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찾아 도착한 회사에는 남의 꿈만 있었다
꿈은 꼭 있어야 하는 걸까? 오늘은 회사라는 조직 내의 역할과 그 안에서 이루고 싶은 꿈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내가 1년 뒤에 회사라는 것을 다니고 있을지 조차도 잘 모르겠다. 직업적인 성과를 크게 내야만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120세 인생에서 직업이란 것 자체가 삶을 유지하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직업적인 꿈 외의 다른 인생에 꿈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너무 많다. 크고 작은 것들이 매일매일 생겨난다. 나는 글을 잘 쓰고 싶고, 또 수영을 잘하고 싶고,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싶고, 지독한 홍콩의 여름을 겪고 싶기도 하다. 아 최근에는 부산 밀면이 너무너무 먹고 싶기도 하고. 도예도 배우고 싶었는데 이번 주말에 공방을 가기로 했으니 꿈 하나를 이룬 셈이기도 하면서.
직업과 일이란 뭘까. 누구에겐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에 불과할 것이며, 누구에겐 커리어를 위해 인내하는 인고의 과정일 수도 있겠다. 그 중에서 분명 일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는 거고. 나는 어떤가 생각해보니 글쎄,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싫진 않지만 그렇다고 피가 끓게 흥미진진하거나 신나는 것도 아닌 거 같다. 솔직하게 이 지구에 일을 신나게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냥 주어진 일을 하나씩 해치울 때에 거기서 오는 몰입감이 즐거울 뿐이다. 사실 어떤 일이든 그렇지 않나. 하물며 아주 사소한 청소나 설거지 같은 일에서도 몰입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듯이.
일이 매번 짜릿하고 신나지 않아서 고민이라거나 슬픈 건 아니다. 반대로 나는 일을 지나치게 사랑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이나 회사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거기서 받을 상처도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사랑하고 좋아해야만 잘할 수 있는 걸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누구보다 열심히 사랑하는 사람이 연애를 잘하지는 않듯이 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이성적일 수 있고, 좋아하진 않지만 나에게 주어진 것이기에 나를 위해 열심히 할 수도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내게 주어지는 일들은 ‘내 것’이기에, 나는 내 것을 어떤 것도 소홀히 하고 싶지 않기에 최선으로 행하는 것이다.
방식에는 정답이란 게 없다. 높낮이도 없다. 재료의 성질에 따라 조리법이 달라져야만하듯이, 인생 역시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센 불에 뜨겁게 달구어져야만 맛이 나느냐, 은은히 오래 끓여야 알맞게 익느냐. 그 두 가지 방식은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니까. 통념적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열정이 넘치는 사람, 도전 의식과 의욕으로 가득 찬 사람... 그런 이에겐 그런 삶의 방식이 맞는 것이다. 나에게는 또 나만의 방식이 내 인생을 맛을 내는 조리법인 것이고. 그렇게 각자의 방식대로 사는 것이다. 각자의 맛을 내며 말이다.
잘 먹고 잘살아야지. 좋아하는 일은 자주 하고, 싫어하는 일은 덜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