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g / Jeong / Chung
한국에서 성(last name) 으로 쓰고 있는 '정'씨는 9:1 정도의 비율로 나라정(鄭) 씨와 고무래정(丁)으로 나뉘는데, 우리 집안은 고무래정씨를 쓰고 있다. 이름들은 각각의 사연이 있겠지만, 태어날 때부터 한자를 썼던 세대인지라 간단하게 보이는 이름은 꽤 장점이었고, 고무래가 그래서 뭐냐는 건 아주 오래된 후에 알게 되기도 했었다. 할아버지께서는 두 정씨가 발음이나 성조가 다르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건 뭐 흘려 보낸 거 같기도 하다. 이쪽은 정약용 형제, 저쪽은 정몽주 선생 등이 대표 인물들이시지만, 의외로 역사책에 유명하신 분들이 많이 없으시다.
영어로(혹은 Roman으로) 자기 이름을 고민한 게 대학교 처음 들어가서였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 여권을 만들면서 굳어졌더랬는데. 무의식적으로 "Jung"을 선택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학교 학번 동기가 6명이었던 기억인데, 5명만 기억이 나는 거 보면, 5명이었던가 싶기도... 세가지의 variation이 있다는 것도 꽤 늦게 알게 되었고, 그걸 내가 20살 넘어서 선택할 수 있었던 것도 지금 생각해 보면 낯설긴 하다.
글로벌 회사인 미국 구글에서는 수많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여러 복잡한 이름을 쓰는 사람들이 있었고, 한국 이름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이름들이 있었다. 메일로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대면으로 만나서 잘 해 보고자 할 때 친절한 눈빛으로 서로의 이름을 물어 보며 발음을 연습했던 순간들은 꽤 소중한 기억 중 하나이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의미가 큰 부분인데, 관련해서 기억 나는 순간 중의 하나는 조직의 보스가 promotion announcement 같은 recognition 을 할 때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름을 정성들여 불러주던 모습이 있다. 언급해 주고 싶은 인원들의 매니저들에게 발음을 녹음해서 보내 달라는 숙제를 받기도 했었고, 감사하다며 웃으며, 한편으로 또박또박 눈 맞추며 인사하던 모습은 꽤 배우고 싶은 문화 중 하나였었다.
자연스럽게 유럽에서 온 친구들에게는 '융'이 아니라 '정'으로 불러 달라는 이야기들을 꽤 많이 했었다. 특히 스위스 출장에서는 그 동네 꽤 유명한 빵집 체인의 이름으로 Jung 이 있었고, 길거리 간판에서 흠칫했던 경험들이 꽤 있었다. 이제서야 이걸 Chung 으로 했었어야 하나 라는 생각을 이 때 꽤 했더랬는데, 바꾸려면 저 복잡한 것들을.. 싶었다.
아주 늦게, 가족들이 서로 다른 spelling 을 쓰고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되었다. 해외를 자주 오가는 선원이셨던 아버지 유품을 정리하다 보니 아버지도 두 개를 교대로 쓰고 계셨더랬고, 동생과 사촌 여동생도 서로 다른 걸 쓰고 있다. 다들 아마도 자기 여권 만들 때가 처음 고민했어야 하는 시기였겠지만, 당연하게 서로 상의를 하거나 하진 않았다. 이로 인해 미국 이민 시 가족 증명 등에 살짝 어려움과 추가 번역 서류, '영어 이름은 다르지만 사실 같은 last name 임' 같은 내용들이 필요했었다.
이제 와서 세 단어 사이의 우열을 가리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이전 세대에 유명해 지신 고정주영 회장님, 지휘자 정명훈 님 등은 Chung 을 쓰고 있었더랬는데, 요즘에 운동 선수들이나 k-pop 등의 아이돌 등에서는 그래도 Jung 도 보인다. 괜히 반갑다.
따로 영어 이름을 고려했던 적도 있었지만, 뭔가 그럴듯한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미국 스타벅스에서는 그냥 "John" 이라고 쓰기 시작했었다. "Jung" 을 시도했지만 어려웠고, 대신 요새 앱으로 주문하는 순간부터는 다시 이름을 어렵지만 불리기 시작한다.
한글 발음과 비슷하게 "Charles" 를 고려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이름을 쓰고 있는 연예인, 정치인들이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순간 이건 아니다 생각을 했었고.. 어렵기는 채상이나 찰스나 매한가지다 싶었다. 미국에서 만난 친구들은 그래도 곧잘 발음 해 준다. "채상" 보다는 "차이쌍"에 가깝고, 중국계나 일본계 친구들은 "채산"이라 불러 준다. 이정도면 전혀 문제가 없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