼 궁리'에 전념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재능이 있거나 할 수 있게 되면 바로 권한을 주어 해결하게 한다. 국장은 처음엔 고민했지만 나중엔 전부 책임을 지고 간다. 화성과 지구, 전부 한 가지 목적을 향해 달리게 된다.


다음 장소로 갈 테스트를 하던 중 문득 마크가 경로를 바꾼다. 지구 측도  의아해한다. 그가 간 곳은 다름 아닌 활동 정지된 패쓰파인더가 있는 곳이었다. 지구도 이것을 알고 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이 이름에 나는 살짝 전율했다. 'Pathfinder' 길잡이, 길 안내자, 개척자의 뜻이 있다. 이 의미들이 영화에 구현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지구와 통신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지구는 구조 작업을 '되게 한다'.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진행하며 화성은 더욱 '살겠다'가 뚜렷해진다. 화성에 있는 마크의 뚜렷한 신념에 지구에 있는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제 전세계가 그에게 집중한다. 그의 살겠다는 행동이 엄청난 영향(impact)을 끼친 것이다. 지구에 딥임팩트!가 되었다. 한 사람의 신념에 가득 찬 행동이 지구를 끌어당기고 있다.


잘 진행되는 것 같은 상황에 위기가 찾아 온다. 갑자기 문이 날아가면서 감자 농장이 전부 얼어버리고 더 농사를 지을 순 없게 됐다. 장기간 먹을 수 있게 하는 양식 생산은 이제 끝난 것이다. 무척 화가 난 마크. 여기서 살 의욕이 다 사라질까 싶었다. 어쩌려나 했는데 마크는 마크. 역시 살 궁리를 한다. 그래도 살아간다.


입구가 날아갔으면 입구를 막는 게 할 일이다. 화성에서 이렇게 그래도 살아가듯 지구도 순탄하지 않지만 그래도 진행한다. 국장은 자기 자리를 걸면서라도 일을 준비한다. 입구가 날아가듯 로켓도 날아갔다. 지구도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왔다. 알게 된 마크는 죽음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리더에게 말한다. 부모님께 자신의 이야기를 해달라고.


"자신의 일을 사랑했고, 아주 뛰어났다고. 제 자신보다 더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을 위해 죽었다고. 후회는 없고 자신의 부모님이어서 감사하다고" 


그런데 이때 갑작스레 중국이 등장한다. 내심 생뚱맞단 생각을 했다. 예전 트랜스포머가 중국 투자를 받고 뜬금없이 중국에서 찍는단 생각을 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급작스런 전개가 중국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리치 퍼넬의 아이디어와 중국의 도움이 일을 만들 준비를 한다.


중국의 도움을 매끄럽게 이해하기 위해 이렇게 생각했다. 어찌 보면 손 잡을 일 없는 두 나라가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다른 걸 다 제쳐두고 모였다. '합치기 힘든' 두 존재가 한 목적을 위해 힘을 합치게 했다는 게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강렬한 신념은 안 맞는 이도 이렇게 손잡게 한다. 


자신의 신념에 이끌려 많은 것과 목숨을 걸고 자신을 돕기로 한 사람들의 모습에 마크도 힘을 얻는다. 지구에서 실시간으로 살 방법들을  테스트해서 알려주면 마크도 따라 해서 이것저것 준비를 한다. 그의 신념이 그의 행동으로 전달될 때, 그의 생존이 그의 신념을 전파할 때 모두들 움직인다.



어떤 사람은 지구를 끌어당길 중력과 같은 신념이 있다


정말 강렬한 신념은 이렇게 힘이 있다. 살아야 한다, 살려야 한다의 의지가 정말 강렬하다면 이렇게 실행하게 된다. 그냥 말로만 '살려야 한다'로는 아무도 살리지 못한다. 마크의 살겠다는 신념은 뚜렷한 이상과도 같은 목표를 만든다. 그의 신념에 모두들 어떻게 그 신념을 구현할지 고민한다. 그리고 모두 방법을 고민한 끝에 결과를 만들어낸다. 실패하기도 했지만 다시 방법을 찾아냈다.


칼로리 제한으로 점점 말라가는 마크. 그럼에도 자신은 우주 해적이 되겠다고 한다. 진짜 긍정갑이다. 죽음이 확실해 보이는 상황에 힘들 수 있지만 중요한 건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기록에 남기기 위함이지만 영화 내내 마크는 영상 일지를 기록한다. 내내 블랙 유머와 특유의 유쾌함을 남긴다.


조립한 차로 이제 목표 지점으로 이동을 한다. 그가 화성에서 나와 지구로 오려면 미친 계획을 따라야 했다. 죽을 지라도 더 다른 방법도 없었다. 가능성이 하나라도 있다면 해야 하는 거다. 여태껏 마크는 화성에서 그렇게 살아왔고. 자신의 목숨을 건 계획을 위해 모두 승부를 건다. 누군가는 직장을,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서. 그렇게까지 해야만 겨우 가능성이 보일 정도의 일이니깐.  그가 화성에서 나오면서부터 구조되는 과정이 음성을 통해 지구에 중계되기 시작한다. 


이제 목숨을 거는 최종 준비를 시작한다. 오픈카처럼 뚜껑 열린 수송선으로 우주로 떠난다. 두려움과 눈시울이 붉어진 마크를 보았다. 그 감정은 무엇일까? 두려움과 기대, 안도가 뒤섞인 것이라 생각했다. '여기까지 왔다! 여기서 살거나 여기서 죽는다'란 생각이 극도의 공포와 동시에 살 수 있단 희망을 주었을 것이다. 


영화 말미에 마크의 대사가 영화의 핵심 메시지이자 '인생은 무엇인가'로 들렸다. 기억하려 했으나 어려웠다. 원 대사를 찾아보았다.



GET TO WORK. THAT'S ALL IT.

 YOU JUST BEGIN



"At some point, everything's gonna go south on you and you're going to say, this is it. This is how I end. Now you can either accept that, or you can get to work. That's all it is. You just begin. You do the math. You solve one problem and you solve the next one, and then the next. And If you solve enough problems, you get to come home."


죽을 것 같은 상황에 포기하고 죽을 거 아니면 할 일을 해라. 그게 전부다. 그냥 시작하는 거. 수학처럼 한 문제를 풀면 다음 문제를 푸는 것 그리고  그다음 문제도. 만약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면 집에 갈 수 있다. 


영화 처음 부분이 생각 났다. 화성에서 마크가 처한 현실은 죽음을 예측할 수밖에 없는 데이터를 준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 삶에 처한 숫자로 보면 우린 대개 병에 걸리고 사고로 죽는다. 그런 환경만 보면 죽을 수밖에 없는 삶이며 허무할 뿐이다. 그러나 우린 마크처럼 포기하지 않고 살 것이다란 선택을 할 수 있다. 우리 인생을 살아갈 것이라면 선택하자. 할 일을 그냥 시작하자.


우리가 우리의 삶을 살겠단 신념을 갖고 살 때, 혼자 살아내는 것이 아니다. 그 신념에 끌려 함께 할 이들이 모일 것이다. 내 신념이 뚜렷해지는 만큼, 내 신념대로 어떻게든 살아간 만큼, 내 삶이 확성기가 되어, 내 신념이 중력이 되어 사람들이 모일 것이며 함께 살아갈 것이다. 우리는 모두 서로를 끌어당길 중력이 있다. 


JUST BEGIN. 

이 문장이 아주 깊게 박혀 영화를 본 후 크레딧도 들리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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