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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won Kong Aug 31. 2021

마케팅에 과연 불변의 법칙이 존재하는가?

책 <마케팅 불변의 법칙> 소개

경영학에서 변하지 않는 법칙을 찾으려는 노력은 종종 있어 왔다. 성공의 공식, 전제가 되야 할 기본 원리. 마치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원리를 설명하는 듯한 법칙을 많은 이들이 찾아 왔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도 그런 책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5121615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내용들

몇가지 강력하고 와닿는 법칙들이 있다. 첫 번째로 '리더십의 법칙'이다. 책은 이렇게 말한다.


더 좋기 보다는 최초가 되는 편이 낫다.

저자들은 당신의 제품이 고객들의 '기억 속의 최초'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사람은 누구인가? 찰스 린드버그다. 두번째는? 우리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한편, 여기서 '최초'가 되라는 말은 '고객 기억 속의 최초'를 말한다. 이전에도 전기차는 존재했고, 무려 1900년대 초반에 발명된 것이다. 하지만, 고객들은 '테슬라'를 사실상 최초의 전기차와 동일시한다.


한편, '최초'라는 단어는 카테고리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들어, 최초의 PC와 최초의 노트북은 구분된다. 굳이 말하자면 노트북은 PC에 포함되지만, 최초의 노트북을 만든 회사는 최초의 PC를 만든 회사 만큼이나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들어, 우린 대서양을 두번째로 횡단한 조종사를 기억하지 못한다(첫번째는 린드버그 였다). 하지만, 세번째로 횡단한 조종사는 기억한다. 그 사람은 아멜리아 에어하트다. 그녀는 대서양을 세번째로 횡단한 조종사이자, 대서양을 '최초'로 횡단한 '여성' 조종사다. 즉, 여성으로서 최초이기에 사람들은 기억한다.


이외에도 이 책은 마케팅에서 한 브랜드가 하나의 단어를 소유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른 브랜드에 선점되지 않은 단어를 소유하기 위해 펼치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한다. 


예를들어, '하이브리드 자동차'라고 하면 도요타를 생각한다. 현대자동차가 더 좋은 하이브리드를 만들어도, 도요타를 이기기 쉽지 않다. 자동차에서 '안전'이라는 단어는 볼보의 전유물이다. 제네시스가 충돌 테스트에서 볼보를 이길 수는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볼보보다 안전한 자동차가 되기는 힘들다.


그러나 부족한 근거와 논리성

직관적이고, 일견 타당한 주장들이 많다. 하지만 근거와 논리성은 확실히 부족해 보인다. 여기서 '법칙'이라는 단어를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과학에서 '법칙'이 되려면, '우리 할아버지가 인생 살아보니까 그렇다더라' 정도로는 부족하다.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일반화 되어야만 비로소 법칙이다. 하지만 이 책은 할아버지 정론 식의 논리로 법칙을 만들어 내려 한다.


예를들어, '이원성의 법칙'은 장기적으로 한 시장에서 1등과 2등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몇가지 예시를 든다. 비디오게임기 시장에서의 닌텐도, 세가, NEC를 예로 들며 닌텐도와 세가만 살아남을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현재, 이 세 회사 중 살아남은 회사는 단 1개이며, 닌텐도, 소니, 마이크로스프트(엑스박스)의 삼파전으로 귀결되었다.


문제는, 틀린 사례들을 언급했다는 데 있지 않다. 문제는 증명하는 논리의 구조에 있다. 열가지의 예시를 대고, 그 열가지 예시에서 시장이 1, 2등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서, 그것이 다른 수백만 가지의 시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는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콜라 시장이 코카콜라와 펩시로 재편되었다고 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도 폭스바겐과 도요타로 재편될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저자가 범하고 있는 오류는 이것이다.

우리가 태양을 보면, 태양은 마치 지구 주위를 도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오류를 범하는 이유는,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우리 자신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멈춰있고, 나머지가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지구가 움직이고 태양은 멈춰있을 가능성'을 단순히 풀밭에 누워 하늘만 봐서는 알기 힘든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이 느낀 법칙을 기술했다. 그러나 이것은 '무릎이 시리니 비가 내릴 것이다'를 뛰어넘는 법칙이 되지 못한다. 10년 연속으로 무릎이 시릴 때마다 비가 내릴 수 있다. 보통 비가 내리는 것은 저기압에서이고, 저기압이 무릎을 시리게 하는 것이기에 확률적으로는 비가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법칙이 되긴 힘들다. 할머니의 무릎이 시린 것을 보고 우산을 장사하러 나가는 것 보다는, 기상청의 예보를 믿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이 책은 결코 기상청이 되지 못한다. 제대로 된 통계 수치도 없고, 심지어는 참고문헌이나 정보의 출처도 밝히지 않았다. 경험에서 온 법칙(Rule of Thumb), 소위 무릎팍 이론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읽고 고민해보되 맹신은 말아야

그렇다 하더라도 한번쯤 읽어볼만한 가치는 있다. 애초에 모든 책은 맹신해서는 안 된다. 과학에서 말하는 '이론'도 틀릴 수 있다. 절대불변의 진리란 어쩌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릎팍 이론이라도, 불완전하고 예측불가능한 경영 세계에서는 도움이 된다. 경영세계에는 사실 기상청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물며, 기상청 운동회 날에는 꼭 비가 내린다는 말이 있을 만큼, 심지어 기상청도 정확하지는 않다. 무릎팍 이론은 정답이 아니다. 하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정답에 근사치를 제시한다. 그런 점에서 참고할만 하다.


마케팅에 진리란 없을 수도 있다. 불변의 법칙도 변화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신선한 시각들을 준다. 예를 들어, '이미 다른 브랜드에 선점당한 단어를 뺏어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명제는 틀린 사례도 있을 수 있다. '스마트폰'이라는 단어는 사실상 애플이 선점한 단어일 것이다. 최초의 스마트폰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노키아나 소니를 떠올리기보단 아이폰을 떠올린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1등이며 애플이 2등이다. OS만 놓고 보면 안드로이드가 74%이며 iOS가 25%이다. 하지만, '다른 브랜드에 선점당한 단어를 뺏어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알아두어 나쁘지 않다. 자동차에서 '안전'은 볼보의 소유이고, '품질'은 도요타의 소유이며, 드라이빙의 즐거움은 'BMW'의 소유이다. 테슬라는 '안전'도, '품질'도 아닌 '전기차'라는 하위 카테고리를 노림으로써, 보다 쉽게 시장을 리드하는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폭스바겐 및 도요타와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품질과 10년 보장 프로그램, 제네시스 브랜드로 대변되는 '안전'과 '럭셔리함' 등은 이미 시장의 다른 플레이어들이 선점한 단어이다. 그들이 쉽지 않은 싸움을 벌이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물론, 현대가 모두를 이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분명 '보다 쉬운 길'도 존재하는 것 같다.


경영은 예측 불가이기 때문에, 유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한번쯤 일독을 권하지만, 결코, 결코, 어떤 한 이론만을 맹신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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