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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won Kong Aug 16. 2021

세스 고딘의 <Tribes> 다이제스트

세스 고딘의 Tribes를 소화하는 법

세스 고딘의 <트라이브즈(Tribes)>는 꽤 이전(2008년)에 나온 책이지만, SNS가 발달하고 MZ세대가 주목받는 지금이야말로 가장 읽기에 적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가벼운 책이기에 비교적 술술 읽을 수 있으니, 관심이 간다면 직접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는 자그마한 스타트업에서 마케팅과 브랜딩을 책임지는 책임자의 입장으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의 독자는 다양할 것이다. 비영리기업의 임직원, 기업의 경영자, 동아리의 운영진 등등. 다양한 관점들과 독서법이 있겠지만, 나는 마케팅과 브랜딩의 관점으로 이를 다이제스트해 보려고 한다.



많은 기업들은 일반 대중을 상대로 마케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쓴다. 그러나 현명한 조직은 그 시간에 부족을 만든다.


한 조직의 마케팅 책임자로서 참 뼈 아픈 문구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고객에게 도달하기 위해 그저 마케팅 예산을 집행하고, 하염없이 광고를 태운다. 이런 과정에서 광고 효율은 높아지지 않고, 매출은 느는데 정작 이익은 늘지 않는 어려움에 빠져들고 만다.

보통 회사의 경영진은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평균적인 제품을 평균의 사람들에게 팔려고 한다. 안정적인 환경에서는 옳은 전략이다.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하고, 비용을 줄이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제 평균적인 것은 당연하게 여겨지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고, 아무도 찾지 않는다.


세스 고딘은 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진정한 리더라면 마케팅 메시지에 노출되는 고객의 수에 신경 쓰는 대신, 일반적인 호의를 가진 사람을 진정한 팬으로 바꾸는 게 진정한 성공임을 알아야 한다.


원론적으로 당연한 얘기다. 학창시절 마케팅 수업에서, 경영학 강의에서 귀 아프게 들었던 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실무에서 마케팅을 집행하다 보면, 자꾸만 파격보다는 안정성을 좇게 된다. 작은 기업은 위태롭기 때문에, 한 발만 장전할 수 있는 머스킷 총처럼, 한 발 한 발을 정확히 조준해 조심히 쏴야 할 것만 같다. 여러발을 난사해 한 발만 명중하면 된다는 대기업식 마인드로는 마케팅을 할 수 없기에 더 그러하다. 자연스레 모두가 좋아할 만한 무난한 제품과 무난한 메시지를 담는 쪽으로 관성적으로 쏠리게 된다.


하지만 평범해지려는 관성은 사실 가장 위험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더 이상 평범한 것에 열광하지 않고, 평범한 제품들만으로는 팬층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치약을 예로 들어 보자. 사람들이 좋아하는 무난한 치약은 2080 히말라야 핑크솔트 치약과 같은 것이다. 적당히 화하고, 적당히 개운하고, 적당히 달달하며 감미롭다. 이런 치약은 가격도 저렴하고 불호가 적다. 하지만, 2080은 수십년이 된 장수 브랜드다. 우리 같은 스타트업이 2080같은 무난한 치약을 출시한다면? 적어도 2080을 쓰는 많은 평범한 소비자들은 결코 우리 제품으로 넘어오지 않을 것이다. 평범한 소비자를 설득하지 못하고, 소수의 열광하는 팬도 가지지 못한다면? 아마 실패로 이어지는 가도를 달리게 될 것이다.


여기서 "보랏빛 소"가 등장한다. 세스 고딘은 "보랏빛 소(Purple cow)"라는 말을 즐겨 쓰는데, 남들과 차별화되야 살아남는다는 마케팅의 대원칙을 표현한 것이다.


갈색 소는 지루하고, 보랏빛 소는 언급할 가치가 있다. 보랏빛 소를 만드는 아이디어들은 퍼져나가고, 보랏빛 소를 출시한 조직들은 성장한다. 오늘날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의 본질은 보랏빛  소를 만드는 데 있다.

평범한 것은 주목받기 어렵다. 이미 평범한 것은 레드오션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것은,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과 같다.


모두를 이끌려고 하면 아무도 이끌지 못한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많은 사람을 끌어모으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따르기로 선택한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작은 기업일 수록, 소수의 열광적인 팬층, 다시 말해 tribe를 확보해야 한다. 그것이 가장 안전한 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전부터 사오던 걸 구매하기 때문에... 당신은 대부분의 사람들을 좇으면서 경력을 쌓거나 사업을 키우거나 부족을 먹여살릴 수는 없다.

