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감성 Jan 26. 2020

여행에 관하여

나만의 '여행의 이유'



A 아 여행 가고 싶다.


B 나도

A 어디 가고 싶은데?

B 음… 얼마 전엔 코타키나발루 다녀왔고, 저번엔 베트남 다녀왔으니깐… 음…

A 뭐야, 많이 다녔네

B 그런가. 음… 어디 가지. 모르겠다, 근데 일단 여행 가고 싶어.

A 아무 데나 상관없어? 

B 지금은 아무 데나 상관없을 거 같아. 그냥 떠나고 싶은 느낌 알지. 아무 데나라도 가고 싶어.

A 나도 요즘 그래. 공항에 딱 도착했을 때의 설렘이 있잖아. 공항 가면서 잘 챙겼나, 놓고 온 건 없나 생각하면서 도착하면, 짐 수속을 밟는 거지. 거기 줄 서면 나랑 같은 여행지로 가는 사람들이 같이 줄 서서 일행끼리 얘기하잖아. 들떠서. 그거 엿들으면서 나도 같이 설레고.

B 그치, 공항 특유의 설렘이 있지. 인천공항에 소리 웅웅 울리는 거랑. 하아~그냥 떠나고 싶다.



A 왜, 요즘 힘들어?

B 힘들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고. 뇌를 꺼내다가 시원한 바람에 솨악 환기시키고 싶어. 지금 되게 끈적끈적하게 무언가가 엉겨있는 기분이야.

A 많이 답답하나 보네. 

B 응, 요즘 특히 그러는 것 같아. 예전에는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요즘은 여행을 ‘떠나고’ 싶달까.

A. 여행을 가는 거랑, 떠나는 거랑 다른 건가?

B. 음… 묘하게 다르지 않아? 가는 거는 ‘새로운’ 걸 익사이팅하게 경험하는 느낌이고 떠나는 거는 일상에서의 도피 라는 의미랑 ‘다른’ 걸 경험하기 위해서라는 느낌이 있어.

A. 지금의 일상이랑 연관이 있냐 없냐의 느낌이네. 음… 조금은 알 것 같아.

B 응응



A. 지금 네 일상이 싫은 거야?


B. 음… 꼭 그렇진 않아. 지금 하는 일도 생각해보면 괜찮고 그래. 심지어 이 일 하기 전의 나는 이 일을 엄청나게 하고 싶어 했으니깐. 

그래도 가끔이라도 이렇게 떠나고 싶은 이유는 반복되는 일들을 무미건조하게 받아들이는 ‘내 기분’ 때문이야. 단순히 일이 반복되고 지루한 거랑은 다른 이유지.

A 네 기분?

B 그래 내 기분. 일이 단순하게 반복되어도 내 기분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어. 다른 고민을 덮어주는 용도로, 나를 성장시키는 단계로, 사람과의 관계를 위한 도구 등등으로. 사용하기 나름이지. 근데 일이 아무리 다양하고 신나도 그걸 받아들이는 내 기분이 무미건조하면 그냥 그걸로 꽝인 거야.

A 재밌네. 여행은 그런 무미건조한 기분을 환기시켜주는 거고?

B 응, 지금 내 기준에서 여행은 그런 의미야. 일상에서의 도피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일상을 더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거지.



A 그렇구나. 근데 나는 여행 가는 이유가 아까 너가 말한 ‘새로운 걸’ 보러 가는 건데. ‘다른 거’라고는 생각 안 했어. 나는 내가 보지 못했던 풍경을 보고 전혀 다른 성향의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상황에 처하는 그 자체가 나의 폭을 넓힌다는 느낌이야.

B 무슨 폭?

A 나의 폭. 음… 사람의 경험이라는 게 ‘나’를 중심으로 겹겹이 쌓이는 거잖아? 나무의 나이테처럼 말이야. 여행을 가면서 느끼는 새로운 감정들이 나를 중심으로 얇게 하나하나 겹쳐지는 것 같아. 내가 새로워지는 거지. 

B 오…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다.

A 사람마다 다르겠지, 뭐. 여행과 일상이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나는 그것보다 일상은 나를 유지시켜주는 중심이고, 여행은 그 중심을 새롭게 새롭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계기라고 봐. 결국 이어져 있는 거지.

B 하긴 여행이 뭐 별거냐. 꼭 비행기 타야 하고, 기차를 타야 하는 건 아니니깐. 동네 벗어나서 안 가본 동네 가보고 하는 것도 여행이 될 수 있지. 

A 여행에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니깐. 사실 일상이 여행이 될 수도 있긴 하지. 아까 네가 말한 것처럼 네 기분에 따른 거니까. 



B 그래서 너는 어디 가고 싶은데?

A 나? 나는 이왕 가게 되는 거라면 유럽 일주 한 번 하고 싶더라. 어렸을 적에 부모님 따라서 가족 여행으로 가봤다고는 하는데 기억이 나야 말이지.

B 나는 생각해봤는데, 라오스 다시 한번 가고 싶더라. 거기가 내가 성인 돼서 처음으로 혼자 친구랑 준비하고 계획 세워서 떠난 해외여행이거든. 근데 너무 재밌게 놀아가지고… 물론 지금은 그 느낌이 안 나겠지만 그때 재밌게 놀았던 장소, 다시 한번 가보고 싶네.




@글쓰는 차감성




함께 소통해요. 
@글쓰는 차감성 (https://www.instagram.com/cha_gamsung_/)
우리의 감성을 나눠요.
@예술 살롱, 감성와이파이 대표 (https://gamsungwifi.com/)
한국영화를 소개해요.
@한국영화박물관 도슨트 (https://www.koreafilm.or.kr/museum/main)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