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사서함, 3

할머니의 정원

by 빵도자기 장인

상추밭은 꽃밭보다 아름답다


보들보들한 잎

푸릇푸릇하고 단단한 잎과

보랏빛에서 진한 자줏빛이 도는 초록색 잎이

여기저기 모여

자기들끼리 빛을 모으고 밤을 지새운다

그 빛으로 온기를 만드는가 보다


할머니는 그것들을 사랑한다

할머니가 만든 텃밭은 내가 본 정원 중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워

가만히 엄마와 할머니와 같이 그늘움집에 앉아있을 때

마음이 뜨거워 눈시울이 뜨거워 질정도로

이 평화로움을 곱씹고 아끼며

언젠가 나의 정원도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정원에 앉아 쓸데없고 유치한 대화를 하게 될까

기대하지 않으면서 기대하게 되는 것이

불안하고 설렌다


-분당 지각쟁이 초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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