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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웃으면서 유치원 가지?

극성엄마 일지도 모를 나는 episode.21

by 책 읽는 엄마 화영

"늦었다고!!!"

결국 나의 외침과 함께 너는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저주가 뭐야?"

"그거 안 좋은 말인데, 왜?"

요즘 유치원에서 남자애들이 여자애들을 놀린다 하더라.

여자아이들은 저주를 받았다, 저주받은 OOO!

이렇게 말이다.

하아, 어디서 들은 얘길 저렇게 하는 걸까 싶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이에게 그런 건 나쁜 행동이라고 설명해 주는 것과

그럴 때 너가 당당하고 큰 목소리로 하지 말라고 해야 한다고.

그 말이 어려울 수 있지만 계속 연습해야 한다고.

그래도 계속 놀리면 선생님께 얘기해줘야 한다고 하고 마무리 지었다.


일 하는 중간에 신랑에게 연락이 왔다.

소민이가 놀림을 받아,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계속 놀려서 옆반 선생님께 얘기해서

그 친구들은 혼이 났지만 또 놀려서 속상해서 울었다고..

결국 난 알림장을 쓸까 전화를 할까 고민하다 6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라 알림장을 남긴다.

아주 긴 장문으로...

알림장을 읽고 상황을 파악한 담임선생님께 바로 연락이 온다.

내일 소민이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달래주고 아이들과 얘기해 보겠다고,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올해 늦은 여름 치아 교정을 시작하고 그 무렵 유치원에서 불안했던 일이 겹치며 안 그래도 불안, 걱정 가득한 성향이었던 아이는 예민의 극을 달리기 시작하였다.

잇몸이 아프기도 하였을 것이다.

조그마한 변화 요소에도 속상함이 가득했고, 교정기를 놀려대는 아이들에게 서운했으며 항상 배가 아팠다.

(배야 뭐 늘 아팠지만 말이다...)

그런 예민함을 잘 달래주기는커녕 그냥 이겨내야 한다고만 생각했고

친구들이 놀려서 유치원 가기 싫다는 얘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그렇다고 가정보육도 할 수 없는 신세이기에 매일 아침 우는 아이 등 떠밀어 등원시키곤 하였다.

단지 하기 싫다는 수영 수업을 인심 쓰듯 빼버렸을 뿐이었다.


나의 무덤덤함이 아이를 불안함으로 밀어 넣었나 보다.

언니 따라 유치원에 일찍 등원하던 아이는 여자아이 혼자여서 같은 반 남자아이들 놀림감이 되었나 보다.

놀려서 가기 싫다 할 때 조금이라도 더 물어볼걸. 늦은 후회일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곤 귀찮아지겠지만 아침에 두 번 등원하는 것.

초등학교 등교 하고, 집으로 돌아와 느지막이 널 등원하는 것.

하지만 넌 나의 마음도 모른 채 신났을 뿐이다.

언니 열심히 준비할 때 옆에서 알짱거리며 놀고 그런 행동에 언니는 약 올라하고...


그러던 어느 날, 더욱더 늑장 부리는 아침이다.

언니를 데려다주고 왔는데도 여전히 뒹굴뒹굴...

나는 널 보내고 빨리 준비해야 하는데 말이다.

늦었어,라고 좋게 얘기해 본다.

그 와중에 신랑은 타이어 점검을 이르게 예약해 놓고 연락을 한다.

좀 일찍 나가서 그 근처에서 점심 먹고 출근하라고...

이미 짜증이 치솟았지만,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조용히 얘기해 본다.

그런 나의 속도 모른 채 너는 여전히 해맑다.

"엄마, 핫팩 꺼내주세요."라는 말에 나는 폭발한다.

나의 버럭과 함께 너는 울음바다이다.

기분 좋게 준비하는데 버럭 화를 내는 엄마라...

엄마의 감정 변화에 너는 미처 준비가 되지 않았었을 것이다.


울며 걸어가는 널 보니 나도 미안하다.

왜 그때 그렇게 화가 났을까 싶다.

사실 너가 늦은 게 아니라 내가 늦은 건데 말이다.

아이는 뒷좌석에서 조용히 "차에서 내리면 안아주세요."라고 말한다.

잠깐 안아주는 걸로 너의 마음이 좋아지진 않겠지만 안아줘야지.

안아줘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 너.

그런 너를 유치원에 넣고 뒤돌아 서는 내내 마음이 무겁다.


엄마가 소리 질러서 기분이 안 좋았다는 널 위해 퇴근 후 정말로 온 마음을 다해 꽉 안아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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