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지을 때

소중한 것의 이름을 짓는 방법

by 차감성



무엇이든 처음 그 이름을 정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름을 짓는다는 건, 관계의 시작을 의미하지 않을까? 나와의 관계 말이다.


소중한 것의 이름을 그냥 짓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꼬마 아이도 헝겊인형의 이름을 짓는데 밤잠을 설친다. 소중했지만 막연했던 무언가를, 특정한 이름으로 정의하는 건 꽤나 골머리를 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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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짓는데는 부르기 좋아야 한다거나, 가치가 담겨 있어야 한다거나, 보편적이어야 한다거나 등 각기 다른 기준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대상과 '어울려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마디로 그 동안 내가 대상에게 느꼈던 막연한 느낌과 가치를 하나의 단어로 정의해야 하는 일이다. 어떤 이름을 짓는가가 중요하다기보다 이름을 정하는 그 자체가 관계의 정립이기에. 새로 이름 짓는다는 건 앞으로 대상에 대한 내 다짐을 담아내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것을 사랑할수록 이름을 짓는건 어렵다. 어떻게 하면 정의할 수 없을만큼 애정하는 내 마음을 담아낼까, 또 어떻게 하면 이런 내 마음을, 이 이름을 부를 다른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을까.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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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운영하는 소셜 살롱의 이름을 다시 지어야 할 일이 생겼다. 이 모임을 기획할 때, 빨리 사람들과 만나고 싶은 마음에 1차원적으로, 직관적으로 지었다.


고민의 시간이 부족해서였을까, 모임을 운영하는 내내 이름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결국, 이제는 더 이상 이름을 바꾸지 못할 수도 있을 시점이 다가왔다. 이미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도 진 것이지만, 공식 문서상으로도 수정하기 꽤나 번거로워졌기 때문이다.


거의 한 달 넘게 고민한 것 같다. 처음 내가 왜 이 소셜 살롱을 열었을까? 왜 문화예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왜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임을 열었을까. 문장으로는 구구절절 설명할 수 있었지만 하나의 키워드로 정립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내 창의력(?)에 자책하기도 하고...애써 미뤄놓기도 했다. 고민을 할수록 본질과 멀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돌아가서, 이름을 잘 짓는 법은 무엇일까? 상투적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대상의 가치를 잘 담아내야 하고 그 가치, 본질을 상대방도 쉽게 느낄 수 있어야 할 것. 하지만 누군들 이렇게 못 말할까.


내 맘엔 드는 것 같은데 듣는 사람들은 별로라고 하니 마음이 흔들리고, 사람들이 추천하는 이름이 있지만 정작 내 마음엔 충분치 않고. 한 마디 한 마디에 흔들리니 더 죽을 맛이다. 무언가의 이름을 추천해달라는 질문들이 인터넷에 많은 걸 보니 딜레마의 연속.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그냥 내가 쓰던 이름 그대로 쓰기로 했다. 허무하다면 어쩔 수 없지...그 동안 임시적(?)으로 쓰면서 정도 들었고, 처음 짧은 시간 고민했더라도 내 모임의 가치를 가장 직관적으로 담아내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감성 와이파이'라는 이름이 좋다. 더 빠른 '감성 LTE', '감성 5G' 나오면 어떡하냐고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다행히도 이름의 의미는 속도에 있지 않다. 공유하고 나눈다는 본질에 의미를 뒀다. 감성을 공유하다, 하나의 모임으로 하여금 내 삶의 와이파이를 열 수 있다는 의미가 좋았다. 내 감정을 말하면서 나를 확고히 하는 동시에, 타인의 감성을 통해 내 감정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모임의 취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담아냈다. 그리고 모임에 참여한 누군가가 어디 카페에서 와이파이를 연결할 때, 한 번이라도 그 모임이 다시 생각나지 않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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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잘 짓는 법은 무엇일까? '잘' 이라는 의미가 '빠르게' 라면 누군가의 추천을 받기를 바란다. 인터넷을 꼼꼼히 찾아보길 바란다. 하지만 '잘'의 의미가 나와의 관계의 시작이며 본질을 담아내는 거라면, 더 나아가 그것과 함께 하고 싶은 애정 어린 마음을 담는 것이라면, 이름을 잘 짓는 법은 나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것이라고 해야겠다. 이게 맞니? 저 사람 이야기는 어때? 아니라면,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진짜 그게 본질이야? 끝까지 이 이름에 후회하지는 않겠어?



고민하는 건 힘들다. '더 하고 싶지 않다. 에이, 이 정도면 됐어'. 하지만 이전 글에서 말한 것처럼, 사랑할수록 이름 짓기란 어렵다. '이 정도'는 허락되지 않는다. 끝없는 고민의 과정은 나로 하여금 그 대상을 더 사랑하게 만든다.



언젠가 이름이 바뀔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이름을 고민하며 되뇌였던 대상의 가치를 잊을 수 있을까? 그 소중한 시간도 바뀔까? 난 아니라고 본다. 이름을 잘 짓는 법, 그것을 사랑하는 마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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