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16년, 18년

이런 저런 드라마들 속 시간 공백들

by 개발자 정채상

10년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한국에 와서 마저 못 본 아바타3를 봐야지 하며 차트를 봤는데, 위에 한국 영화 두 개가 있다. 워낙 세상 물정을 몰라서 약간 의외이긴 한데, 구교환/문가영 주연의 "만약에 우리" 영화가 오랫만에 100만 넘은 한국 멜로 영화... 매우 사랑했던 10년 후에 만난 연인들의 이야기들.. 이라는 정도의 스포일을 받았고, 보면 무조건 운다고도 해서, 어떤 포인트에서 눈물을 흘리게 될까 하지만서도 조만간 챙겨볼 심산이긴 하다. 내가 살아 보지 않은 삶들을 대리만족 혹은 대신 경험하는 것이니까...거기에 대한 존중. 컴퓨터과를 졸업한 구교환 배우님은 조금 더 공감이 갈 수 있겠고, 당시에 그토록 치열하게 살았는가.. 를 고민하기에는 내가 나이가 좀 더 들어서 모르는 상황들.. 일단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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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들에게 10년은 어떤 의미였을까... 내 나이가 50이 넘었고, 대학교 들어간 게 30년 전 20살 때 이야기... 이후에 10년이 3번은 족히 흘렀고, 앞으로 최대 5바퀴는 더 돌아야 할 거니... 그건 그것대로 의미를 두자 싶다. 이력을 돌아볼 때 회사에서 월급을 받은 게 그렇지 않은 것보다 많은 세월이 되었다. 인정할 거 인정하고 지내 보자 싶다는 생각..여기까지...


18년


18년 이야기를 먼저 하자 싶다. 와이프가 좋아하는 박서준 배우님의 최근 드라마, 한국에서는 쿠팡플레이, 미국에서는 아마존 프라임으로 많이 늦지 않게 따라잡으며 볼 수 있었던 드라마 '경도를 기다리며', 영어로는 'surely tomorrow'. 살짝 낯선 번역으로 포스팅들에서 자료를 찾기 힘들었지만, 근래에 보기 드물게 재미나게 본 드라마이다. 미국에서 많이 봤고, 마지막 두 편은 한국에서 봤더랬다. 박서준, 원지안 두 배우님들의 20, 28, 38세 연기가 많이 신선했고, 세 상황 다 공감을 하면서 오랫만에 빠져들었고, 어디서인지 모르겠지만 눈물도 찔끔 흘렸던 거 같다. 서진이네 즈음부터 알게 모르게 좋아했던 박서준 배우님, 신인 축이라지만 DP 에서 어라 하면 봤던, 로코에 잘 어울리시는 원지안 배우님 두 분 덕에 연말 미국과 한국에서 꽤 공감가는 시간을 보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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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20세부터 38세까지 18년의 세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물론 중간에 여러 사연들을 많이 다루는 것과 함께 18년만에 만난 20세/28세 때 첫사랑 이야기들을 기가 막히게 풀어내었음에, 한 번 더 보면 대사들의 숨은 뜻 등을 알게 되어 반가운 점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언니가 옷 장사하는데, 루이 입었겠냐?' 같은...


솔직히 드라마 스토리 상의 20세의 커플은 부럽긴 하지만 이해가 안 되고, 28세 이야기들은 공감이 많이 갔더랬다. 이는 내 신혼과 나이가 겹친다. 둘 다 재벌집이 아니었기에(?) 우리는 다른 여러 선택을 했었더랬고, 38세 때는 미국에 와서 미친듯이 앞만 보며 사는 인생이 되긴 했었더랬다. 그래서 소설 속의 남주에 감정 이입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그래서 응원하지만... 이후 10년만에 만나는 그런 정도의 스토리는 아니었기에 여러 아슬아슬 스쳐가는 장면들 보면서 살짝 아리기도 하고.... 마지막에 이것저것 다 정리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게 여전히 30대.. 부럽다..


스토리 전개에 아쉬움은 있고, 이건 드라마에 애정이 들 수록 더 그러겠지만, '경도를 기다리며' 드라마의 마지막 홋잣말은 꽤 남는다.


어떤 어른이 그랬다. 사람은 착한 끝은 있다고 했다. 나의 착했던 시간들을 기억해 준다면 그래서 널 내게 한 번만 더 보내 준다면


남녀 주인공 두 배우는 이 작품만으로 꽤 오랫동안 나의 응원을 앞으로 받을 자격이 있다 싶다. 현실과 다르기에 여러 이야기들이 생기는 거겠지만...응원해도 되잖아 ?


