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은 Jun 29. 2022

취업 준비를 시작하며

2022년 6월

봄 정기공연을 준비하던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이 년 동안 굳건하게 걸어왔던 공연예술의 길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매번 겪어도 늘 새로운 작품 내 갈등, 공부하던 애가 갑자기 예술에 빠져서 은근히 걱정하는 부모님, 작년 프로 공연에서 경험했던 현실적인 문제들 등... 공연을 둘러싼 여러 생각들은 내 머리를 충분히 복잡하게 만들어 '내가 정말 이 길을 가는 게 맞나?' 하는 질문에까지 이르게 했다. 그렇게 몇 달간 치열하게 고민해서 내린 결론은, '아니다'였다. 공연예술은 정말 매력적인 일이지만, 이 매력에 빠졌다가 미래에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후회할 게 훤히 보였다. (예술업계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 그저 나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것일 뿐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뭐지?'라고 생각해보았으나 당장 떠오르는 답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우선 안전한 길 위에 서기로 했다. 남들과 똑같은 그 길. 친구들은 예술의 길을 포기하는 걸 못내 아쉬워했지만 어디서든 너답게 잘할 수 있다고 응원해주었다. 그렇게 5월이 되어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졸업까지는 시간이 꽤 남으니, 나를 잃지 않고 천천히 나아가기로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직무 타겟팅이다. 원하는 직무는 애초에 생각도 나지 않았고, 지금껏 해온 활동이라고는 공연과 관련된 일들 + 간간히 스타트업 활동들 뿐이었으니 어떤 직무가 유리한지도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교내 취업 지원팀에서 여러 차례 상담도 받고 현직자 인터뷰와 각종 자료를 찾아보며 선택지를 좁혀나갔다. 정말이지 5월은 자나 깨나 직무 생각만 하고 다니느라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처음에 가장 끌리는 건 HR이었다. 그동안 너무 액티브하게 살아와서 그런가 비교적 안정적인 업무가 끌렸고, 사람 다루는 활동을 지겹도록 했으니 현재까지의 스펙에 가장 적절한 직무 같았다. 앞으로 준비하는 데에 가장 적은 부담이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플랜 B로는 영업 관리를 택했다. T.O가 가장 큰 이유였고, 당장 큰 관심이 없어도 소비자를 대면하는 일을 배워두는 것은 나중에 어떤 일을 해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웬만한 대외활동이 마케팅, 영업 관련이니 관련 경험을 쌓을 기회도 충분하겠다 싶었다. 그러다가 학교 취업 지원팀 차장님이 집필하신 <취업의 뼈대>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컨설팅 현직자분들은 정말 우습겠지만 나는 여기서 컨설팅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문과 직무에 '기획'도 있었는데 왜 그건 당연하게 넘겼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컨설팅을 조금 더 리서치해 본 결과, 내가 원하는 직무가 바로 이것이었음을 깨달았다.

늘 직업을 선택할 때, 빡세도 괜찮으니 정말 성장할 수 있는 직무, (마치 공연계처럼) 할 때 하고 놀 때 노는 프로젝트형 업무 스타일, 팀원들과 함께 논리와 전략을 고민하며 성취감을 얻는 일을 원했는데 컨설팅, 기획 직무가 이에 가장 부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몰론 학력주의 컨설팅 업계에서 SKY가 아닌 나는 꽤나 불리할 것이고 기획 직무는 신입 몇 명 뽑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게 생긴 이상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문과 직무 몇 명 안 뽑는 거 흔하고, 컨설팅은 실력만 키운다면 탑티어만 제외하고는 모두 노려볼 만한 학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업 관리직은 계속 플랜 B로 가져갈 예정이다. 준비하면서 직무 핏이 너무 안 맞는다 싶을 때 포기하더라도 아직은 안정적인 카드 하나로 필요한 것 같다. (물론 영업직도 준비할 거 매우 많다. 절대 쉽지 않음)


두 번째로 한 일은 대외활동 도전하기이다. 사실은 일전에 서포터즈 대외활동을 해보고 단순 콘텐츠 제작 노동 같다는 생각에 큰 거부감이 생겼다. 그래서 한동안 공연 관련 활동 제외하고는 모두 쉬었더니 오히려 스펙 부족으로 인해 자신감만 하락했다. 다시 찾아보니 서포터즈가 아닌 마케팅 전략, 기획 관련한 활동들도 많았다. 조금 늦었지만 이번엔 주춤하지 말고 생각은 짧게, 바로 액션 하기로 했다. 우선 직무와 연관성이 있는 활동들은 거의 다 스크랩을 한 후 현실적으로 감당 가능한 것들로 추려서 지원서를 쓰고 면접을 보기 시작했다. 대외활동을 시작하며 느낀 점은 나는 역시 열정적인 사람들과 모여 팀 프로젝트하는 걸 좋아하고 생각보다 한 프로젝트 안에서 배우는 게 많다는 점이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대외활동과 공모전에 도전해보며 대학생 때만이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 모조리 경험하고 졸업할 예정이다.


세 번째로 한 일은 기록하기이다. 그동안 쉬고 있던 비계를 활성화하여 취준 계정으로 만들었다. 어떤 순간이 중요하지 않겠냐만은 대학 시절, 특히 내 미래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도전하는 취준의 과정들은 나중에 돌아봤을 때 정말 소중한 기억이 될 것 같았다. 지금 이 글도 이 생각의 연장선에서 작성 중인 것이다. 인스타그램에는 내 플래너와 짧은 데일리 일기, 취준 관련한 이벤트나 공부 내용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계정 키우는 목적으로 공들여서 콘텐츠 만드는 데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있는 그대로를 솔직하게 남기는 것에 목적이 있다. 이렇게 작성한 디테일한 생각들이 미래의 내 발전에 좋은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되어서는 직무와 관련한 공부와 경험 쌓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그냥 나 자신이 하루하루 지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준비해 가길 바란다. 이렇게 브런치에 각 잡고 에세이를 쓴 건 처음인데,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조금이나마 인사이트를 얻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