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2] 30일간의 기록 (클래식/2020/09/12)
오케스트라는 주인공이 없는 소설 같다.
소설에 등장하는 악기들이 저마다 소리를 내지만 그 소리가 모여야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많은 파장과 배음이 만나고 흩어지고 어긋나고 더 큰 에너지에 휩쓸려 파묻히고 그런 일들이 무대에서 격렬하게 일어난다. 신의 일을 알기 어렵듯, 그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알게 모르게 모든 악기들이 서로 얽혀 있다는 것이다.
불협의 긴장과 협음의 증폭된 파장이 내리는 빗방울이 그리는 동심원처럼 흩어져 나간다.
미래의 시간을 이미 알고, 그 시간 속으로 현재의 시간을 끌어당기는 지휘자의 몸짓은 흡사 장렬한 전투를 치르는 돈키호테 같다.
신이 된 것 같은 기분은 얼마나 고독할까.
고요함 속으로 파묻히는 음악의 끝부분은 마지막 숨을 쉬는 듯 숨이 멎을 듯하다. 결국 모든 것은 고요함에서 비롯되지 않았겠는가?
* Schumann - Symphony No 2 in C major, Op 61
- 연주 : 지휘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https://youtu.be/L2eGkxHaGu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