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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윤 Aug 15. 2021

제주 한 달 살이

프리뷰


  입사 3년 차, 근속 휴가를 활용해 제주에서 한 달 살아 보기로 했다. 나는 지금 제주에 있다.


  한 달 살이 가서 뭐 할 거냐고 물으면 줄줄 읊기 어려웠다. 너무 힘들어서 도피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일하느라 지쳐서 아무 생각 안 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가장 건강한 때에 떠나는 것인 데다가 한 달이라는 긴 시간에 대한 그럴싸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기 때문에. 한라산 정상 등반 같은 것처럼 모두가 “그렇군요” 할 만한 이유가 아닌 것을 설명하는 건 첫마디 띄우기가 영 어렵다. 그저 한 달 살아 보고 싶은 정리되지 않은 욕구가 있었다. 엄마 아빠가 이유를 물었을 때에는 대충 유행이라는 말로 얼버무리기도 했다. 사실 한 달 동안 이것만큼은 얻고 오고 싶었다.


  나를 잘 다스리는 방법을 찾아서 그걸 루틴화하고 싶었다. 고정 업무 시간 없이 내 시간을 온전히 활용하여 중심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 초중고 졸업 후 바로 대학에 진학해 학부생일 때 인턴으로 취업, 수습 기간과 정직원이 되는 동안 한 번도 진정한 자유를 누려 본 적 없다. 언제나 마음속에 작은 돌덩이 하나를 얹고 살았다. 이제야 내가 자유를 만끽하는 방법은 무엇일지 알아볼 수 있는 첫 번째 시간을 얻었다. 가장 자유로울 수 있을 때, 현재와 미래의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향을 수립하고 싶었다. 어쩌면 힘들었던 과거까지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고. 제주는 언제나 나를 평안하게 만들어 주는 마법 같은 섬이니까.


  더 행복할 나를 위해 한 달 동안 이것만큼은 꼭 지키기로 약속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명상과 운동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이라면 자연식 활용하여 만들어 먹기

행복했던 일 하루에 한 가지라도 발견하고 쓰기

사랑하는 사람 한 명씩 생각하고 마음 전하기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고 사랑하며 쓰고 싶다. 오늘은 무엇을 사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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