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민씨 Nov 01. 2015

<인문학 습관>을 읽고

<인문학 습관> 윤소정 저


윤소정 씨를 처음 만난 건 4년 전쯤이었다. 필리핀에 한 달 있던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싸이월드 메인에 뜬 글을 보고 알게 되었다. 영어 공부하러 간 필리핀이었는데 영어 공부 관련 글이어서 바로 가게 됐다(물론 돌아보았을 때 한 달 정말 잘 놀았다). 굉장히 감명받은 후 계속 글을 보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온 뒤 어느 날, 수업을 듣기로 하고 갔다. 어떤 오피스텔로 기억한다. 신기한 큰 강아지가 있었다. 오프라 윈프리의 강연으로 영어 수업을 했다. 조장할 사람을 정하는 때가 왔는데 내가 하겠다고 질렀다. 매일 과제를 하는 중이었다.


그때 나는 몸이 진짜 안 좋았다.  몸뿐만 아니라, 몸보다는 심리적으로 최악이었다. 최저 학점을 받은 게 그쯤이었다. 그 상태에서 매일 해야 하는 과제가 너무 벅찼고, 어떤 과제를 주기적으로 할 기초 실력도 없던 때였다. 그래서 도무지 할 마음도 없고 하기 싫어져 그만둔다고 연락을 했다. 무언가 도망쳤단 생각을 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났고 페이스북을 하면서 다시 윤소정 씨를 보았다. 여전히 그리고 이전보다 왕성히 활동한단 생각이 들었다. 팔로우 하면서 종종 글을 봤다. 그러다 이효찬 형과 문현우 씨와 함께하는 토크쇼? 가 있다고 해서 가게 됐다. 나는 문현우 씨 조였다. 세 명의 짧은 강의를 듣고, 조별 상황극 같은 것을 하고 사진 포즈를 정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이때 효찬 형 강연에 감명을 받아 나중에 세바시 강연 때 보러 가기도 하고 오피스 아워까지 하게 됐다. 그때 윤소정 씨와 악수를 했지만 날 기억할 수 없겠단 생각을 했다. 워낙 짧은 시간을 갔고, 시간이 흘렀고, 다녔을 때의 머리와 너무 다른 머리 스타일이어서. 그리고 몰라본 게 다행이란 생각도 했다. 


뭐랄까, 그런 모종의 도망쳤단 생각이 남아 있으니 영 좋지 않았다. 개운하지가 않다. 매번 좋은 정보나 인사이트를 얻으면서도 몰래 훔쳐 얻어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번에 책을 낸단 소식을 듣고, 여러 교육을 통해 얻은 것들이 담긴 책은 어떨까 하는 마음에 기대했다. 그리고 책을 갖고 사용법을 이야기하는 시간과 서평을 쓰는 이들 중 대화할 기회가 있단 이야기에 바로 구입하여 읽었다. 모르긴 해도 이번에 만나게 되면, 또는 대화하게 된다면 지금 가진 알 수 없는 찝찝함이 씻겨질 것 같았다. 그래서 이렇게 얼른 읽고 쓰나 보다.




<인문학 습관>이란 책 제목 답다는 생각을 했다. 정확히 말하면  인문학과 습관, 인문학 습관에 대한 내용이었다. 저자가 생각하는 인문학이 무엇인지 그것이 의미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습관이 되고 어떻게 '인문학 습관'을 갖출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윤소정 씨의 인문학적 삶을 살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에 대한 일종의 간증문 같았다. 머리로만 아는 지식이 아니라 글로만 배운 인문학이 아니라 살아보고 부딪히면서 깨달은 것들, 그보다 '부딪힘'에 대한 이야기들이었기에.


깨뜨리기, 역지사지, 질문, 선택과 집중, 의미 부여, 관찰, 모델링, 독학, 모방 습관 등을 통해 인문학적 지식을 체화하게 한다. 어떻게 하면 사람을 이해하고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 나다운 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살면서 가끔 드는 통찰을 놓치지 않고 집어내 자신의 것이 되게 했다.


역시 자신이 해본 사람이 쓰는 글엔 힘이 있다. 사람들이 그녀와 '인재 양성소 인큐'에 끌리는 가장 큰 이유는 그녀와 그곳의 선생님들이 전부 '직접 해본'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문학은 도끼, 물음표, 해석, 실천이다 라는 큰 주제로 챕터 말미에 실천해볼 습관이 적혀 있다. 자주 들어본 것도 있고 생소한 습관도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실제 해본 것이며 동시에 누군가가 그대로 해보고 '효험'을 본 적이 있단 것이다. 말 그대로 따라 하면 무언가 되는 검증된 습관들이란 것.


사실 책에 있는 습관 만들기는 혼자 하기 어렵다. 본인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금방 떨어져 나간다. 내가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인큐에서 진행되는 '백마적'도 온라인으로만 하는 분들은 실제 교육 들으면서 하는 이들보다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나도 습관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고 함께 습관 만드는 것들을 해봤기에 온라인으로만 하기가 쉽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누군가 인문학 습관이 갖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그리고 책에 있는 습관들을 따라 해볼 이들을 찾아서 같이 하라고. 평범한 독서 모임 몇 번보다 이런 습관 모임이 좀 더 체화하는데, 변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잘한 통찰들이 너무 많아서 한 번에 읽고 쓰기는 어려워 보인다. 짧은 문장에 담겼지만 제법 깊게 생각해볼 것들이어서. 지금 쓰는 것은 서평이라기보단 단평에 가깝다. 두어 번 더 읽어야 할 것 같고, 그럴 만한 책이란 생각을 한다.


무엇보다 배운 것들이 일상의 지혜로, 자연스럽고 무의식적으로 될 만큼 되지 않으면 무의미할 수도 있단 지적이 내게 크게 와 닿았다. 자잘한 지혜들을 내 일상에 녹여야겠다. 단 한 줄을 읽더라도 그 한 줄이 내 삶에 심어져 열매 맺을 수 있다면 그것이 공부일 것이다. 내 삶에 심는 행위와 심는 모든 것들이 인문학, 습관일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션>, 어떤 사람은 지구를 끌어당길 중력이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