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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감성 Nov 10. 2019

난생 처음 기부행사에 갔다.

비우고, 사랑해서 채워야지.

처음 기부행사에 갔어. 


 저기 먼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더러운 물을 뜨기 위해 무거운 웅덩이를 지고 매일 6km를 왕복한다는 거야. 이 기부행사는 그 아이들을 후원하는 동시에, 아이들의 아픔에 조금이나마 공감해보자는 취지에서 6km를 걷는 행사였어.


 이야기했듯이 이런 대규모 행사에는 처음 가봤는데, 참…좋더라. 행사가 열린 호수공원의 가을 풍경도 예뻤고, 오랜 만에 한 운동도 좋았지. 근데 뭐가 제일 좋았냐면, 사람들이 좋았어. 거기에 참여한 사람들 말이야. 남녀노소, 연인, 친구, 가족 할 것 없이 행사장에서 나눠 준 주황색 티셔츠를 입고 달리기를 준비하는데 그 모습이 참 예뻤어. 아이들은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커플들은 나란히 걷고, 친구들은 이런 저런 포즈의 사진을 찍으면서 있었지. 



 그게 뭐가 좋냐고? 그냥 그 속에 내가 있다는게 좋았어. 매일 뉴스에는 서로가 서로를 해치는 일이 가득하고, 착한 사람들보다 나쁜 사람들이 힘을 좌지우지하는 세상을 보여주잖아. 나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라고 분노하며 살았는데, 이 행사에 와 보니 그 수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본인과 전혀 상관없는 저 먼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위해 이렇게 힘을 모으고 있었던거야. 세상에는 정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가 할 수 있는 일로 서로를 돕고 있구나…이 사실을 그냥 알고만 있던거랑,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더라.


 그러면서 뭔가 반성하게 되더라. 사실 이번 기부행사도 어쩌다 가게 된 거지. 월드 비전의 ‘김혜자’ 선생님 영상을 보고 충동적으로 한 아이를 정기후원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연이 돼서 월드 비전이 주최하는 이 기부행사에도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었던 거야. 원래의 나라면 귀찮다는 핑계를 대서라도 참여하지 않았겠지.



 어떻게 보면 내가 애써 무시하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 내 앞가림 하기 바쁘다고. 또 다른 일이었던 거지. 더 돈을 벌어야 할 수 있는 일이고, 더 시간을 내야 하는 일이고,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일 말이야. 근데 오늘 보면서 느꼈어. 사랑을 베푸는 일은 거창한 일이 아니구나. 시작하면 시작할 수 있는 일이구나. 그리고 이렇게 사소한 일로 큰 기쁨을 느낄 수 있구나.



 도덕 교과서처럼 이야기하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기부행사 한 번 참여했다고 마음이 들떴네. 아무튼, 그냥 그랬다고. 이 기쁨이 특별한 일이 되지 않고 내 삶의 일부가 되었으면 좋겠더라. 비우고 사랑해서 다시 채워야겠다. 당장 내일이라도 자고 일어나면 이 감정을 잊을 지도 몰라. 사람은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잊을 수 있기에. 그래서 이렇게 쓴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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