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국을 먹고 술 똥을 싸야지만 해장이 된다.
해장국에 관한 한 모두가 철학자인 것이다/공감의 해장국
해장국을 먹고 술 똥을 싸야지만 해장이 된다.
해장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느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자신만의 단골 해장국집이 여러 군데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서로 자신만의 해장국 맛집 리스트에 대한 부심이 느껴지도 했다. 그중 한 사람이 콩나물해장국은 뭔가 진짜 제대로 해장이 되는 느낌을 받고 호불호도 없어서 다른 이들과 함께 먹기도 좋은 메뉴라고도 한다.
유명한 양평해장국 같은 스타일의 해장국은 칼칼하고 든든한 맛에 먹는다고 한다. 또 감자탕의 뼈는 발라 먹기 귀찮고, 별다른 건지가 없는 해장국보다는 양이나 소머리가 들어간 소머리국밥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해장국에 비해 가성비가 좋은 것은 소머리국밥이라고 한다.
양평해장국의 내장탕은 흰 국물과 빨간 국물을 초이스 할 수 있어서 더 좋다고 한다. 그래도 자신의 베스트 해장 메뉴는 왕뚜껑 라면이란다. 학생 때 해장국을 사 먹을 돈이 없으니 ‘라면으로 하는 해장이 최고였다’라면서 말이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쩌면 해장국은 추억을 공유하는 메뉴가 아닐까 싶다.
한 지인은 해장국을 너무 먹고 싶은 날은 새벽 5시에 나와서 먹었다고 한다. 그러다 그만 술도 한잔 마시는 경우도 있었다고... 해장국이 아니라 술을 마시고 싶은 건 아니었을까? 또 나름 그 만의 해장국 즐기는 노하우가 있는데 내장탕을 먹을 때는 깍두기를 안 먹고 순수 내장탕만 즐기고, 갈치속젓에 마늘, 청양고추 다진 것을 섞어서 내장을 찍어 먹으면 그렇게 맛있다고 했다.
설렁탕, 곰탕에는 김치와 깍두기가 필수라고 한다. 또 피순대 국밥에는 다진 청양고추를 듬뿍 넣어 먹고 피순대는 건져서 초장을 찍어 먹기도 한단다. 어찌 보면 해장국을 먹는 자신만의 루틴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해장국집 풍경은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시간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술을 덜 먹었을 때 해장을 하러 오면 해장이 잘 돼서 술을 더 시켜 먹는다고 한다. 이런 모습은 늦은 밤에 볼 수 있다고 한다. 술을 많이 먹고 취해서 해장국을 먹으면 꼭 밥을 시키게 된다는데 탄수화물이 들어가면 배도 부르고 졸려서 먹자마자 바로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알코올을 섭취할수록 안주나 탄수화물이 먹고 싶은 것은 어쩌면 섭리와도 같은 원리다. 또 과학적인 사실이기도 하다.) 이건 자정이 넘어서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말한 지인은 술 취한 채 뜨거운 국밥을 먹다 보니 다음날에서야 입천장이 까져있는 걸 알기도 했다고 한다.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떡진 머리에 푹 눌러쓴 모자, 퀭한 눈동자와 초췌한 모습은 이른 새벽의 풍경이라고 한다. 전날 숙취를 풀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란다. 이 중에 커피믹스를 한 잔 먹는 사람들은 바로 출근길로 향하는 사람들이란다. 가끔은 해장국을 안주 삼아 아침까지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진정한 위너의 모습이라나 뭐라나...
간이 평안하실지...
나름의 통찰력에 감탄해 마지않는다. 유추해 보자면 저 많은 시간대에 해장국을 먹으러 열심히도 다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또 그중 일부는 본인의 리얼한 경험담이 섞여 있으리라.
어떤 이는 술과 해장은 같이하는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또 술국은 술을 먹으라고 만든 거니 술을 더 먹어야 한다나 뭐라나. 또 진정한 술꾼들은 배고프면 술이 생각나고 그럼 자연스레 해장국이 생각이 난다고 한다. 밥도 먹으면서 마시니 든든하기 때문이란다. 이쯤 되면 이들에게는 해장도 반주도 아닌 밥이 술안주가 되는 건 아닌지 싶다.
어떤 이는 해장국을 먹고 술 똥을 싸야지만 해장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다 소화 흡수가 끝나고 남은 찌꺼기랍니다.) 한편 정말 죽을 거 같으면 해장을 못 하는데 살만하니깐 해장하는 거란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과한 음주의 후유증을 앓아본 사람들은 바로 이해하실 거라 생각된다. 또 나이가 들면 해장을 할 만큼 술을 마실 수 없으니 해장도 할 수 있을 때 하자! 체력이 있을 때 마시고 해장하란 뜻이란다.
다들 가슴속에 자신만의 해장 철학을 하나씩 품고 살아가나 보다. 개똥철학도 철학이라고 했으니 인정해 보기로 한다. 자신만의 해장 철학이기도 하니깐 말이다.
해장국에 관한 한 모두가 철학자인 것이다.
해장국 하나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전해 들을지 몰랐다. 곤란하게도 해장국에 관한 한 요리를 전공하고 있는 나보다 더 많은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