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메리카노에 초코 머핀을 시키는 이유
초코 머핀 하나랑 아메리카노, 차가운 거로, 네네, 그렇게 주세요
일요일 오후, 점심 식사 대신 카페를 찾았다. 역시, 집에 있으면 하나도 집중이 안 돼. 주문을 마치고 이 자리 저 자리 눈치를 보다 구석진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펼친다. 검정색 바탕화면 위, 내 머릿속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인터넷 사이트, 문서 프로그램, SNS, 메신저가 어지럽게 펼쳐져 있다. 흠…일단 다 닫고 시작하자.
“에고”
그래, 뭐라도 해야지, 어쩌겠어. 비실비실한 노트북 배터리처럼 닳아버린 내 열정에도 충전기를 꽂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충전기를 꽂자 노트북은 환하게 얼굴을 밝힌다.
“머핀이랑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나도 충전해야지. 아메리카노를 쫍 마신다. 어렸을 때는 이 쓴 아메리카노를 왜 먹나 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커피, 그 맛만 내겠다는 깔끔함, 얼음보다 시원한 느낌, 착한 가격, 그리고 카페인. 이것 저것 어느 하나 과하지 않는 것이 없는 요즘 시대에 아메리카노는 유난히 돋보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끝 맛은 매번 씁쓰름한 여운을 남긴다. 공짜는 없구만.
초코 머핀은 달콤했다. 차갑고 씁쓸하게 식은 입 안을, 따뜻하고 달콤하게 덮어준다. 초코는 언제나 어른을 아이로 만들어 주는 듯해. 뭔가 입 안에 초코가 남아 있는 동안에는 고민을 잊게 만들고, 어디론가 도피할 시간을 주는 것 같아서. 매일은 아니지만 힘들 때마다, 지루할 때마다 생각나는 이유가 있다.
초코 머핀을 우물우물 입에 문 채 멍하니 창문 밖을 봤다. 달다. 참 달다. 쓴 아메리카노에 초코 머핀은 더 달다. 하나만 시켰으면 아쉬울 뻔 했네. 아메리카노를 마시니 초코 머핀이 땡기고, 초코 머핀을 먹으니 씁쓸한 아메리카노가 생각난다. 하긴, 뭐든지 마찬가지 아닐까. 단 것만 있는 세상은 좋아 보이지만 결국 물리기 마련일 것이고, 깔끔한 것만 있는 세상은 편하겠지만 재미는 없을 것이다. 단 게 있어야 쓴 게 있는 거고, 쓴 게 있어야 단 게 있는 거다.
지금 이 순간이 쓰다고 징징 거린 나를 돌아보게 되네. 쓸 수 있지, 또 그게 필요한 걸 수도 있고. 매번 쓰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끝은 달콤했다. 달콤하기만 해서 쓴 것을 선택한 순간도 있었고. 결국 달고 쓰고는 필연적이고, 필수다.
노트북 안 어지럽게 펼쳐진 화면을 정리한다. 쓴 것인지 단 것인지 구별도 되지 않는 요즘이지만, 분명 그 다음에 올 초코 머핀 혹은 아메리카노의 맛을 더 돋보이게 해주겠지.
흠…머핀하고 커피에 인생을 배우네.
함께 소통해요.
@글쓰는 차감성 (https://www.instagram.com/cha_gamsung_/)
우리의 감성을 나눠요.
@소셜 살롱, 감성와이파이 대표 (https://gamsungwifi.com/)
한국영화를 소개해요.
@한국영화박물관 도슨트 (https://www.koreafilm.or.kr/museum/m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