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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감성 Mar 20. 2020

EP01. 역사의 현장으로

이 시국, 가장 안전하고 저렴한 여행지 [내 방]

여행지를 처음 방문한 당신, 숙소에 짐을 풀고 나면 보통 어디를 가장 먼저 둘러보는가. 맛있는 음식을 찾아 맛집을 방문할 수도, 멋진 도시의 야경을 보기 위해 높은 전망대에 오를 수도 있다. 아니면 숙소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고 호캉스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같은 여행지라도 취향에 맞는 다양한 여행 방법이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 그 나라, 그 도시의 가장 오래된 유적지를 방문하는 것을 빼놓지 않는다. 



물론 유적지를 방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국적인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여행 왔어요'를 증명할 수 있는 포토존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멋진 포토존도 좋지만 내가 유적지를 방문하는 이유는 그 나라, 그 도시의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왜 이 음식을 먹는지, 왜 그런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를 가장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 '내 방' 여행에서도 마찬가지로 '내 방'을 가장 잘 이해하려면 내 방의 가장 오래된 유적지를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나와 '내 방'의 첫 만남은 언제였을까, 가장 오래된 기억은 무엇일까.


곳곳에 위치하고 있는 가구(침대, 책장, 옷장, 책상, 피아노) 등등을 '지형'으로 본다면, 내 방에서 가장 오래된 물건은 아마도 편지박스 이지 싶다. 직접 보여드리고 싶지만 박물관 측에서 보안과 훼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촬영을 금하고 있어 안타깝게나마 글로 설명을 드리려 한다. 

A4용지가 넉넉히 들어가는 이 편지박스에는 그동안 내가 친구들, 가족과 주고받았던 편지들, 롤링페이퍼 등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예전부터 나는 학교에서 롤링 페이퍼를 돌리면 길게 써주고 길게 받는 걸 좋아했다. 친구와 이야기하면 반 이상이 장난이었던 어린 시절, 롤링 페이퍼에서만큼은 서로의 진심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는 걸 알아서였을까.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한 어린 시절 친구들의 깨알 같은 손글씨가 알차게 담겨 있다.  



"...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길 바래"

"... 그래서 너가 쓴 소설 다음 편 언제 나와?"

"... 그나저나 과자 좀 그만 뺏어먹어"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같은 멋진 유적지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을 드린 것 같다. 하지만 '내 방'유적지 투어를 통해 이 곳에 살았던 사람이 그 시절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에 고민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내 방' 구석에 영화 티켓과 포스터들이 왜 그렇게 구겨져 있는지, 노트들은 끝까지 안 쓰고 죄다 반쯤 쓰다가 말았는지, 쓰레기통에는 과자 껍데기들이 수북한지... 이제야 어렴풋이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달다 달어, 내 방 여행 꿀Tip#2


1. 안 둘러본 곳을 먼저 찾아가보기

2. 먼지흡입을 막을 수 있는 마스크 미리 챙기기

3. 오그라드는 심장을 잡아줄 수 있는 강한 멘탈 준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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