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프렌치 키위 주스

세상을 바꾸는 음악가의 목소리 #4 FKJ

by 콜라브엔소닉

'안녕 인사동'의 마그리트 특별전에 갔다.


마그리트의 인스타그램 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작품이 진품인지 가품인지가 중요할까? 애초부터 경매에 나온 상품으로 작품을 보지 않으면 중요하지 않은지 모르겠다. '진품의 아우라'는 이제 더 이상 화두가 아니라는 사실은 새삼 많은 자유로움을 선물한다. 우선, 열심히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작품에 충분히 가까이 가도 된다. 작품은 말 그대로 살아 움직일 수 있는데, 사면의 흰 벽면을 채운 귀를 찢는 듯한 클래식 곡과 이에 섬세하게 맞추기 위해 노력한 미디어 아트가 흥미를 자극했다. 움직일 때마다 동작에 따라 변하는 스크린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마그리트는 이런 놀이에 참 잘 맞는 미술가이다.


우리는 디지털 '뉴욕 미술관 액자'를 사서 집에 두면, 그 달의 뉴욕에서 가장 핫한 전시를 내 집 거실에 걸어 둘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다. 넷플릭스처럼 다달이 구독료를 내면 최신의 현대 미술가의 작품을 내 거실에서 만나볼 수 있을 터였다.


융합은 시대의 키워드이다.


AR공연을 봤을 때, 공연의 라이브 음악으로서의 고유한 가치에 의문이 들었다. 동시대에 한 아티스트와 함께 그 역사적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은 더 이상 어떤 의미가 있을까. '누구의 공연'만으로 부족한가? 벽은 미디어아트로 채워야 했고, 나에게는 아이디어만 있을 뿐 프로젝션 맵핑과 미디어 아트의 아티스트를 만나는 것이 어려워, 난감해하던 차였다. 시대를 가른 듯, 새롭다 하는 예술지원 성격의 공연 기획 사업에는 끝없이 미디어 아트, 융복합이라는 단어가 키워드로 떠올랐지만, 나는 축제에 모여 한 목소리로 떼창을 부를 때의 희열 이외에 라이브 공연의 가치를 떠올리기 어려웠다.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면, 공연기획업 전반에 의문이 든다.


블루투스가 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정보의 전달을 보장하면서, '이머시브 공연' 이 한 때 공연계에서 핫 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머시브 (immersive)란 몰입한다는 뜻이다. '톤 스튜디오'처럼 라이브 공연을 스피커가 아닌 헤드폰을 통해서 '몰입해 감상하는 등 체험형, 색다른 공간에서의 방해가 없는 공연을 일컬어 이머시브 공연이라고 불렀다. 정의하기는 어려우나, 소수의 관객이 라이브를 통해 아티스트를 가까이서 아주 좋은 수음력을 가진 하이엔드 마이크를 통과한 음악들을 라이브로 정제해서 정리가 잘된, 아주 플랫 한(flat:평평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표방한다. '음감회'라는 단어를 주목하자. 사실, 콘서트에서 음악을 잘 듣기는 어렵다.


2016년 FKJ (프렌치 키위 주스 'French Kiwi Juice'의 약자)가 내한했을 때, 나는 공연장에 있었다. 원맨 밴드의 형태, 유튜브라는 매체의 특성, '작곡'이라는 전문의 성역이 일반에게 내려오고 있는 그때에 FKJ는 시의 적절했다. 그는 홈 리코딩용으로 발매되는 미디 장비를 사용했고, 마치 방구석에서 방금 무대 위로 올라온 듯한 신비감으로 좌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친듯한 관객의 열기가 그조차도 약간 얼떨떨한 듯 보이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공연 열기에 무척 고마워했다. 어쩌면 음악은 별로 안중에 없었다. 오늘 그를 실제로 만났으니, 그의 음악은 집에 가서 밤새도록 듣지 뭐. 콘서트의 장면들을 떠올리며.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무대에서 음악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보여주는 듯 한 리코딩을 활용한 공연이다. 비트를 만들고, 그 위에 베이스 기타를 녹음하고, 색소폰, 일렉기타 등을 녹음해 가면서 루프(Loop)를 반복하며 잼 연주하는 방식이다.

MAM의 홈페이지 (http://www.mam.paris.fr/en/oeuvre/la-fee-electricite)


파리의 모던 아트 미술관 MAM에 전시된 라울 뒤피(Roaul Dufy)의 미디어 아트 작품 <La Fée Electricité (The Electricity Fairy, 전기 요정?)>을 배경으로 한 공연은 정말 아름답다. 이머시브나 융합 등 새로운 것 좀 없냐고 물을 때 늘 다시 보는 공연 중 하나이다. 덕분에 이 미술관은 전 세계에 알려졌을 것 같다. 그의 공연은 시대와 잘 맞는다. 한동안의 답을 찾은 것 같아 부럽다.


https://youtu.be/xuc9 C-C6 Ldw

FKJ의 MAM 미술관 공연


멀티 인스트루먼탈리스트로서 그는 하나의 악기가 아닌 밴드 음악에 필요한 4-5명의 몫을 해결하는 아주 효율적인 아티스트이다. 밴드로 마음을 맞추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괴로워해 본 사람들에게 '나 혼자 밴드 한다'콘셉트는 많은 영감을 주었다. 유명 밴드 조차도 밴드 멤버가 영원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하나두 가지의 감각의 즐거움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전시와 공연, 공연과 전시, 전시와 기술, 기술과 공연. 꼭 새로워야만 하나. FKJ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내가 즐거울 수 있을 만큼이라면"



참고 자료

1. FKJ 홈페이지:

https://www.frenchkiwijuice.com

2. 프랑스 파리 모던 아트 미술관 MAM 홈페이지:

http://www.mam.paris.fr/en/oeuvre/la-fee-electricite


<세상을 움직이는 음악가의 목소리> 시리즈 소개

<세상을 움직이는 음악가의 목소리 >는 음악과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듣는 이를 연결하기 위해서 기획한 시리즈 연재물이다. 기술과 채널의 확장보다는 음악을 통해 마주하는 '울림'의 순간에 주목하고 싶다. 관객 앞에 선 음악가의 목소리에 주목하자. 관객과 음악가가 인간대 인간으로 마주하는 순간의 가치를 수호하고 싶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음악의 이야기를 통해 역동하는 '음악'의 가치를 폭넓게 탐색하고 싶다.


작성: 콜라브엔소닉

연락: thauma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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