16년


모든 드라마들이 기억나진 않지만, 문득 인터넷을 접하기 이전에 16년간 떨어져 있던 남녀의 모습이 기억났다. 신조협려의 소용녀. 김용 작가님의 무협지로 글로 접했을 때는 섬섬옥수, 절세미녀. 하얀 동양 옷을 입으신 상상 속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과 함께 최고의 미녀 자리는 이 분이시리라. 상상 속이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 같고... 유명한 만큼 이 내용은 여러 버젼의 드라마들이 30년 넘게 제작되어 왔다 ( https://namu.wiki/w/%EC%8B%A0%EC%A1%B0%ED%98%91%EB%A0%A4/2%EC%B0%A8%20%EC%B0%BD%EC%9E%91#toc )


1986년 겨울에 주택에서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가고, 1989년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여름/겨울 방학 때 아파트 단지에서 비디오를 틀어 주었더랬다. 인터넷 등의 편성표를 구할 수 있기 전이었고, 동네 상가에 비디오 가게가 막 뜨던 시기였었다. 나는 신조협려의 양과와 소용녀를 방학 때 12시 점심 시간에 꽤 오랫동안, 규칙적으로 만나 뵜었고, 이후 소설영웅문 신조협려 책을 접했다. 30년이 넘은 기록이고, 유명 작품에 여러 버전의 시리즈가 여러 나라에서 나왔기에 내 기억이 어떤가 싶지만서도 주인공 양과가 유덕화였던 걸 기억하면 아마 이 버전이었던 듯하다. (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jkmMnD3YlVA-5JYUVkGLfEmelnnCGKX_ ).


성룡 계열이 아니었던 남주였기에 지금 보면 살짝 어설픈 무공들과 CG 라 부르기 힘든 특수 효과들은 그것대로이지만, 지금 보니 여주는 내 기억의 초절정미녀와 왠지 거리가 있는 느낌이긴 하다. 분명 그 때 내가 태어나서 본 사람들 중 제일 예뻤던 기억이었고, 이 분의 모습을 보며 당대 최고의 미녀 최고의 고수를 기대했었는데, 지금 보면 그정도는 아니었을까 싶은 거 같아서 세월의 탓인가 싶긴 하다. 남우인 유덕화는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이런 데 쓰면 좋다 싶다. 성격도 묻어 나오는 듯...

image.png 내 기억 속의 소용녀는 더 예뻤던 기억이다... --a

드라마들 사이에 약간의 각색들이 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16년의 작별을 고한다. 그 사이 남주는 한 팔을 잃지만 초절정 고수가 되고, 16년이 지났지만 무공의 특이함(?)으로 여주는 늙지 않는다. 사연이 있어 이별을 16년간 고했지만, 그 이후에 찾아온 남주가 그리운 마음으로 절벽에 떨어지고 그 길로 재회를 한다.. 이런 기억이다. 달라진 건, 20세 때 한창을 보내고 16년이 지나면 40 즈음인데, 당시에는 인생의 후반부가 되면서 느끼는 불편함이 짠했다 하면, 지금은 좀 다른 생각이다. 80 기준으로 여전히 꺾어지기 전이네 등의... 연하남이었던 양과가 16년이 지났다고 흰머리 연출들이 나왔더랬는데... 지금 보면 그래도 30대네 싶다..


남은 시간들..?


신조협려 책을 읽었을 때 16년 후에 만나자는 이야기는 어떤 의미였을까... 여주의 감정 이입이라면 다음 생에 만나자 정도의 고운 이별을 원했었던 게 아닐까...? '경도를 기다리며'의 18년간 짝사랑 혹은 여러 사연이 섞인 사랑 이야기.. 이건 또 어떤 의미였을까.. 16이든 18이든 숫자는 정말 여기서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요소인 거 같다. 이에 비해 한편으로는 '만약에 우리'의 10년은 너무 짧은 건 아니었을까 ? 싶지만, 이건 주말에 영화를 보고 나면 다른 생각을 하게 되겠지 ?


100세 시대라지만, 남은 시간들이 줄어 드는 것에 대한 불안함은 여전하다. 오히려 매일매일을 고민하면 더 심해진다. 그동안 읽었던 소설들도 많고, 시간에 대한 여러 해석들도 많고. 넘쳐나는 드라마, 영화들과 유튜브들... 지금 이 순간도 남은 시간들은 줄어들고 있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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