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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채윤 Jul 13. 2024

마음이 편해야 책을 읽는다?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 잘 먹나요?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운 토요일이었다. 모든 것이 평화로워 보였지만 사실 내 마음은 평화롭지 못했다.

해야 할 일이 한가득이고, 더 미룰수록 나를 더욱 옥죄일 것을 알면서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일에서 손을 놓으면 좀처럼 다시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당장 해야 할 일이 아니기에 더욱 그러기도 하겠다. 이것이 프리랜서의 장점이자 단점일 것 같다.


 이렇게 우왕좌왕한 머릿속과 가슴깊이 조여 오는 압박감을 달래기 위해 책을 꺼내 들었다. 일의 시작을 앞당길 수 있는 물꼬를 터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한창 장마라 뜨거운 햇살이 반갑고 습하지 않은 선선해진 바람이 고마웠다. 덕분에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름 행운 같은 감사한 이 시간은 길게 가질 못했다.


 뜻밖의 방문객 때문이었다. 한 장소에서 오래 카페를 운영하다가 지금은 개인 작업실로 쓰고 있는 나의 작업실에 동네 주민이 불쑥 들어오셨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마음이 불편하였다. 문이 열려있길래 들어오셨다고 한다. 문이 열려있는 건 들어오라는 의미인가?라는 생각과 생각지 못한 방문으로 내 시간을 뺏기는 게 탐탁지 않았다. 

 

 이 아까운 카페를 왜 운영을 안 하느냐? 뭐라도 해야지 않느냐? 리모델링을 해봐라, 동네에 이런 장소가 없으니 오픈하면 잘 될 거라느니 등등 오지랖 넘치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름 깔끔하고 정확하게 답을 하고 싶어서 돈이 없어서 못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대번에 '에이 거짓말'이라고 하신다. 네? 순간 말문이 막혔다. 사실 내가 이렇게 구체적이고 사실적일 필요는 없지만 그래야만 이야기가 길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 한 말이었는데 그 말이 거짓말이 되어 돌아왔다.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던 대화가 급기야 나의 독서에 대한 이야기로 퍼졌다. 독서대에 있는 책을 보시더니 '책도 마음이 편해야 읽는 거야"라신다. 나는 또 네? 짧은 외마디와 함께 입을 닫았다. 뭔가 모를 억울함이 치솟아서 얼굴이 어두워졌을 것 같다. 내색은 안 했지만 화도 나고, 짜증도 나서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20년 가까이 봐온 이웃이라 차마 나가시라고 말도 못 하고 끙끙거렸는데, 용케 눈치를 채신 건지 읽던 책 읽으라며 돌아가셨다.


  덕분에 나는 억울했던 과거까지 떠올랐다. 한창 카페를 운영할 때 한쪽 테이블에서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하고 있으면 누군가는 부럽다는 말을 하곤 했었다. 나는 열심히 일하고 브레이크 타임에 잠깐 틈을 내어 책을 읽거나 서류 업무 등의 일을 하는 거였는데 그게 누군가에는 여유로운 일상으로 비쳤나 보다. 처음에는 억울한 마음에 일일이 항변을 하기도 했었다. 한두 명도 아닌 대 다수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을 보고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의 눈에 비친 모습은 그런 건가 보다 하고 포기했다. 그러다 그럴 수도 있지라고 이해하기로 했다. 


 그런 줄 알았다. 그럴 수도 있지라고 잘 넘기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 일을 통해 아직도 억울한 마음이 응어리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려 책을 읽고 있는데 마음이 편하니까 책을 읽는다고 하니 그동안의 억울함이 함께 몰아친 것이다.


 사실 나는 습관처럼 매일 책을 읽는다. 단 한 장이라도 매일 읽어야 그날 할 일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이유를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동네 주민의 한 마디에 나는 언제 책을 읽는지? 왜 책을 읽는지? 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요즘의 나는 책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서 많이 읽고 있다. 또 오늘처럼 정리가 되지 않은 복잡한 생각들과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 책을 읽기도 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마음이 편할 때 책을 읽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렇기에 더 울컥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니 어떤 이는 마음이 편해야 책을 읽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각자 삶의 방식이 다르듯, 각자의 독서 스타일도 다르고 책을 읽는 이유도 다른 게 당연한 것이다. 


 이런 생각에 이르니 괜스레 울컥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각자의 방식대로 각자가 보인대로 말한 것뿐일 텐데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내 몫인데 상대방을 탓한 것 같아서이다. 이번 계기로 좀 더 성숙한 내가 되길 바라본다. 또 정말 마음이 편할 때 책을 읽어보고 어떤 느낌인지를 알고 싶어졌다.


여러분은 어떨 때 책을 읽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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