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대체로 뭐든 끝장을 보는 것 같다/해장 라이프
세계보건기구 (WHO)가 정한 술의 1일 섭취 권장량은 남자는 소주 5잔, 여자는 소주 2잔 반이라고 한다. 이는 매일 마시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수치라고도 한다. 사실 술자리에서 권장량에 맞춰 먹기란 힘든 일이다. 또 현실적으로 ‘난 오늘 5잔만 마실 거야’라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실이 이러다 보니 숙취로 혼미해진 정신을 풀어준다는 ‘해정(解酊)’서 유래된 해장국의 의미대로 해장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진다. 흔히 말하는 화장을 잘 지우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술도 해장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술 마신 다음 날 해장하는 것을 필수로 여긴다. 물을 많이 마시거나 커피를 마시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해장국을 먹는 것을 최고로 친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술 마신 다음 날 점심 식사는 해장국이 1순위가 된다. 때문에 직장인들 점심 메뉴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해장국이기도 하다.
더불어 각 지역의 해장국 로드라는 해장 메뉴 리스트가 해마다 갱신되어 올라오기도 한다. 지역의 해장국이다 보니 지역의 특산물과 특색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 리스트를 보면서 전국의 해장국집을 투어 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나라와 달리 숙취 해소 메뉴로 해장국을 선택하는 걸까? 그 이유는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밥과 국을 먹는 식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밥을 말아먹는 습관이 오늘날의 다양한 국밥 요리를 낳았다고 한다. 서울의 대표 국밥은 장국밥인데 장국은 쇠고깃국을 뜻한다고 한다. 이름 때문에 오해되기 쉬운데 헌종 임금까지 드셨던 고급 음식이라는 유래도 있다.
무슨 국이든 밥을 말면 국밥이 되기도 하지만 모든 국물 요리가 해장국이 될 수는 없다. 숙취로 인한 메스꺼운 속도 달래 주고, 어지러운 머리도 풀어주는 재료가 들어간 요리이어야 할 것이다. 또 음주로 손실된 영양소를 보충해 주고 남은 알코올도 분해시켜 주어야 한다. 전날 시달린 위장의 소화능력을 고려해서 소화되기 쉬운 재료들이어야 할 것이다.
그야말로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의 영양소가 충분히 들어있는 메뉴여야 한다. 이런 이유로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한 국물 메뉴들이 해장국으로 발달해 왔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양한 면에서 선조들의 지혜를 볼 수 있었기에 이 또한 자연스레 유추가 된다.
그래서인지 해장국은 선지와 우거지를 넣은 선짓국, 내장이 가득한 내장탕, 순댓국, 북엇국, 콩나물국밥 등등 때로는 얼큰하게 때로는 맑고 깔끔한 국물이 주를 이룬다. 콩나물 국밥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세계의 대표적인 숙취 해소 음식으로 소개된 적도 있다.
인터넷 뉴스 기사에 소개된 이야기 중 미국의 CNN이 '세계에서 서울이 최고인 50가지 이유'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해장국’이었다. 또 ‘술을 마신 다음 날 해장국을 먹지 않으면 병원에 실려 갈지도 모른다 ‘라고 쓰여 있었다.
이 기사를 보면서 든 생각은 우리 민족은 대체로 뭐든 끝장을 보는 것 같다. 그만큼 진심을 다 한다는 반증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