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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감성 Mar 10. 2020

EP00. 코로나를 피해 여행하는 법

이 시국, 가장 안전하고 저렴한 여행지 [내 방]


 그래, 나는 오늘 결심했다. 한 달간 여행을 떠나기로. 


 한 때, 여행지에서 한 달 살기가 유행했는데 이제야 그걸 실천할 때가 온 것이다. 악명 높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여전히 온 나라에 기승이고, 마스크 대란으로 외출을 꺼리게 된 지금, 나는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 준비를 하고 있다. 편안한 여행을 위해서 여행 준비는 최소한으로 한다. 그나저나 이 시국에 도대체 어디로 떠나냐고? 흠… 나만 알고 싶은 휴양지이긴 하지만… 특별히 이 곳까지 찾아온 독자들에게만 조용히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여권은 따로 필요하지 않다. 출국장은 거실이고 입국장은 방문 앞이다. 그렇다. 나는 오늘부터 한 달간 내 방을 여행하기로 했다.



 이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냐며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시는 분들도 계시겠다. 하지만 ‘내 방 여행’의 역사는 꽤나 오래되었다. 지금으로부터 226년 전, 그러니깐 1794년, 프랑스의 직업 군인이었던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Xavier de Maistre’ 는 42일 동안 내 방 여행을 떠났다. 42일간의 가택연금형을 받았던 그였지만, 위기를 기회삼아 ‘여행’을 떠난 것이다. 그는 그의 여행 경험을 담은 여행 에세이(?) ‘내 방 여행하는 법’을 출간했다. 


'내 방 여행하는 법'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 지음


 지금 그와 나의 상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나 역시 현재, 가택연금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런 자발적 자가격리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자타공인 집돌이였기에 이러나 저러나 집에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집에 있는 기간이 길어지자, 집돌이도 집돌이 상황 나름이구나를 깨달았다. 



 하루 종일 붙들고 있던 핸드폰을 내려놓고, 책상 앞을 떠나 내 방을 여행하기로 한다. 200여 년 전, 프랑스의 여행가가 그랬던 것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 계획을 세운다. ‘입국장’에 내려서는 우선 여행하기 좋은 스팟을 골라 짐을 풀어야지. 그리고 나선 투어들을 신청해야겠다. 여행지의 역사를 알기 위해 ‘유적지’를 투어하고, 또 현재와 미래가 가득 담긴 ‘시티 투어’도 잊지 말아야지. 맞다, ‘휴양지’인 만큼 푹 쉬는 호캉스도 생각해봐야겠다. 



우리는 종종 ‘행복’을 찾기 위해 저 먼 곳을 바라보곤 한다. 하지만 ‘내 방’만큼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어 하는 것들로 채워진 곳이 있을까? 사고 싶었던 노트북, 나를 위로하는 책, 유년의 기억이 가득한 일기장, 즐거움을 기록한 사진, 재미있게 봤던 영화 포스터, 좋아하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편지…소소하고 깊은 여운을 가진 나만의 행복이 가득한 곳. 



그래, 나는 오늘부터 나의 사랑과 낭만, 아픔과 좌절을 오롯이 담아낸 나만의 여행지로 여행을 떠난다. 어떤가. 앞으로 한 달간, 나와 함께 진짜 ‘나’를 찾을 수 있는 여행을 떠나보지 않겠는가?





달다 달어, 내 방 여행 꿀Tip#1


1. 내 방 여행의 정석, '내 방 여행하는 법(그자비에 드 메스트르)' 가이드북 정독하기

2. 멀리 떠나야 한다는 '여행'에 대한 편견 버리기

3. 대략적인 일정 짜보기(매주 브런치를 통해 유명 관광지를 소개해드립니다)





@글쓰는 차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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