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9개월 차, 신규의 감독관 경험담
2022.6.18.(토) 경기도 지방공무원 시험이 있었다. 감독관을 지원해서 토요일 아침 일찍 00고등학교로 향했다. 차출당한 것이 아닌 직접 지원해서 감독관을 맡게 되었고, 내가 작년 시험을 보았던 바로 그 고등학교로 갔다.
그 고등학교는 자취방에서 거리가 조금 있었지만 이곳에서 꼭 감독을 하고 싶었다. 불과 작년만해도 교탁 앞 감독관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웠던 나였는데, 이젠 내가 그 부러움(?)의 대상이 된 것이다.
작년 00고등학교로 시험을 보러갈땐 정말 너무나 떨려서 기분이 안 좋을 정도였다... 이 시험 하나에 나의 앞으로 1년 생활이 결정될 수 있었으니깐, 1년 더 공시생일지, 꿈에 그리던 직딩이 되어있을지!
운 좋게 한 번에 붙어 벌써 9개월차 신규다. 그리고 지방직공무원 시험감독관 지원 공문이 내려왔을 때 망설임없이 지원해서 당일 아침 출근길이 약간은 설렜다.
<시험감독 후기>
지방공무원 감독관만 그런건 아닐 것 같지만 시험실 들어가는 조장/조원 중 어째 조원이 더 바쁘다.
문제책도 가지러 가고, 시험 시작 후 답안지에 감독관 성명 기재하러 다니는 것도 하고... :) 뭐 이렇게 조원이 바쁜건지, 감독하기 전 시험감독요령 프린트물을 몇 번이나 읽었다. 혹시나 실수할까봐 누군가의 일생일대 시험을 망치고 싶지 않아 ㅠ-ㅠ
1시간 정도 교육 받고, 9시 20분 쯤 입실해서 사전 안내하고, 조원은 다시 본부로 와 문제책을 들고 입실한다. 10시 시험 시작하고 한 15분 정도까진 응시자 확인 및 감독관 성명하느라 떨렸지만 그 후로 11:40분까지 아주아주 지루한 시간이 시작된다.
조원, 조장 모두 핸드폰 하는 것도 힘들고 발소리도 조용조용, 너무 돌아다녀도 안되고 너무 한 곳에만 있어도 안 되고 몸은 근질거리는데 엄청 조용해야 한다.
수험생들은 11:20분까진 엄청 문제 열심히 푸시다가 20분 남겨놓고 마킹을 열심히 하신다. 그 때부터 답안지 교체 요구도 좀 많아지는 듯하다. 답안지 교체 요령도 따로 있을 정도로 아주 세심한 교체 절차가 필요하다. 이렇게 사소한 이벤트가 있을 때 조금 떨린다.
작년엔 내가 그 떨리는 수험생 자리에 있었고 그 땐 감독관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웠는데, 막상 그 감독관이 되보니 처음엔 떨림, 그 후로는 엄청 지루함 요게 전부인듯?! 생각보다 별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내가 맡은 시험실의 사람들 모두 잘 되었으면 좋겠다하는 마음 뿐이다.
공시생 기간에 있었던 이벤트들과 공부 과정들을 브런치에 풀어본 적이 없어서 한 번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것 같지만 나의 27년 삶 중 가장 치열했고 깊이 몰두한 시험이었다. 19살 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지금 대학보다 좀 더 좋은 곳 갈 수 있었을걸 싶다. 하지만 사람은 언제나 그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살기에 그런 상상은 그냥 웃어 넘긴다 :)
시간 되면 다른 글에서 공시생 얘기도 좀 풀어볼까
자랑스러운 나의 공무원증,
증이 참 자랑하기 좋게 이쁘다. 일은 모든 직장인들처럼 똑같이 힘들고 지루하고 벌써 그만두고 싶고..
감독하면서 시험보던 그때의 내 심정을 떠올려봤을 땐 여기 붙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그만큼 간절하고 힘들었는데, 막상 붙고 다녀보니까 여기가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더라 ^^
모든 사회인들이 다 그런 생각이겠지?
초심을 다시 생각해보고, 색다른 경험이었던 시험감독이었다. 모든 공시생들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