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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감성 Apr 04. 2020

EP03.한 달 살기 끝, 귀국

가장 안전하고 저렴한 여행지 [내 방]

마치 한 여름밤의 꿈, 아니 봄날의 꿈 '춘몽'처럼 지나간 한 달이었다. 어느 달이든 그렇지 않겠냐만은 돌아보니, 여행지에서 '한 달 살기'한 이번 달은 참 빠르더라. 


'내 방 여행지'에서 내 방으로 귀국하는 길에 올랐다. 나름 이것저것 알차게 여행한 듯한데, 막상 여행지를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니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계획한 스팟을 다 돌아보지 못했다는 아쉬움, 더 열렬히(?) 쉬지 못했다는 아쉬움... 조금만 더 머물면 100%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지만, 돌아가는 날짜는 출발하는 날짜와 동시에 정해졌고 나는 여지없이 그 일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 



'아쉬울 때 그만둬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말이다. 너무 재밌어서 더 하고 싶을 때, 그만둬야 한다는 말. 아쉬움으로 끝냈을 때, 오히려 그것과의 인연을 더 오래 가져갈 수 있다고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같은 마음으로 이번 한 달간의 '내 방 여행'을 끝내려 한다. 물론 돌아가는 날짜를 연장해 더 오래 머무를 수도 있겠지만,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기로 한다. 다음에 다시 찾을 명분을 만들어놨다고 해야 할까. 봄에 찾은 '내 방'과 여름, 가을, 겨울에 찾을 '내 방'의 모습은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20대의 나와 30대, 40대의 내가 찾는 '내 방'은 또 다를 것이다. 내가 달라진 만큼, 달라진 내가 채울 방의 모습은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애초에 '내 방'을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엔 '코로나 19'라는 시국이 큰 부분을 차지하긴 했지만, 무엇보다 달라진 '나'를 찾기 위해서였다. 내가 나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문득 마주한 거울(스치는 것이 아닌), 오래된 사진, 누군가의 까마득한 선물, 영원히 한 곳을 가리키는 오래된 손목시계... 평범한 일상에서는 절대 발견할 수 없는 '나'들이다. 



많은 이들이 여행을 떠나며 하는 말 중 하나가 '진짜 나를 찾아 떠난다!'라고 한다. 일상 속 수많은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선택하며 즐길 수 있기에 하는 말이지 않을까. 만약 그런 의미라면 '내 방'은 최고의 여행지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좋은 것은 나눠야 한다고, 진짜 '나'를 찾을 수 있는 '내 방 여행지'로 여행가들을 초청하고 싶다. 멀지도 않고 돈도 들지 않는 곳,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곳, 과거와 미래의 나를 통해 현재의 나를 찾을 수 있는 곳. '내 방' 여행이었다.




@글쓰는 차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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