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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의 좌절

episode.04

by 책 읽는 엄마 화영

“엄마, 나 이제 발레는 취미로 할래!”

라고 예비전공반 시작한지 10개월만에 채아가 선언했다.

발레를 다니고 싶다고 졸랐지만, 학원은 차량운행을 하지 않았다.
장롱 면허였던 나는 운전 연수를 시작한다.
7살 4월에 드디어 발레 학원을 등록했다.

즐겁게 발레를 배우던 중 예비전공반 모집한다는 글을 발견한다.
무용에 무도 모르고 태권도 띠 승급과 같다고 가볍게 생각하고 레벨테스트를 진행했다.

덜컥 붙어버린 채아, 전공반에 대한 수업 안내 및 비용을 들으며 ‘어?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과 다르게 아이는 무한 칭찬에 들뜨기 시작했다.

“엄마, 나 전공반 할래!”
“아빠랑 얘기도 해봐야 하고 소민이 어린이집 시간때문에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

많은 고민을 하며 발레에 대해 무한서치를 시작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발레 전공자의 말을 빌리자면
[발레는 돈을 각티슈 쓰듯이 쓸 수 있는 집이라면 시작하세요!]라는 말이었다.
과연 우리 집이??

아이 아빠는 더 마음이 깊어지기 전에 싹을 자르자 였다.
나는 초등학교도 입학 안 한 8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해 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희망을 싹둑 자르는게 맞을까 라는 생각을 두고 갈팡질팡이었다.

수많은 고민 끝에 아이의 희망을 등록했다.
좌절감보다는 성취감을 안겨주고 싶었다.
새로운 검정색 발레복을 입고 냉장고 앞에 서서 포즈를 뽐냈다.
무대 위 흑조같이 반짝 거리는 발레리나 같았다.

원장님은 아이들의 성장을 보여줘야 하니 공개수업을 잡으셨다.
잔소리 아닌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하루는 정해진 수업이 끝났음에도 원장님의 지적이 이어졌다.
문 열린 강의실 안에서 “채아야, 다시!!”가 반복되고 있었다.
틈 사이로 보인 얼굴에 엄마만 알 수 있는 뚝 떨어진 자존감이 보였다.
강의실 문을 슬쩍 닫아버렸다.
학원을 나설때까지 괜찮다며 울지 않던 아이는 결국 집에 와서 배가 고프다며 펑펑 울기 시작했다.

강의실부터 참아왔던 울음이 이제서야 폭포수처럼 터졌다.
안쓰러웠다.
개인레슨 없이 여기까지 왔지만, 아무래도 성장이 더디긴 하였다.
정규수업만으론 부족했나 보다.
며칠 뒤 발레를 취미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 채아 잘하는데, 개인 레슨 안해서 그런가, 개인 레슨 해달라는 말 없어서 안해줬는데…’
아이는 미련 없이 취미를 택했는데 엄마인 내가 오히려 아쉬웠다.
더 지원해주지 못해 미안했다.

하지만 원한다면 언제든 다시 시작하면 되고
채아는 아직 9살일 뿐이다.

엄마로서 한 발자국 멀어져 나는 언제나 너를 응원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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