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주름잡는 기획자 #9 여름 축제
BTS 유럽투어의 무대 스태프로 일했던 프랑스의 음악공연 관계자는 “2022년까지 음악이 직업을 제공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해 임시적으로 다른 직종에 일하고 있다”라고 근황을 전했다. 2020년은 공연과 축제를 기획하고 수행하는 전 세계의 관계자들에게는 큰 패닉의 해였다. 티켓을 팔고 연기와 취소, 환불을 반복하며, 힘 빠지는 삽질을 해야 했다. 작년 초만 해도 이렇게 장기화될 것을 예측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2021년은 여름 축제를 위한 티켓 오픈이 시작되는 연초부터 대부분 “2022년으로 연기한다”는 발표를 할 가능성이 예측되고 있다. 축제계에서 2021년은 사라진 해, 잊혀진 한 해가 될지 모르겠다. 해외 대형 음악 페스티벌 동향을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다.
영국의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는 작년에 이어 올해 축제도 내년으로 연기했다. 이 축제의 시작을 1970년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가 세상을 떠난 다음날부터라고 공식 홈페이지는 소개한다. 2019년에 무려 20만 명이 다녀간 세계 최대 규모 음악&행위예술 페스티벌이다.
2000년부터 시작해서 서태지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뮤지션들도 참여했던 일본의 서머소닉(Summer Sonic) 록 페스티벌은 작년에 결국 연기를 반복한 끝에 역대 헤드라이너들의 공연 실황 영상을 유튜브로 제공하는 “아카이브 축제(Archive Festival)”로 대체해서 BTS, Metallica, Linkin Park를 포함한 8개 밴드의 무대를 5일에 나누어 각각 24시간 동안 공개해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고, 축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도쿄와 오사카, 두 도시에서 동시에 개최되어 3일간 진행되는 이 축제에 2019년에는 35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되었는데, 2020년 도쿄 올림픽과 맞물려 더없이 화려한 무대를 예고했던 만큼 텅 빈 축제가 음악팬들을 아쉽게 했다. 한 소식지는 올 해도 개최가 불투명하며 장소가 바뀔지, 시간이 연기될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모든 축제가 취소나 연기를 발표한 것은 아니다. 서머소닉이 도시에서 개최된다면 후지 록 페스티벌(Fuji Rock Festival) 은 네바 스키리조트에서 자연이 강조된 축제를 개최한다. 마찬가지로 2020년에 개최를 취소했지만, 부지런히 2021년 1월 2일부터 아티스트들의 어색한 인사와 함께 얼리버드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일부 라인업도 공개했다. 2021년 8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1997년 부터 시작해 야외 음악 축제로 자리를 잡아온 만큼 행보가 기대 된다.
프랑스에서 여름을 뜨겁게 달구는 하드락 & 메탈 페스티벌 ‘헬 페스트(Hell Fest)’ 는 2021년 개최 날짜와 라인업 일부를 발표했다. 열 다섯번째 축제를 맞이해 Open Air (야외) 행사의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프랑스 서부의 끌리송 (Clisson)에서 개최된다. 하지만 코로나의 확산에 관한 예측을 할 수 없어 고통스럽다고 전하며, 2021년 3월에 취소 또는 개최 여부를 한 번 더 발표할 예정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관객이 없는 축제는 불가능”이라고 발표해 온라인 우회 등은 가능성으로 염두하고 있지 않은 것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메탈의 온라인화는 아마 많은 팬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할 것이다.
독일 쾰른에는 매해 7월 첫째주에 서머잼 페스티벌(Summerjam Festival) 이 열린다. 2-3만 명이 모이는 중견 규모의 레게음악 페스티벌로, 온 가족이 함께 캠핑과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다. 2020년은 35주년을 맞이해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지만, 2021년으로 연기했다. 2021년 7월 2일 부터 4일까지로 예정되어있고, 티켓판매와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공식 홈페이지에는 ‘2021년에 축제 개최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안내했다. 인상적인 것은 2020년 페스티벌 취소 안내 영상을 통해서 페스티벌 직원들이 상황을 담담하게 설명하며, 취소된 티켓에 대한 환불 계획과 함께 일해온 프리랜서들을 위한 지원책, 35주년 행사의 무산에 대한 깊은 아쉬움과 기대감에 대한 감사를 담았다.
좀 더 우아한 선언도 이어졌다. 1967년에 처음 시작된 스위스의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Montreux Jazz Festival)은 개최 일정을 2021년 7월 2일 ~ 17일 로 공개하며 55번째 페스티벌 포스터를 발표했다. 이 페스티벌은 매해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공모를 통해 축제 포스터를 선정해 왔다. 올 해는 “침묵의 해변 (Scilent Shores)”을 제목으로 “음악이 없는 몽퇴르”를 테마로 했다. 이어 공개한 포스터를 소개하며 이 포스터의 메세지는 “희망” 이며 “현재 상황을 지켜본 후에 선망할 만한 프로그램을 준비할 것이고, 가능한 가장 좋은 축제 개최를 위해 아낌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몽트뢰 페스티벌”의 첫번째 중국 에디션을 예고하며 저장시에서 2021년 10월 5일 부터 8일까지 개최를 예고하기도 했다.
2020년의 축제 포스터는 “취소” 와 함께 했고,
2021년 포스터는 어쩌면 제작조차 되지 못해 ‘잊혀진 해’가 될 것만 같다.
우리는 왜 평범한 “희망”을 간절히 원하게 된 걸까.
<시대를 주름잡는 기획자> 시리즈 소개
음악을 만드는 다양한 주체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인터뷰 시리즈는 서울문화재단의 <문화기획활동 긴급지원 190시간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작성: 콜라브엔소닉 (thauma77@gmail.com)
포스터 이미지 출처 : 각 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1. Glastonbury 2019 (https://www.glastonburyfestivals.co.uk/history/2019-2/)
2. Summer Sonic Festival 2019 (https://www.summersonic.com/history/)
3. Montreux Jazz Festival 2021 (https://www.montreuxjazzfestival.com/en/news/2021-poster/)
4. Fuji Rock Fesival 2021 (https://www.fujirockfestival.com)
5. Summerjam Festival (https://en.summerjam.de)
6. Hell Fest (https://www.hellfest.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