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고 싶은 동시에 받아들여야 흔적
긴 바지를 입기 좋은 계절이 왔다. 봄바람이 불어오는 거리에서 내 또래들은 짧은 치마와 반바지로 하얀 다리를 드러낸다. 그들의 가벼운 발걸음이 눈에 띌 때마다 나는 멈춰서서 양말목을 당겨올린다. 나는 사계절 내내 긴 바지를 입는다. 내 다리에는 흉터가 많기 때문이다.
어릴 적, 내 피부는 쉽게 가려웠다. 작은 가려움에도 참지 못하고 손이 먼저 갔다. 짧은 손톱으로 가려움이 사라질 때까지 긁어냈고, 상처 위로 밤색 딱지가 올라왔다. 밤이면 더 심해지는 가려움은 나에게 견디기 힘든 유혹이었다. 하루 종일 참다가도 잠결에 나도 모르게 긁어댔다. 뜯겨나간 딱지 자리에서 흐른 피는 이불에 얼룩 무늬를 만들었다. 그렇게 피와 딱지가 수없이 교차하며 종아리에는 깊은 흔적이 남았다.
긴 바지는 이런 상처들을 감추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종아리에 새겨진 흔적들은 나의 어린 날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것은 단순한 피부의 흠집이 아닌, 어린 시절의 부주의와 연약함을 보여주는 지도이다. 매일 샤워를 마치고 거울에 비친 흉터를 볼 때면, 나는 그 시절의 작은 나를 마주한다.
2024년 11월 25일
글쓰기 수업 숙제를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