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단둘이 떠나는 첫 여정
어머니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한 건, 작년 남미 여행을 다녀온 직후였다.
그 해, 나는 한 달 반 동안 홀로 남미를 여행했다. 여행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는 내 여행 이야기를 들으시며 여러 차례 부러움을 표현하셨다.
담담한 말투였지만, 그 말에는 수십 년간 미뤄온 마음이 담겨 있었다.
어머니도 여행을 자주 다니시는 편이지만, 여행을 좋아하지 않으시는 아버지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고 전업주부로서 자유롭게 돈을 쓰기도 어려우셨기에, 아무 제약 없이 여행을 다니는 내 모습이 더없이 부러우셨던 것 같다.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쓰였던 나는, 의도를 숨긴 채 어머니께 여쭤보았다.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단 한 곳만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면 어디에 가고 싶으신가요?"
어머니는 잠시 고민하시더니,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완주해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예상과 다르게 장기간 시간을 써야 하는 여행지를 말씀하셔서 잠시 당황했지만, 주저할 것도 없이 말씀드렸다. "비용은 걱정하지 마시고 제 다음 휴가 때 같이 가시죠"
어머니는 아직 젊고 건강하시지만, 혹여라도 사정이 생겨 함께 가지 못하게 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다짐한 순간,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번이 어머니와의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가짐으로,,
어머니가 원하시는 모든 소원을 들어드린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내게도 가정이 생긴다면, 부모님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고 가족 내에서의 우선순위도 변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할 수 있을 때 어머니의 오랜 소원을 들어드리고,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원동력이 될 만한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
사실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큰 관심은 없다. 그리고 솔직히 이때까지 가족여행은 가더라도 어머니와 단둘이 여행 가는 것은 상상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2~3달 남짓한 휴가 중 40일을 어머니와 함께 쓰는 건 시간적으로도 꽤 부담이다.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어머니와 나누게 될 경험은, 그 어떤 여행보다도 더 오래 기억될 것임을 안다.
얼마 전 어머니는 산티아고 순례길 관련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셨다고 했다.
아직 출발도 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몇 번이고 내게 “같이 가줘서 정말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하신다.
함께 걷는 그 길 위에서, 어머니는 어떤 감정을 느끼실까.
내가 남미에서 느꼈던 감동을 어머니도 고스란히 느끼실 수 있기를 바란다.
어머니와의 산티아고 여정은 내 인생의 수많은 선택 중 가장 잘한 선택으로 남을 것만 같다.
내가 여행을 통해 얻었던 모든 감동을, 이번엔 어머니께 드리고 싶다. 그리고 그 여운이, 어머니의 가슴에도 오래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