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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Nov 10. 2015

<나이트 오브 컵스>를 보고


'브런치'에서 브런치 무비데이를 열었다. 조이앤시네마라는 소극장에서 보았다. 영화사 '프레인' 이란 곳에서 배급하는 영화 <나이트 오브  컵스>였다. 감사하게도 이런 기회를 얻게 됐다. 아래부터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다. 볼 예정이라면 조심하길 바란다.




영화를 볼 때 가능하면 사전 정보 없이 보려 한다. 처음 볼 때 마주하고 싶어서. 그런데 이번엔 그게 안 좋은 선택이었다. 포스터도 일부러 잘 안 보고 갔다. 주인공이 기억 상실이란 걸 나중에 찾아보고 알았다. 그런데 다시 보니 포스터에 적혀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난해하다'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불친절하다고 느껴지는 장면이 너무 많았다.  계속되는 내레이션과 이 감독 특유의 카메라 앵글은 몽롱하게 만들었다. 영화 전반에 뉴에이지적인 느낌을 받았다. 그 사상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지까진 모르겠지만. 호불호 크게 갈릴 거란 생각을 했다. 내 취향은 아니다. 보여준다면 볼 수 있지만 이런 스타일이면 보러 갈 것은 아닌. 재밌게도 가끔은 이런 '예술 영화'틱한 영화가 그냥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이해는 안 되는데 뭔가 이해되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랄까. 하나도 이해 못 하면서 읽는 철학책에서 가끔  한두 문장이 꽂히는 느낌과 비슷하다.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에 대한 영화라 생각했다. 리뷰를 쓰면서 예고편을 다시 보니, 이제야 무언가 알 것 같다. 내가 크게 틀리게 이해하진 않았던 것 같다.



영화 내용을 거의 이해 못 했다고 영화 끝날 때 생각했다. 보통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들을 적는데 도무지 알 수 없는 장면들이라 적을 게 거의 없었다.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는 미장센들이라서. 기억 상실이란 점을 아예 몰랐어서 그냥 쭉 보았다. 아마 알고 봤으면 조금 수월했을 것 같다.


영화는 타로 카드에 있는 카드 일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적힌 의미에 맞게 내용이 진행된다. 주인공인 릭은 유명 작가이다. 동시에 대단한 난봉꾼이다. 쾌락을 좇는데 본인도 무의미함을 느끼면서 달리할 게 없어 쫓는 듯 보인다. 계속 공허함을 갖고 있다. 영화는 쾌락에 대한 자조적인 표현을 통해 인간 삶에 대한 고민을 던지기 시작한다.


불안, 비밀, 고통 :


사랑은 하지 않지만 사랑의 경험만 원하는 릭이다. 여자를 수없이 만나지만 그냥 탐닉만 할 뿐이다. 생각대로 살아지지 않는 인생,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삶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며 산다.


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의 방황, 여정의 시작을 알린다. How라는 질문을 던지며.


죽음, 파멸, 새로운 시작 :


죽은 동생으로 인해 파탄 난 그의 가족이 나온다. 붕괴된 아버지. 제대로 된 감정을 느끼지 못해 계속 파괴적인 행동을 일삼는 비틀린 동생. 무언가 큰 문제가 생겼고 자신을 포함해 가족 전부 문제가 있다. 자신은 영혼이 없는 것 같음을 느낀다. 그가 어떤 상황인지를 알려주는 장면으로 봤다. 암흑 같은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빛은 있다.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이끌어주는.


진리, 조언 :


수영장에 던져진 테니스공을 계속 놓치는 개가 나온다. 계속 뛰어들지만 결코 물지 못한다. 삶의 목적을 찾으려 하지만 못 찾는 릭의 모습이라 생각했다. 인생의 목적을 갈구하는 삶. 그저 살다 사라지는 이방인의 삶이라 생각하면서 동시에 이곳에 있는 목적을 찾고자 한다. 허무와 허탈을 느낀다.


선불교 같은 곳에 가서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는 이야기. 모든 게 지금 이 순간에 있음을 말한다. 이 순간이 완벽하며 완전하다는 것이다. 목적이 사라진 그에게 그래도 괜찮다고, 중요한 건 지금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쾌락을 좇지만 공허하고, 사랑이 있지만 사랑의 흉내만 내는 그에게 '조용한' 진리의 일갈이었다.



'인생을 소중히 여겨, 일부를 잃었다고 다 포기하지 말고'


태양, 행복 빛 승리 :


힘든 일이 있다 해도, 목적이 없는 삶 같아도 괜찮다. 인생은 길며 소중하다. 어떤 부분이 상실됐다고 그 가치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살아갈수록 더 가치 있는 것을 만날 수 있다. 그러려면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을 살아야 한다.


나이트 오브 컵스의 키워드는 '관능, 수용, 책임'이다. 관능은 지극히 현재의 단어이다. 우리는 지금을 살아야 한다. 우리의 상황을 바꿀 수 없다. 상황 자체는 인정해야 한다. 수용해야 한다. 그 상황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선택하는 것이고 그 선택에 책임지는 것이다. 기억 상실, 동생의 죽음이라는 일들이 있다 해도 우리는 살아야 한다.


자유, 도전, 미래에의 희망 :


살아간다는 건 두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나아가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빛으로. 혼자가 아니다. 사랑하며 사랑받으며. 서로의 지금을 같이 바라보며, 서로를 수용하며, 서로를 책임지며 가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지금'에 있다. 우리가 찾을 진주는 바로 '지금'이다.


'기억을 잃은 왕자 진주를 찾아 나서다' 포스터에 이미 다 담겨 있었다. 진주는 인생의 목적이다. 릭은 기억을 잃었지만 그 이전에도 목적없이 살았을 터이다. 그런 그가 기억 상실을 계기로 삶의 목적을 찾아 나선다. 자신의 기억을 잃었을 때야 자신이 목적없이 살았음을 깨달은 것이다. 우리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그대의 삶의 진주를 찾았는지, 찾고 있는지. 그냥 진주를 버려둔 채 쾌락에 빠져 살고 있진 않은지. 


나의 진주는 무엇인가, 진주를 찾으러 가자


'지금 이 순간, 지금을 바라보라, 지금의 완벽함을 느끼라'고 말한다. 우리 자신의 진주는 지금 이 순간에 있다. 지금의 완벽함을 놓치지 말자. 간혹 놓친다 해도 남아있는 지금이 더 많다. 포기하지 말자.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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