세스 고딘의 말은 우리같은 스타트업의 마케팅 담당자에게는 뼈 있는 말로 다가오는 것 같다. 소비재 스타트업인 우리는 P&G나 애경, LG생활건강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없다. 그들의 고객은 우리 고객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차지한 파이가 크고 확실히 보이기 때문에, 주의하지 않으면 자꾸만 그 쪽을 바라보고 군침을 흘리게 된다.


세스 고딘은 이런 갈등하는 마케터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로 쐐기를 박아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다른 부족의 일원이다... 유대인들이 기독교로 개종하도록 광고를 <뉴욕타임즈>에 싣는다고 생각해보라...소용없는 짓이다. 사람들은 바꾸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부족의 가장 충성스러운 구성원들을 당신과 함께하도록 설득해봤자 부족은 성장하지 않는다... 대신 (새로운) 부족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영입해야 한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이미 쓰는 치약을 쓴다. 이미 쓰는 샴푸를 쓴다. 하지만, 결코 적지 않은 수의 소비자들은 자신이 익숙하게 써온 제품들에 불만족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선다. 얼리 어답터? 그럴지도 모른다. 그들을 얼리 어답터라고 부르건, 까다로운 취향의 소유자로 치부하건, 그들은 소수지만 확실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발견하면, 그 제품에 열광하고 열렬한 옹호자가 된다.


부족은 가장 강력한 마케팅 채널이다.
부족은 당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한다. 적극적이고 자발적이다.

한 사람의 부족원이 세 사람의 친구들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한다. 그렇게 바이럴이 생기고 신념은 확산된다.


지금껏, 마케터로서 적지 않은 것들을 시도했다. 먼저, 인스타그램 광고를 집행했다. 키워드 광고도 집행했다. 상품 판매 플랫폼에서 적절한 광고 키워드들을 발라내며 ROAS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문득, 세상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모두가 만족하는 제품은 정확히 그런 제품이다. 망치도 되고 드라이버도 되는데, 딱히 망치보다 못을 잘 박지도 않고, 드라이버보다 나사를 잘 조이지도 못한다. 좋게 말하면 망치이자 드라이버고, 나쁘게 말하면 망치도, 드라이버도 아니다. 


세스 고딘의 Tribes는 말한다. 보랏빛 소가 되라. 그리고 열광하는 부족을 가지는 데 투자하라. 그것이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마케팅보다 훨씬 성공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부족의 조건은 무엇일까?

부족은 어떻게 탄생하는 것일까?

세스 고딘에 따르면 아래 2개의 조건을 만족해야 부족을 형성할 수 있다.

공통의 관심사

구성원 간의 소통 방법


나는 이 책을 읽고, 우리 회사의 전략을 아래와 같이 수정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퍼포먼스 마케팅, 리타겟팅 광고도 좋지만 충성유저를 확보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느리더라도 인스타그램에서 우리 사상과 제품에 공감하는 진성 팔로워를 늘려야 한다. 지름길은 없다.

소수지만 열광하는 고객이 존재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튀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너무 독특해 일반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을 것 같아 두렵더라도, 소수라도 강력히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길을 가야 한다는 의미다.

고객들이 우리와, 고객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은 노션 페이지가 될 수도 있고, 우리 SNS 채널일 수도 있다. 

트위터와 블로그를 시작해야 겠다. 인스타그램은 subscribe 기반의 단방향 소통 채널이다. 사진 위주의 글을 올리면, 구독자는 그것을 읽는 방식이다. 구독자가 중심이 되어 글을 퍼뜨리긴 어려운 채널이다. 반면에, 트위터는 상호작용이 보장되는 양방향 소통 채널이다. 구독자도 컨텐츠의 생산자가 될 수 있고, 재생산에 기여하기도 쉽다. 블로그는 양방향 소통은 제한적이지만, 인스타그램보다 글 중심의 소통에 용이하다. 더불어 40대 이상의 고객들에게 다가가기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신생 기업의 경영진으로서, 전략을 수정한다는 것은 항상 두렵다. 언제든 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업가는 "성공"이 아닌 "학습"의 관점에서 매 결정을 접근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은 든다. 중요한 것은 실패하더라도 더 큰 배움을 창출하는 것이다. 작은 성공보다는 큰 배움이 낫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더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세스 고딘의 말을 참고해 우리만의 Tribe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충분히 도전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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