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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Nov 08. 2015

<세상을 서빙하다>, 뭘 해도 되는 사람이란

무슨 일을 하든 '스타'라는 마음으로 할 때, 그는 정말 스타가 되었다

<세상을 서빙하다> 이효찬 저, 를 읽고.


이 책은 나오자마자 읽었었다. 그때는 서평 쓰기를  어려워해서 언젠가 써야지 미뤘다. 이제야 다시 읽고 쓰게 됐다. 저자인 이효찬 씨, 효찬 형님을 만난 건 인큐베이팅이란 곳에서 주관한 토크쇼? 에 참석했을 때였다. 그 당시 윤소정 인큐베이팅 대표와 문현우 아리랑 유랑단장과 함께 셋이 연사였다. 아마 가기 전에 그때 한창 떴던 싸이월드에 올린 글 <몸값 올리는 방법>을 보고 관심이 생겨서 간 것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전투복을 입고 강연을 했다. 다른 두 연사분들의 강연도 인상 깊고 얻은 통찰이 많았지만, 내겐 효찬 형님의 강의가 더 와 닿았다.


그 후 세바시에 나온단 이야기를 듣고 바로 주저 없이 신청했다. 들었던 이야기도 있었지만 다시 되새기면서 마음을 잡는 기회로 삼았다. 그러면서 페이스북 친구가 됐다. 그때 메시지가 왔다. 두 번이나 자기 강연을 듣고, 여러 강연을 듣는 모습에 혹시 무언가 마음의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내용이었다. 진짜 놀랐다. 지금에서 생각한 거지만 진짜로 다른 사람에 대한 관찰이 달랐다. 그리고 핸드폰 번호를 선뜻 알려주며 연락하라고 했다. 이 사람 정말 '진국'이란 표현이 떠올랐다.


 팔로잉 중에 '오피스 아워'라는 것을 한다고 하길래 신청했다. 그가 운영하는 '스타 족발'에 모여 그와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처음 보는 이들과 내 삶을 나누고 고민을 이야기했다. 그의 이야기보다 우리가 이야기는 기회였다. 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나에 대해 알아갔다. 그리고 그때 만난 강연문화기획단체인 '가치의 울림' 대표 안상진 님과 같이 돌아오면서 많은 조언을 들었다. 그 당시 나를 보기에 너무 막연하게 사는 것 같아서 한 시간 내내 걱정과 따끔한 말들을 번갈아서 해주셨다.



나에겐 나름대로 인연이 있는 책이었다. 내 이름이 언급되진 않았어도 내가 내 이야기를 통해 등장한 첫 책이었고( 하루 100쪽 읽기 이야기가 내 이야기다). 다시 읽으면서 놀랐다. 이때 읽은 것들과 그와 함께했던 이야기들이 지금 쓰고 있는 글들의 방향과 근간이 되고 있었다. 내겐 다시 읽은 것이 그와의 대화를 다시 복기하고 내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었다.



책은 크게 그가 성장한 과정과 거기에서 느낀 것들, 스타 서빙으로 불리는 그에게서 듣는 서빙'론', 그의 태도와 마인드에 대한 단상들로 구성된다.


그가 어떻게 해서 서빙을 하게 됐고, 어떻게 다른 서빙가들과 다르게 됐는지에 대해 나온다. 나는 서빙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태도를 배웠고 그 태도는 인생에 대한 태도와 연결됨을 배웠다. 예를 들어 손님의 눈빛 하나에 담긴 의미를 알려면 바쁘게 움직이면서 동시에 손님을 봐야 한다. 화장실을 찾는지, 리필이 필요한지, 사람을 찾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손님의 필요를 이전에 '관찰'해야 한다. 한 번에 알기 위해. 내게 그런 태도는 '사랑'과 같아 보였다.


사랑해야 보인다


사랑할 때 의미가 부여되듯, 사랑해야 보이게 되듯. 우리 삶도 그러해 보였다. 우리 삶을 사랑해야 그 가치가 눈에 보이듯. 내가 맡은 일을 사랑할 때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서비스라면 더 나은 맛을 찾고, 응대를 하고 싶어 한다. 손님이 더 기분 좋게 가게에 들어오려면? 가게에 더 편안하게 있으려면? 과 같음을 고민한다. 자기 일을 사랑하는 이가 할 수 있는 태도이다.


그렇게 자기 일을 사랑할 수 있는 이는 사소함과 반복되는 일에도 의미를 만든다. 밑반찬으로 나가는 무채를 써는 일에도 언제 끝날지 기다리기보다는 어떤 식으로 잘라야 손님이 더 좋아할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움직이는 동선 하나에도 어떻게 보일지를 고민하며 맡겨진 작은 일 하나를 허투루 여기지 않는 것이다.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고용됐든 고용을 하든, 주체적으로 순간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내가 어떤 일을 하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여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은 강하다. 완력이 아니지만 힘이 느껴진다. 눈빛에서부터 찡한 기가 나오듯 힘이 전달된다. 그는 주체적으로 주도적으로 삶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어떤 일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에. 가치를 찾아 만들 수 있기에.


뭘 해도 되는 사람


서빙을 하면서 그렇게 많은 러브콜과 칭찬을 들은 이유는 서빙을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느껴지니깐. 이런 사람을 뭘 해도 되니깐. 스타 서빙이 서빙이 아닌 커피 만드는 일을 했어도 달랐을 것이다. 스타 커피가 됐을 테다. 그는  스타 서빙이 되려 했고 되기 위해 할 일을 찾아 그대로 했다. '그냥' 한 것이다.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무슨 일이든 어떻게 하느냐, '왜'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는 자신만의 '이유', '신념'을 찾았고 그것을 구현하려고 방법을 찾았다. 누구와도 다른 '서빙'을 찾으려 했고 그러기 위해 서빙하는 모든 순간에 집중했다. 사소한 것 하나에도 가치를 찾아냈다.


'서비스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몸담은 업계와 소비자, 그리고 매번 다른 상황 속에서 무엇이 가장 가치 있는지를 생각하고, 고객에게 다가가야 한다.'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일에도 '좋습니다, 좋아요!'라고 말하며 뛰어들었다. 속마음이 당장 내키지 않아도 거기에 배울 게 있을 것이라고 외치며 했다. 눈에 보이는 문제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며 발전시켰다. 기회로 삼았다. 그는 준비된 사람이 아니었다. 준비되어서 기회를 잡으러 나간 게 아니다. 기회를 잡으러 물에 뛰어들었고 거기에서부터 기회 잡는 법을 배웠다.


손님에게 관심을 둬야 보이듯 내 삶에도 관심을 두길


그의 이야기를 다시 읽으면서 내 삶을 돌아봤다. 내 삶을 사랑하고 있었는지. 내 가족과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있었는지. 관심을 두고 있었는지. 그것을 생각해보게 도와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책이었다.


삶의 태도에 대해 알고 싶은 이들과 실제 서빙업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어떤 모습이든 '일'을 하면서 '무의미함'을 느껴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오피스 아워 때 먹은 스타 족발의 족발은 서울 3대 족발과 곳곳에 맛있다는 족발과 비견할 수 없었다. 누군가 내게 족발집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무조건 스타 족발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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