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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브엔소닉 Jun 04. 2020

NEW. 공연을 영상으로

시대를 주름잡는 기획자 #1 스크린 공연

현실을 어디까지 가상으로 옮길 수 있을까?


공연을 영상으로 중계하는 일은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오페라나 클래식, 기념할만한 콘서트의 실황영상을 비디오나 DVD 형태로 제작해 판매해 왔다. 그러나 공연을 영상으로 만드는 일은 어디까지나 '부가적인'의미의 콘텐츠였다. 세계적인 밴드의 기념 콘서트를 영상으로 제작하면 물리적 시간적 거리감으로 인해 현장에 가지 못했던 사람들도 공연을 '엿볼 수 있는' 좋은 매개 역할을 했다. 공연이 너무 좋아서 다시 보고 싶은 사람들도 구매해 두고두고 보며 그 감동을 저장하고 싶어 했다.


메르스, 사스 등 전염병들은 공연 관람 인구를 감소시켜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연을 즐기는 사람은 많이 있었고, 삶의 일부로 자리 잡힌 사람들은 의무적으로 문화시설을 찾았다. 급기야는 '공연 관람이 면역력을 높인다'는 학설이 제기되기까지 한다. 현장 경기의 생동감을 아는 스포츠 마니아들이 꾸준히 경기장을 찾아가듯, 홈시어터를 갖춘 사람들이 오히려 영화관을 찾는 빈도수가 높듯, 더더구나 공연은 유독 대체 불가능이라는데 공감을 샀고, 그 희소성 때문인지 콘서트장에 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자랑하고 싶은 설레고 특별한 사건임에 틀림없었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이 점이 확실했다.

CGV가 스크린 상영한 메탈리카의 공연 포스터


코로나는 공연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문제는 '감염 리스크'이지 공연이 '싫어진 것'이 아니다. 랜선 라이브, 방구석 라이브 등 '유사 라이브' 들에 대해 시도와 실험이 급물살을 탔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대 히트를 친 이후, Queen의 라이브 공연 실황 영상으로 '싱어롱' 스크린 콘서트를 주최한 이력이 있던 CGV가 가장 발 빠르게 움직였다. CGV는 세계적인 메탈 밴드 메탈리카의 2019년 샌프란시스코 공연을 상영했다. 가격도 일반 영화의 50%나 비싸고, 관람객도 적었지만, 공연 실황 영상이 스크린을 확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대형 기획사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대형 콘서트장도 4만 명 이상의 관객이 최대라면, 랜선 라이브는 제한이 없다. 네이버는 '비욘드 라이브'로 라이브를 넘어서는 라이브라는 타이틀을 담아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예고했다. SM 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들이 대거 출연했고, 화려한 영상미로 무관중 콘서트를 채웠다. 실시간 팬들의 댓글로 마치 '함께 보는 듯한' 관객 간의 역동을 대신했다. (아래 링크)


선우정아 유튜브 (https://youtu.be/vRzwREOQn3s)

그보다 작은 기획사는 팬덤을 활용한 소형 라이브 콘서트를 주최했다. 매력적인 목소리의 선우정아는 네스카페 돌체 구스토의 콜드 브루 스폰서를 받아 '재즈박스 스튜디오 라이브'를 유튜브로 스트리밍 했다. 무료로 진행되었지만, 네스카페의 상품 판매와 광고성 멘트는 동반이 되었다. 2천여 명이 관람하며 좋은 반응을 보였다. 제품 이미지에도 좋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홍보 파급력과 매출에 대한 부분은 궁금하다.


'브로드웨이 온 디멘드'와 'NT 라이브'와 같이 연극과 뮤지컬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긴 콘텐츠 플랫폼도 있다.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듯 일정 금액을 결제하면 연극과 뮤지컬을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다. 뮤지컬과 연극의 영상화도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다. 영화 <빌리 엘리엇>의 감독 스티븐 돌드리는 뮤지컬 <빌리 엘리엇>도 연출한 명감독이다. 이 뮤지컬을 영상으로 만드는 작업을 위해 '영상으로서의 영화'와 '공연으로서의 뮤지컬'을 모두 총괄 한 스티븐 돌드리 감독에게 부탁했지만, 감독은 '그것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다'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공연 플랫폼의 온라인화를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에 특화된 전문 인력들이 나올 것이고, 또 다른 새로움으로 문화 예술의 영역을 기술과 더불어 확장할 것이다. 하지만 감동도 플랫폼을 옮겨갈 수 있을까? 문제는 쉽지 않다. '대안'이라는 말이 조심스러운 이유이다. 공연은 종교의 시작과 그 기원을 함께할 정도로 인류에게는 오랜 즐거움이다. 플랫폼은 그릇과 같아서 콘텐츠라는 음식을 잘 담아내야 하는데, 그릇에 맞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본말전도의 상황이 우리가 아는 '음악'의 존재방식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창작자도 기획자도 고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관객을 대신하는 수많은 스크린으로 둘러쌓인 스튜디오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날이 올까. VR로 녹화된 공연을 보다 생동감있게 감상하는 게 공연일까. 게임 캐릭터가 되어 가상의 공연장에 가서 가상의 아티스트를 만나는 날이 올까. 어떤 날이 먼저 올까.




참고자료


1. 비욘드 라이브 (Beyond Live)

https://campaign.naver.com/pr/v/beyondlive/en/


2. 선우정아 ‘카페 뉴올리언스’

https://youtu.be/5pQnJmebMSY

3. NT LIVE (National Theathre Live)

http://ntlive.nationaltheatre.org.uk/


4. Broadway on Demand (Brodway on Demand)

https://www.broadwayondemand.com/pages/bod.tv/d/shows-2




<시대를 주름잡는 기획자> 시리즈 소개

음악을 만드는 다양한 주체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작성: 콜라브엔소닉 (thauma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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