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침점

27살, 나의 첫 갈림길 앞에서

by 출항일지

이때까지 나는 '나아갈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적이 많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해양대학교를 졸업한 뒤, 최소한 승선근무예비역이 끝날 때까지는 배를 타야 했고, 내 로망이었던 1등항해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27살, 승선근무예비역을 마친 시점에서 처음으로 갈림길 앞에 섰다.
당시 내 앞에는 다섯 갈래의 길이 놓여 있었다.
어떤 길을 택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흐름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에,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

물론 그 나이는 설령 선택한 길이 기대와 다르더라도 언제든지 돌아 나올 수 있는 나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누구보다 단 한 번의 선택으로 ‘최선’을 고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갈림길 앞에서 망설이던 어느 순간, 나는 문득 이런 생각에 닿았다.
‘모든 선택에는 얻는 것이 있고, 동시에 포기해야 할 것이 있을 텐데, 과연 최선의 선택이란 존재할까?’

결국 중요한 건 ‘어떤 길을 선택하는가’가 아니라,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나는 다짐했다. 어떤 길이든 내가 가는 길을 최선으로 만들고 그 길이 곧 나의 최선이었다고 믿기로.

어떤 길이든 후회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정하자, 음이 편해진 나는 조류에 몸을 맡기 싶어졌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순리대로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운명의 흐름에 따라 어떤 길에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 길 위에 다다른다면, 다시 한번 앞만 보고 달릴 생각이었다. 돌이켜보면 정말로 운명처럼 기회가 찾아왔고, 조류에 몸을 맡겼던 나는 다섯 갈래 중 한 갈래의 길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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