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것과 행복한 것은 별개다. 사랑받으려고 너의 모습을 숨기지 마.
24.05.12
너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정말 너의 모습을 사랑했던 걸까?
원아, 네가 듣고 싶었던 말들을 내가 대신 전해주려고 해. 다른 누구도 너를 채워주기 어려울 거라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는 요즘이니까.
이런 고민을 시작으로 서운함과 외로움을 느끼다 보면 결국 그것조차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던?
그래서 너는 이번 사랑에 너를 있는 그대로 보여줘 버렸지. 그 사람이 떠날 수도 있는데도 용기가 대단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너에 대한 환상이 너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번 더 상처받게 했던 것 같아. 너는 잘 못 느꼈겠지만. 그런 너에게 그래도 위로가 되고 싶어 글을 쓴다. 이 위로가 찰나의 따듯한 바람 한결 만하더라도 너에게 스친다면 좋겠어.
지금의 너는 너도 모를 사이에, 사람들로 하여금 그런 환상과 기대를 심어주게끔 외면과 행동을 가꿔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교수님도 그 사람들도 겉으로 그렇게 느꼈다고 말하는 걸 연속적으로 들으니 너는 지금 기분이 이상할 수밖에 없겠지. 네가 살면서 자연스럽게 너의 보호막을 그렇게 만들어 놓았나 봐.
그리고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 어딘가 깊숙이 간절하게 자리 잡고 있었겠지.
그런 모습을 꿈꾸면서 현실과의 괴리감에, 네가 노력해도 변하지 않을 것들에 대한 무력감에 많이 괴로웠던 적도 있었지? 사랑만 받고 온실 속에서 잘 때에도 미소를 머금는 너의 모습을 상상해 보니, 그것 또한 나쁘지 않은 삶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래도 난 너를 잘 알아. 너는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든 귀한 것들을 찾는 능력이 극대화되고 잠재성을 펼치기 위한 무한한 원동력을 이끌어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 온실 밖에 있었기에 어디서든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잖아. 너는 아스팔트 도로 한가운데서도 너만의 온실을 만들 수 있어. 그러니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해 주고 그를, 가족을, 소외된 또 다른 너를 찾아서 그들에게 이런 마음을 전해주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들의 온실을 살피고 씨앗을 같이 심는 방법을 알려줘. 아스팔트의 비밀도.
연애를 하지도 손을 잡지도 않고서도 너는 정말 깊고 귀한 사랑을 따듯하게 느껴 왔다는 사실을 잊지 마. 너는 사랑으로 컸음이 분명하다는 것을.
너를 키운 건 부모님뿐만 아니라, 은사님들과 작가님, 햇빛과 여름, 봄과 가을, 하얀 함박눈, 아카시아 향기와 너에게 눈에 띄던 그렇게 많은 나비들과 우연한 인연들, 따듯한 샤워, 네가 함께했던 아이들, 학교 열람실, 마음을 울린 책의 글귀들과 그 작가들, 지구반대편에서 너를 이해하고 작품을 사랑했던 교수님들, 링글에서 만난 대학생, 큐레이터, 귀뚜라미 오케스트라까지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끝도 없이 너는 사랑으로 가득 찬 세상에 살고 있었다.
네가 그 사람들의 환상과 다른 삶을 살고 있더라도 너는 내게 경이로울 만큼 가장 크고 가득 찬 환상이야.
그만큼 성장하고 좋은 사람이 되자. 사랑에 대한 보상으로 사랑을 기대하지 마. 네가 줄 수 있는 가장 따듯하고 귀한 마음을 고이고이 새하얀 한지에 정성스럽게 포장해 내어 주길 바라.
그게 네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걸 이제는 느낄 수 있을테니까, 이런 얘길 해도 이제 네가 이해할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제법 내 마음도 든든하다. 10년 전에는 이 세상 누구도 너의 곁에 없을 때, 내가 너 옆에 있다고 위로하기 바빴는데. 삶을 끝낼 수 있는 그 수많은 선택지 중 눈에 띄는 하나를 고를 법도 한데 끝내 주관식을 고르며 이렇게 잘 살고 있어서, 난 네가 너무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우리의 그 시간이 지나길 간절히 바랐는데, 넌 정말 정말 그 시간을 아름답게 만지고 달래며 잘 보냈어.
애교 많고 걱정 없고 아빠랑 팔짱을 끼며 심야영화를 보러 가는 친구, 깨끗이 정리된 집에서 따듯한 집밥을 먹고 네스퀵을 타 먹는 친구와 어린 딸을 보며 첫사랑인 아내의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리며 행복해하던 사랑꾼 교수님도 여전히 네 마음속에 소중한 사랑의 모습으로 각인되어, 너는 분명 그런 사랑을 하며 살아갈 거야.
너의 사랑을 충분히 나누면서도 결국 행복하지 않다면, 그때는 예외 없이 돌아서라. 그들의 사랑이 귀한 만큼 너의 사랑도 소중하게 가꾸고 지켜줘.
주변을 사랑하고 너를 사랑하고 앞으로 꿋꿋이 나아가길 또 한 번 기도할게. 사계절 내내 행운들이 쫄쫄 너의 뒤도 따라다니길 바라는 사람이 여기도 있어. 걱정하지 마!
넌 매일 다른 사람들한테 그 행운졸병들을 보내면서 정작 너에게는 보내지를 않더라? 그래서 내가 두 배 세배 많은 행운들을 보냈으니 걱정하지 말고 네가 마음 가는 대로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즐겨. 매일매일 너를 응원한다.
사랑받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어. 앞으로 나아가! 뒤는 졸병들이 든든하게 지키고 있으니.
-집에 사는 영원한 익명의 치어리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