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주름잡는 기획자 #2 재즈 콘서트
2017년에 나는 블루노트 재즈 페스티벌의 티켓을 구매했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9월의 바다와 크루즈 선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야외 재즈 페스티벌을 보기 위해 몇 개월을 손꼽아 기다렸다. 콘서트를 한 주 앞두고, 페스티벌은 취소되었다. 주최 측은 헤드 라이너인 도널드 페이건의 병가로 인한 페스티벌 불참을 이유로 들었다. 혹자는 페스티벌 티켓 판매의 저조가 아닌지 의혹을 제기했다. 페스티벌 주간 동안 일부의 예정된 라인업의 아티스트가 일본 전역에 뿔뿔이 흩어져 서로 다른 날짜에 단독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했고, 티켓도 공연장소 별로 판매했다. 보고 싶던 아티스트는 결국 일정상 만날 수가 없었고, 비행기를 취소할 수 없어 도쿄를 3일간 여행하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돌아왔다. 이유는 전혀 다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연기되고 취소되는 페스티벌 티켓의 환불 소식을 접할 때마다, 그때 느낀 허무한 마음이 생각나서 무척 안타깝다.
콘서트장의 묘미는 익명의 ‘관객 1’이 되어 파도 속에서 아낌없이 음악을 즐기는 것이다. 알지 못하는 수많은 관객들이 한 날 한 시에 같은 이유로 모여 열광하는 것은 즐겁다. 아티스트를 가까이서 만나는 것도 무척 설레는 일이다. 기꺼이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공연장을 찾는 이유 중 하나이다. 2020년 올 초부터, 유래 없는 콘서트 가뭄에 아쉬워하며, 두고두고 꺼내 보는 재즈 콘서트 리스트를 소개하려 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신비감은 상상에 맡겨야 하지만, 때로는 내가 원하는 음료와 음식을 먹으며 편안한 소파 콘서트도 충분히 누릴만한 것 같다.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는 재즈 콘서트 풀 영상 리스트를 소개한다.
인트로부터 숨 막히는 환상을 자아낸다. 그의 상상 속 야생의 세계가 음악으로 건설되는 것을 눈 앞에서 보는 듯 신비롭다. 특수효과, LED 패널에서 시각적으로 만들어내는 비전은 그와 같은 대가에겐 필요 없다. 그의 단연 최고의 명곡들로 시간이 사라지는 듯하다. 디제잉을 하는 그의 장난스러운 모습도 만날 수 있고, 일곱 번째 연주곡 <Butterfly>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다.
트랙 리스트
01 Wisdom / 02 Kebero / 03 This is DJ Disk / 04 Dolphin Dance / 05 Virtual Hornets / 06 The Essence / 07 Butterfly / 08 Tony Williams / 09 Rockit / 10 Chameleon
1999년 스위스의 세계적인 축제,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카지노 라이트 ‘99>의 콘서트 영상이다. 밥 제임스의 밴드뿐만 아니라, 조지 듀크, 래리 칼튼, 데이비드 샌본, 케니 가렛, 마크 터너 등 세계적인 재즈 거장이 한자리에 모인 진귀한 영상이다. <Mind Game>이라는 첫 곡은 더없이 멋진 인트로 곡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여러 아티스트가 잼 하듯 협연하는 장면은 재즈에서 뜻하지 않게 오케스트라와 같은 웅장함을 만날 수 있다. 하나의 테이블에 마주 앉기에 너무나 벅찬 라인업이다. 페스티벌의 풍요로움의 정수를 만난 듯하다.
트랙리스트
01 Mind Game / 02 Old Folks / 03Wayne’s Thang / 04 Cold Duck Time / 05 Soweto / 06 Yesterday I Had the Blues / 07 Always There / 08 All Night Long / 09 Notorious / 10 Fire of Love / 11 Brazilian Love Affair / 12 Four / 13 Westchester Lady / 14 Watermelon Man
매해 여름을 뜨겁게 달구는 North Sea Jazz Festival은 올해 코로나로 인해 2021년으로 연기되었다. 이 페스티벌에 2015년에 참여한 마커스 밀러의 영상이다. 그의 콘서트는 재능 있는 신진 뮤지션들이 소개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에도 자주 오는 사랑받는 베이시스트로 한국의 기타 브랜드와 제휴를 맺어 시그니쳐 베이스 기타 모델을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그가 마일스 데이비스와의 추억을 공개하며 연주한 <tutu>가 무척 달고, 쓰다.
이제는 더 이상 라이브 연주를 들을 수 없는 그리운 아티스트의 무대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히피 같은 외모에 맨발로 무대에 선 그의 무대는 신들린 흡사 샤머니즘을 보는 듯하다. 요절한 천재 베이시스트, 베이스라는 악기의 연주 가능성을 무궁무진하게 확장한 자코 페스트리스의 영상이다. <Weather Report>라는 밴드로 하던 1976년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영상과 비교해 보면, 한결 자유롭고 개성 넘치는 무대 장악력을 느낄 수 있다.
리스트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오래갈수록 점점 늘어날 듯하다.
<시대를 주름잡는 기획자> 시리즈 소개
음악을 만드는 다양한 주체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작성: 콜라브엔소닉 (thauma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