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침점 2

조류의 흐름에 따라 도착한 목적지

by 출항일지

'변침점’에서 다섯 갈래의 길 중 하나에 들어선 나는, 바다에서의 항해를 멈추고 서울 여의도에서 육상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마치 운명처럼 육상근무를 시작하게 된 것 같다.

내가 근무했던 회사는 학창시절부터 내가 목표로 하던 곳이었으며, 자리가 좀처럼 나지 않는 곳이었는데, 내가 휴가를 갈 때 쯤 마침 회사에선 내 경력을 필요로 하던 시점이었다.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승선 중 이력서를 송부했고 서류는 통과하였으나 불행하게도 하선이 밀려 면접 일정을 맞추지 못하게 되었다.

'예정된 스케쥴대로 하선했다면 면접을 볼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변침점 앞에서 나는 운명의 흐름에 몸을 맡기려 했기에
'내 길이 아닌가보다'하고 그저 순응할 뿐이었다.

그렇게 하선 후 신기하게도 다시 연락이 왔다.
지난 면접에서 마음에 드는 지원자가 없어 전원이 탈락됐고, 나에게 면접 기회를 주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운 좋게도 나는 모든 절차를 통과했고,
9개월동안 승선했던 마지막 배를 하선 후 불과 2주 만에 여의도로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 당시 나는 계속된 승선으로 상당히 지쳐있었기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근무를 시작해야하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일 할 수 있다는 감사함과 꿈꿔왔던 육상근무를 시작한다는 설렘이 더 컸던 것 같다.


정장을 차려입고 북적이는 여의도 거리 한복판에서 버스에서 내렸을 때,
나는 묘한 벅참과 긴장 속에 첫 출근을 마주했다.
‘잘 해낼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그리고 이제는 방향을 정했으니 앞만 보고 달릴 일만 남았다는 결심이 내 발걸음을 조용히 밀어주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첫 육상 근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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