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는 음악가의 목소리 #6 레지 와츠
‘발명가’를 꿈꾸어 본적이 있는가? 발명가를 떠올리면, 흰 가운을 입고 폭탄 머리에 우스꽝스러운 보호 장비를 쓰고,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이 세상에 없는, 어쩌면 필요조차 없는 것들을 주섬주섬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모습이 떠오른다. 웃을 수 없는 진지함과, 가끔은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은 뭐가 나올지 궁금증이 드는. 그러나 마지막엔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은 놀라운 사람. 환상 속 캐릭터가 되어버린 발명가을 떠올리게 하는 미국의 코미디언이자 뮤직 프로듀서 레지 와츠(Reggie Watts)를 소개한다.
운이 좋은 날은 스타벅스에서 그의 음악을 만날 수 있다. 휘파람과 함께 시그니쳐 벨소리로 시작하는 인트로는 많은 소음 가운데서도 귀를 사로잡는다. 2020년 3월 발매한 그의 새 앨범의 타이틀 곡 <Don't Let Get you Down>이다. Techno Funk라는 다소 낯선 융합(?) 장르의 이 앨범은 '와하타 (Wajatta)'라는 아티스트 명으로 발매되었다. 이는 레지 와츠의 'Wat'와 DJ 존 테야다(John Tejada)의 'Jada'의 합성어이다. 그를 만나기 위한 세편의 영상을 소개한다.
1. TED 영상, 개가 되는(?) 기분을 느껴보자
그의 무대는 아주 진지한 강연자가 되어 등장해서 여러 나라의 언어로 오프닝을 시작한다, 진지하게 들어보려는 긴장한 관객들이 연신 물음표 세례를 던진다. 그가 아무 말이나 '지껄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몇몇의 똑똑한 관객들이 여기저기서 웃음을 터뜨리면, 어리둥절해하는 관객들도 차차 웃음을 터뜨린다. 그의 쇼는 그렇게 시작해서 그렇게 끝난다. 아주 유식해 보이는 낯선 학문적 단어들의 나열, 아무도 알지 못했던 것을 트렌드라고 선포, 종잡을 수 없는 예측불허의 긴장감이 끊이지 않는다. 앞뒤 없이 그야말로 포스트모던? 완전 생뚱맞다.
한 댓글에 공감한다.
"이 인간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우리 집 개가 나를 볼 때 이런 기분일 것이다"
2. 제임스 콜든 쇼, 그가 뮤지션으로 무대에 서면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의 신곡 라이브 스테이지를 보자. 화려하고 혁신적이다. 전혀 다른 그를 만날 수 있다. 놀랄 만치 심플한 홈레코딩 장비들 몇 대와 손에 쥔 마이크가 전부이다. 음악은 무척 세련되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를 보면 웃음이 나는데, 그는 누구도 웃기려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무대에서 뮤지션들이 관객을 억지로 웃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종종 만난다. 그를 관찰하다 보면, 타고나서 따라 할 수 없을 것만 같이 웃긴데, 존재 자체가 웃기다고 해야 할까.
3. 넷플릭스에는 '레지 와츠 스페이셜'이라는 영상이 있다.
레트로, 뉴 레트로 이런 복고와 오색의 네온 색이 유행하면서, 레기 와츠는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신만의 색깔'이라는 진부하지만 어려운 말을 그는 가장 혁신적으로 풀어낸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그의 이야기는 독특한 그의 삶의 배경에서 나온다. 프랑스계 어머니와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고, 공군인 아버지를 따라 독일과 스페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미국 몬타나에서 성장한다. 몬타나에서 보낸 중 고등학교에는 최고 수준의 장학재단이 있어서 각종 드라마, 스포츠, 각종 음악 프로그램에 저렴한 가격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 시기에 그는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시도 해 볼 수 있었고, 그는 그 시절을 인생 최고의 시간이자 성장기로 꼽는다. 드라마와 음악으로 그의 관심사는 집중 되었다.
그의 무대에는 삶의 다양성이 담겨 있다. '정신없는 것(disoriented)'처럼 보이는 것이, 조명 아래 그를 통해 질서 지어진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한 인터뷰에서 그가 어릴 때 듯던 음악들을 소개했는 데 스탠더드 재즈 넘버부터 클래식과 대중음악, 힙합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그의 음악에 담긴 소리들은 시그니쳐라 할만큼 독특하다. 그가 입으로 만드는 비트 박스를 통해 악기 연주는 단순히 어떤 음의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악기로 노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그의 음악을 통해 순수한 즐거움의 상태가 무엇인지 느껴진다.
그를 보다 보니, 스탠드업 코미디 장르가 좀 더 활성화되면 좋겠다.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은 정말 좋은 직업이기 때문이다. 진지한 뮤지션의 모습으로 관객에게 고품 격 웃음을 선물하는 그는 재능이 많은 사람이다. 놀라운 비트박스 실력으로 목소리만으로 무대 위에서 한 곡을 뚝딱 만들어 내며, 여러 나라의 언어를 말하는 척! 할 수 있다. 고음의 놀라운 보컬 실력은 반전 포인트. 주술사 같은 풍채는 도울뿐.
참고자료
1. 레지와츠 어린시절 인터뷰
2. Wajatta 인터뷰 - 레지와츠에게 영감을 준 음악소개
<세상을 움직이는 음악가의 목소리> 시리즈 소개
<세상을 움직이는 음악가의 목소리 >는 음악과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듣는 이를 연결하기 위해서 기획한 시리즈 연재물이다. 기술과 채널의 확장보다는 음악을 통해 마주하는 '울림'의 순간에 주목하고 싶다. 관객 앞에 선 음악가의 목소리에 주목하자. 관객과 음악가가 인간대 인간으로 마주하는 순간의 가치를 수호하고 싶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음악의 이야기를 통해 역동하는 '음악'의 가치를 폭넓게 탐색하고 싶다.
작성: 콜라브엔소닉
연락: thauma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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