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혜영 Jan 02. 2021

나에게 브런치란?

2021년을 맞이하며... 독자 여러분들에게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도 하지 않는 내가 

브런치에 3년째 글을 올리고 있다는 게 스스로도 놀라운 일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에게 '브런치'란 어떤 의미일까?

의미를 찾는다는 게 어쩐지 좀 촌스러워 보이지만...


마침 오늘 본 <도시남녀의 사랑법>이라는 드라마에서도 이런 대사가 나오더군요.

연인(김지원 분)의 어깨에 새겨진 문신을 보며 남자(지창욱 분)가 묻습니다.


"무슨 뜻이야, 이거?"
"그냥 예뻐서 했어. 이젠 그 어디에서도 의미 같은 건 찾지 않기로 했다는 게 의미, 의미가 없는 게 의미야."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죠.


"브런치? 그딴 거 왜 해?"

"그냥 재밌어서 해."


이렇게 쿨하게 말하고 싶지만,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고 싶은 나는 왠지 너저분하고 구구절절한 설명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글이나 워드 프로그램에, 혹은 노트에도 글은 쓸 수 있습니다. 

글이란 꽤나 개인적인 것이어서 관객을 필요로 하지 않죠.

물론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필요하지만, 

독자를 의식하고 쓰는 글은 진짜 글이 아니라는 오만한 착각을 했던 적도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나에게 브런치란, '무대'입니다.

배우가 연기를 하듯, 가수가 노래를 하듯...

글을 쓰는 나는 브런치에서 글을 노래하고 연기합니다. 

글을 읽어주시는 구독자 분들, 남몰래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한 분 한 분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관객이 없다면, 독자가 없다면

어떤 행위도, 그것이 글을 쓴다는 행위일지라도 온전한 마침표를 찍을 수 없음을 배웠습니다. 


때로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공연처럼 관람하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그들의 이야기와 호흡, 독특한 개성과 리듬에 몸을 맡기면 마치 헤드뱅잉을 하는 기분입니다. 




M.net <달리는 사이>란 프로그램에서 한 아이돌 가수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사실, 난... 관심받고 싶었어..."     


그의 말에 소심하게 공감했습니다. 

혼자서도 글을 쓸 수 있지만,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 

사실 나, 관심받고 싶었구나...

글을 통해 소통하고 연결되고 싶었구나...

역시나,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삶이었구나... 

(특히나 요즘 같은 언택트 시대에는 더더욱 말입니다.)


바쁘고 할 일 많은 세상에서 브런치를 왜 하냐고 누군가 다시 묻는다면, 

이제는 자신 있고 쿨하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네요.


"알고 싶어? 그럼 너도 해봐!"


2021년에도 브런치라는 무대에서 즐겁게 쓰겠습니다. 

귀찮고 게을러지기도 하겠지만, 쓰기 싫어질 때는 다른 작가님들의 글 속에서 함께 놀겠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무대에서 따로, 또 같이 행복하길...!


(p.s. 이건 뭐, 연기대상 수상소감은 아니지만... 저에게 브런치라는 무대를 처음 알려준 손화신 작가님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작가의 이전글 마음의 안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