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피아니스트의 물음

세상을 움직이는 음악가의 목소리 #1 샤이 마에스트로

by 콜라브엔소닉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매우 좁았다는 반성으로 30살을 시작하면서, 전과 다른 책을 읽고, 전과 다른 영화를 보고, 전에 사귀지 못한 사람들과 사귀어 보지만, 여전히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채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의 작은 배움을 나눠보고 싶다. 영화 <조커>를 본 이후로, 내가 믿어온 '가해자와 피해자', '선과 악'의 기준이 완전히 엉망이 되면서 나는 '가해자'의 이면에 있는 '피해자'의 모습을 통해 어느덧 그의 폭력에 공감하고 마는 관점의 전환을 경험했다. 5월, 바이러스는 우리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었지만, 어쩌면 모두가 자연을 향한 가해자였다는 결론을 맞이 했듯이.


책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전환 1. 가해자와 가해자가 아닌 사람은 구별 불가능이다.


저자 수 클리볼드는 '콜롬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가해자 학생의 엄마이다. 이 책은 그녀의 이야기, 정확히 '그 사건' 이후의 그녀의 이야기이다. 나는 폭력의 가해자가 '나도 피해자였다'라는 주장을 경계한다. 가혹한 상황에서 모두가 파괴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며, 열심을 다해 평범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진짜 영웅의 이야기라고 믿는다. 이 슈퍼히어로의 이야기 속에서는 신적인 재능도 '주어지는 것' 보다는 '스스로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예전의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 같다.


1999년 미국 콜로라도주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졸업을 앞둔 두 학생이 13명을 총으로 살해하고, 23명에게 부상을 입혔으며, 불발되었지만 폭탄을 설치하는 등 미국에서 총기 사고에 늘 언급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가해자인 두 학생은 모두 당일에 현장에서 자살했다.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영상이 발견되기도 하지만 표면적으로 보이는 동기와 달리, 두 학생의 동기는 상당히 다르다. 같은 결론을 향해 가기에 충분했기에, 어떤 동기가 어떤 동기보다 더 나쁘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해자인 에릭 해리스의 파괴적인 성향이 적절한 '탈출구'로서의 테러를 제안했고, 극도의 우울증이었던 저자의 아들 딜런 클리볼드는 이를 수행하고 준비하는데 큰 역할을 해낼 만큼 똑똑했다.


둘은 철저하게 범행을 계획했지만, 이 사실을 그 누구도, 한 집에 살고 있던 그의 부모조차도 전혀 눈치를 챌 수 없었다. 아무리 돌아봐도, 부모로서 평생을 바쳐 대가를 치르기에는, 이 모든 일을 되돌리기 위해서 분명히 존재했을 '힌트'를 찾을 수 없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반성해야 하는지 모르는 공황상태. 저자는 흩어져가는 기억의 한 톨 조차 주워 담으며, 반성의 대상을 찾는 데 살아있는 모든 시간을 써야 하는 무거운 '삶의 형벌'을 받는다. 그녀는 아들에 관한 기억 속에서 끝없이 내면으로 침잠해 드러나지 않는 우울증의 힌트들을 찾는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죽음의 힌트'를 알리기 위해 책을 쓴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배운 관점의 전환은 누구라도 가해자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언제든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심지어 가해에 동조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섬뜩한 경고였다.



재즈 피아니스트 샤이 마에스트로 (출처: 트위터@shaimaestro)


전환 2. 더 이상 가해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재즈 피아니스트 샤이 마에스트로(Shai Maestro)는 이스라엘 출신으로 실험적인 음악가 아비샤이 코헨(Avishai Cohen)의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알렸다. 수도자 같은 외모에서 나오는 그의 피아노 연주는 종교와 음악의 합일점을 찾게 한다.

Shai Maestro <The Dream Thief> (ECM, 2018)

2018년 ECM의 앨범 <The Dream Thief>의 자켓은 그의 음악적 색깔을 잘 표현한다. 겨울나무들이 모여 이룬 숲이 화가 이우환의 추상화를 연상하게 한다. 자켓 이미지만큼이나 정적이고 고요한 느낌의 피아노 솔로 곡들과 트리오 편성의 총 9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 수록곡 <What Else Needs to Happen?>을 통해서 사회 문제에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는 샤이 마에스트로의 내면을 만날 수 있다.


