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호 가수에게 Bang 당하다
JTBC 싱어게인 30호 가수가 보여준 '찐'의 세계
박진영의 <Honey>를 부를 때만 해도 "매력 있네" 하는 정도였다. 실은 63호의 <누구 없소>에 더 끌려있었다. 30호를 다시 보게 된 것은 63호와 함께 부른 신해철의 <연극 속에서> 무대였다. 자기 안에 깊이 빠진 채 자유롭고 거침없이 리듬을 타는 표현력, 그러면서도 63호와 묘하게 조화를 맞춰가는 밸런스... <Honey> 무대가 일정 부분 심사위원을 의식한 면이 있었다면 <연극 속에서>는 흡사 두 아티스트의 공연처럼 느껴졌다.
더욱 놀랐던 것은 <Chitty Chitty Bang Bang> 무대였다. 본방송 날이던 지난 21일 밤, 30호의 무대와 심사평이 이어지고 '싱어게인'이 끝난 이후에도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과 벅참이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듯했다. 댓글을 보니 나와 같은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밤새 30호의 영상을 다시보기 하겠다며 누군가는 '내일 다들 연차를 내자'는 선동(?) 아닌 선동을 하기도 했다.
나중에 영상을 확인했지만 그날 밤, '싱어게인'에 70호로 출연했던 재주소년 역시 방송이 끝나자마자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30호 무대에 대한 극찬과 흥분을 쏟아냈다.
아니, 왜? 오디션에 출연한 한 무명가수의 무대에 나를 포함,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걸까? '슈퍼스타 K'부터 시작해 '팬텀 싱어', '슈퍼밴드', '쇼미 더 머니' 등등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과 경연 프로그램을 보아온 나로서도 30호의 <Chitty Chitty Bang Bang>은 특별했다.
재주소년은 그날 밤 30호 무대를 본 후 곧바로 라방을 하지 않으면, 멋지게 작곡한 곡이 다음 날 아침 사라져 버릴 듯한 기분에 휩싸일 것 같았다고 했는데... 나는 내가 느낀 감흥을 꺼내 말하기보단 잠시 내 곁에 두고 깊이 느끼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일주일 가량의 시간이 흐른 후, 나름대로 정리가 되었다. 뮤지션은 아니지만 30호가 나에게도 질문을 던지고 있었구나... 30호 가수가 작가인 나에게 던진 질문은 이랬다.
"너만의 방식으로 너만의 세계를 만들고 있니? 아니면 성공을 좇고 있니?"
나는 순진하게도 이 두 가지가 양립하길 바랬다.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세계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왜 사람들이 내 글에 관심이 없는지, 어떻게 하면 대중이 원하는 글을 쓸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흉내내기도 했다. 그럴수록 성공은 점점 더 멀어져만 갔고, 나만의 방식과 나만의 세계 또한 무너져버린 듯했다.
그랬다. 나는 30호 가수에게 뼈를 세게 맞은 거였다. 그가 외친 'Bang--- Bang---'에 Bang 당했다고 할까.
물론 나만의 방식으로도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른다. 30호가 앞으로 어떤 뮤지션이 될지는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많은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사실이다. 나름의 성공이겠다. 하지만 그건 30호가 그동안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온 것이 역치를 넘어 세상에 드러난 것이고, 대중은 30호 만의 세계에 열광한 것이다. 성공만을 지향했다면 지금의 30호의 색깔은 없었을 것이다.
재주소년은 30호의 <Chitty Chitty Bang Bang> 무대에 대해 '삶과 예술의 일치'라는 표현을 썼다. 머리로는 알고 모든 예술가들이 지향하는 바이겠지만 현실에서 표현해내기 어려운 것이 바로 '삶과 예술의 일치'일 텐데, 특히나 요즘 같은 시대에는 더없이 공허하게 들리는 말이었다. 30호의 무대를 보며 그동안 '진짜'를 잊고 살았구나, 알게 모르게 '진짜'를 그리워하고 있었구나 싶다.
30호 가수에게 고맙다. 지금까지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괴로움과 고뇌가 있었는지는 더욱이 알 수 없지만 '자신'을 잃지 않아 줘서... 그리하여 '찐'의 세계를 보여주어서... 무명가수가 '자기 자신'을 그것도 경연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다. 그의 바람대로, 그는 심사위원을 패배자로 만들어버렸다.
30호처럼 나도 '배가 많이 아픈' 작가인데, 30호의 무대를 보면서는 배가 아프지 않다. 김이나 작사가의 말처럼 이건 동경인지 모르겠다. 앞으로 30호 가수가 펼쳐낼 세계가 더없이 궁금해진다. 나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나의 세계를 만들어가야겠다.
문득 마왕 신해철이 그리워진다. 그라면 30호 가수에 대해 뭐라고 말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