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는 음악가의 목소리 #2 케니 지
2020년, 거리는 텅 비었지만, 유리창 너머의 스타벅스는 오늘도 자리가 없다. 넓고 긴 원목의 테이블과 따뜻한 색의 조명이 어느새 마음에 자리한다. 스타벅스의 음악 선곡은 오늘도 취향저격이다. 우리는 똑같이 스타벅스에 앉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학교이고 누군가에게는 사무실이고, 누군가에게는 미팅룸이며 누군가에게는 도서관이다. 이럴 수가. 분화된 모든 공간이 스타벅스로 귀결된다. 이 곳은 가상의 집이다. 그는 알고 있었을까?
밝은 미소와 곱슬의 긴 머리를 한 그의 앨범 자켓은 내게 '마술사'의 이미지에 가까웠다. 달콤하고 '버터를 바른 듯' 부드러운 연주로 그래미상을 수상한 성공적인 뮤지션 케니 지 (Kenny G.)는 사실 스타벅스의 초창기 투자자 중 한 명이다. 특유의 유머스러움으로 마치 자신의 투자자로서의 안목을 '지인을 통한 운빨'인 듯 말하지만, 실상 그의 음악을 들어보면 그가 사업적 재능(돈 버는 사업을 알아보는)이 있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는 이미 '스무스 재즈'의 색소폰은 '케니 지'로 대표되며,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상업적 성공을 이룬 '성공적 투자자'이기 때문이다.
"왜 우리가 스타벅스 프라푸치노에 대해 케니지에게 고마워해야 할까?"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가 스타벅스의 CEO인 하워드 슐츠를 만난 것은 그의 삼촌 (아버지의 형제)의 소개 덕분이다. 그의 삼촌은 그에게 말한다.
"네가 요즘 CD 좀 판다면서? 하워드 슐츠라는 사람을 만나봐. 그리고 그의 스타벅스에 돈을 좀 줘"
이런 류의 달콤한 말은 언제라도 들을 수 있지만, 그중에 정말 성공한, 월드 클래스의 성공을 내다보는 혜안을 가진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자에게 확률은 언제나 50대 50이지만, 안목 있는 투자가는 분명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것이다. 그의 투자는 옳았다.
그게 전부는 아니다. 심지어 케니 지는 스타벅스를 경쟁사를 제치고 우위를 점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그 무렵 스타벅스에는 오로지 '커피'만 있었지만, 경쟁사인 커피빈에는 '블랜디드'라는 음료를 판매했고, 그것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섰다. 이를 본 케니지는 스타벅스에 신메뉴를 제안했고, 그의 조언에 따라 '프라푸치노'가 메뉴에 이름을 올린다. 그의 제안은 옳았다.
얼음과 음료의 경계를 벗어나지 않는 달콤한 프라푸치노의 탄생은, 친절한 무대매너와 신사적인 옷차림과 환한 미소의 매력으로 관객을 매료시키는 그의 색소폰 연주와 그렇게도 닮았다. '팔리는 음악'이라는 폄훼의 말투는 어쩌면 그의 재능과 성공에 대한 질투의 소리일지도 모른다. 그의 크리스마스 앨범 '미라클'은 스타벅스에서 판매한 최초의 음반이기도 하다. ABC뉴스의 기자의 끝맺음 말은 옳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교훈이 뭐냐고? 케니 지의 말은 옳다."
크리스마스에 전 세계에는 아직도 케니지의 음악이 여기저기에서 울려 퍼진다. 그는 색소폰을 통해서만 노래하지만, 누구도 그를 다른 연주자와 착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글쎄'라고 말하는 당신을 위해,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곡 <My Heart Will Go On>의 라이브 버전을 추천한다. 셀린 디온의 매혹적인 목소리로 이미 프로듀싱을 마치고 영화의 개봉이 시작된 상태였지만, 프로듀서가 케니 지와 연주곡 버전의 주제곡을 녹음한다. 연주곡 음원은 싱글 앨범과 '그레이티스트 힛(Greatest Hits, 1997)' 수록곡 중 하나로 발매된다. 이 곡은 당시 컨템퍼러리 재즈 차트 1위, 알앤비 힙합 차트 15위, 빌보드 차트 19위에 오른다. 연주곡으로서는 이례적인 기록이다. 놀랍게도 이 앨범은 그의 앨범 중 두 번째로 잘 나가는 앨범에 불과하다.
이쯤에서 그가 왜 많은 악기 중에 '색소폰'을 골랐을까 라는 궁금증을 가져본다. 색소폰은, 특히 재즈에서, 악기 중에서 보컬과 같이 멜로디를 주도하는 악기이다. 서서 부를 뿐만 아니라, 이동도 비교적 자유롭다. 정면을 바라보고 연주하는 많지 않은 악기 중에 하나이다. 스타벅스의 프라푸치노 같은 존재라면 비약일까?
이 정도면, 그의 성공이 '운 빨'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ps. 객석의 관객이 찍은 듯한 이 영상은 소리의 발랜스가 엉망이지만, 그의 재능은 바래지 않는다. 더 좋은 음질의 감상은 각종 음원 사이트를 이용해주시길 바란다.
<참고자료>
1.기사 출처:
Alexa Valiente, "Why We May Have Kenny G to Thank for Starbucks Frappucino" (abc news, 2015)
링크: https://abcnews.go.com/Business/kenny-starbucks-frappuccino/story?id=28587589
<세상을 움직이는 음악가의 목소리> 시리즈 소개
<세상을 움직이는 음악가의 목소리 >는 음악과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듣는 이를 연결하기 위해서 기획한 시리즈 연재물이다. 기술과 채널의 확장보다는 음악을 통해 마주하는 '울림'의 순간에 주목하고 싶다. 관객 앞에 선 음악가의 목소리에 주목하자. 관객과 음악가가 인간대 인간으로 마주하는 순간의 가치를 수호하고 싶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음악의 이야기를 통해 역동하는 '음악'의 가치를 폭넓게 탐색하고 싶다.
작성: 콜라브엔소닉
연락: thauma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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