이 곡은 저음의 피아노 솔로로 느린 셔플 리듬으로 시작한다. 장례 행렬의 걸음걸이를 연상시킨다. 뒤이어 시작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2015, 2016년에 이루어진 연설이 마치 배경처럼 흘러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콜럼바인 고등학교, 시카고의 거리의 총성을 언급하며 변화를 촉구한다. 파르르 떠는 드럼 심벌에서 일순간 무너지는 삶과 허망하게 사라지는 공포감을 느낀다. 샤이 마에스트로는 공식 뮤직 비디오를 통해 이 곡을 소개하면서 "며칠 전 피츠버그의 시나고그에서 이뤄진 '대량 총기 난사 사건'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렸다", "'총기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더 많은 총이 필요하다'는 광기와 이분법이 상식이 되었다"라고 말한다. 그는 간결한 문체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과 가족들에 대해 언급하며, 더 많은 총을 소지해서 해결하자는 비정상적 의견이 보편이 되어가는 사회에 깊은 파장을 일으킨다. '음악이 연주되는 시대'와 '음악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 사이의 깊은 연대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의 지인인 색소포니스트 지미 그린의 딸이 샌디훅 초등학교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목 숨을 잃었습니다. 미국에서 학교에서의 총기 난사 사건은 현실이라고 믿기 어려운 이 광기가 너무 '흔해서(Common), 거의 일상적(Normal)'입니다. 나는 지미와 다른 부모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을 때, 너무나 가깝게 느꼈습니다 - 심장이 부서지는 듯한. 재즈에서 이 곡이 '목사에게 설교하기(Preaching to the choir: 이미 아는 사람에게 설교하는 것)'처럼 식상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그 순간을 열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공연 예술가들이, 왜냐하면 우리는 무대를 가지고 있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세상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CM Records, 전문 아래 참고)


가학적인 생각이 보편인 사회에 던지는

그의 질문은 간결하다.


What Else Needs to Happen?

이와 같은 사건이 몇 번이나 반복되어야 하나?

또 다른 희생이 있어야만 하나?

정말 그래야만 하나?


가해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참고>>

1. 책: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수 클리볼드 저, 반비 출판사 (2016)

2. 공식 MV: <What Else Needs to Happen?> (2018)

Link: https://youtu.be/IkAE-VIVZVw

3. 앨범: Shai Maestro, <The Dream Thief>, ECM (2018)

4. 인용: ECM Records

Link: https://www.ecmrecords.com/catalogue/1530796791

5. '샤이 마에스트로'의 공식 홈페이지:

Link: https://www.shaimaestro.com/

6. 전문:

“An acquaintance of mine, the saxophonist Jimmy Greene, lost his little daughter in the massacre at Sandy Hook, Connecticut. These school shootings in America have become so common, almost ‘normal’ – it’s surreal, insane. When I realized what happened for Jimmy and the rest of those parents, it felt so close – it was heartbreaking. I understand that in jazz a piece like this I could be ‘preaching to the choir,’ but ‘What Else Needs to Happen’ is about being open to the moment in another way. I think performing artists, because we have a stage, have a responsibility to speak about the world we live in today." (ECM Records)



<세상을 움직이는 음악가의 목소리> 시리즈 소개


<세상을 움직이는 음악가의 목소리 >는 음악과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듣는 이를 연결하기위해서 기획한 시리즈 연재물이다. 기술과 채널의 확장보다는 음악을 통해 마주하는 '울림'의 순간에 주목하고 싶다. 관객 앞에 선 음악가의 목소리에 주목하자. 관객과 음악가가 인간대 인간으로 마주하는 순간의 가치를 수호하고 싶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음악의 이야기를 통해 역동하는 '음악'의 가치를 폭넓게 탐색하고 싶다.


작성: 콜라브엔소닉

연락: thauma77@gmail.com


연재 목록

1.재즈 피아니스트의 물음_샤이 마에스트로 (2020.05.09)

2.프라프치노와 색소폰_케니 지 (2020.05.10)

3.환경을 위해서라고?_콜드플레이 (2020.05.11)

4.미술관에 프렌치 키위 주스_FKJ (2020.05.12)

5.전쟁이 선택한 음악가_쇼스타코비치 (2020.05.13)

6.웃기는 뮤지션_레지 와츠 (202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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