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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채원 Jul 04. 2017

한여름 밤의 꿈

무드셀라 증후군 - 어쩌면, 인간의 본능일지도

  누군가 그랬다. 나빴던 감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희석되고, 수많은 기억 중 결국엔 좋았던 추억만 남는다고. 머리로만 이해하던 그 말을 이제서야 비로소 온몸으로 느낀다. 미움도, 사랑도 영원할 수 없음을. 그리고, 절대적으로 옳은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 순간에는 심사위원 모두가 10점 만점을 준 판결이었다 해도, 인간이란 망각의 동물은 한 조각의 미련이라도 기어코 남기고야 만다.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란 감정에 무뎌진 이유가. 영원의 부재를 깨달았음에, 내면의 감정 또한 우리의 겉모습처럼 시간에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것이기에.

한때는 사랑이 유일무이한 영원이라 믿었다.


  확신은 없다. 그 때 내 앞에 놓여져 있던 두 갈래의 길 중 다른 길을 걸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디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있을지.

다만 주변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이기적인 선택을 했던 만큼, 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걸까.

간만에 꾼 네 꿈이, 안그래도 산란한 내 머릿속을 더 어지럽게 만든, 유난히도 습한 여름밤이었다.


  너의 기억도, 어쩌면 희석되었을까.

여과지에 걸러진 원두의 찌꺼기처럼 나쁜 기억은 거둬지고, 행복했던 추억만 은은한 커피향처럼 네 마음에 남아있기를, 그러면 좋겠다.


  너를 위해서,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이기적인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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