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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감성 Sep 04. 2019

시원한 아메리카노와 따뜻한 머핀

내가 아메리카노에 초코 머핀을 시키는 이유


초코 머핀 하나랑 아메리카노, 차가운 거로, 네네, 그렇게 주세요

일요일 오후, 점심 식사 대신 카페를 찾았다. 역시, 집에 있으면 하나도 집중이 안 돼. 주문을 마치고 이 자리 저 자리 눈치를 보다 구석진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펼친다. 검정색 바탕화면 위, 내 머릿속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인터넷 사이트, 문서 프로그램, SNS, 메신저가 어지럽게 펼쳐져 있다. 흠…일단 다 닫고 시작하자.


“에고”


그래, 뭐라도 해야지, 어쩌겠어. 비실비실한 노트북 배터리처럼 닳아버린 내 열정에도 충전기를 꽂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충전기를 꽂자 노트북은 환하게 얼굴을 밝힌다.


“머핀이랑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나도 충전해야지. 아메리카노를 쫍 마신다. 어렸을 때는 이 쓴 아메리카노를 왜 먹나 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커피, 그 맛만 내겠다는 깔끔함, 얼음보다 시원한 느낌, 착한 가격, 그리고 카페인. 이것 저것 어느 하나 과하지 않는 것이 없는 요즘 시대에 아메리카노는 유난히 돋보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끝 맛은 매번 씁쓰름한 여운을 남긴다. 공짜는 없구만.


초코 머핀은 달콤했다. 차갑고 씁쓸하게 식은 입 안을, 따뜻하고 달콤하게 덮어준다. 초코는 언제나 어른을 아이로 만들어 주는 듯해. 뭔가 입 안에 초코가 남아 있는 동안에는 고민을 잊게 만들고, 어디론가 도피할 시간을 주는 것 같아서. 매일은 아니지만 힘들 때마다, 지루할 때마다 생각나는 이유가 있다. 


초코 머핀을 우물우물 입에 문 채 멍하니 창문 밖을 봤다. 달다. 참 달다. 쓴 아메리카노에 초코 머핀은 더 달다. 하나만 시켰으면 아쉬울 뻔 했네. 아메리카노를 마시니 초코 머핀이 땡기고, 초코 머핀을 먹으니 씁쓸한 아메리카노가 생각난다. 하긴, 뭐든지 마찬가지 아닐까. 단 것만 있는 세상은 좋아 보이지만 결국 물리기 마련일 것이고, 깔끔한 것만 있는 세상은 편하겠지만 재미는 없을 것이다. 단 게 있어야 쓴 게 있는 거고, 쓴 게 있어야 단 게 있는 거다. 


지금 이 순간이 쓰다고 징징 거린 나를 돌아보게 되네. 쓸 수 있지, 또 그게 필요한 걸 수도 있고. 매번 쓰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끝은 달콤했다. 달콤하기만 해서 쓴 것을 선택한 순간도 있었고. 결국 달고 쓰고는 필연적이고, 필수다.


노트북 안 어지럽게 펼쳐진 화면을 정리한다. 쓴 것인지 단 것인지 구별도 되지 않는 요즘이지만, 분명 그 다음에 올 초코 머핀 혹은 아메리카노의 맛을 더 돋보이게 해주겠지. 


흠…머핀하고 커피에 인생을 배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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