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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감성 Feb 08. 2021

2월의 편지

형, 형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

그저께 형의 소식을 듣고 이상하게 형 생각이 자꾸 나더라. 형이랑 그렇게 친하지도 않은데 말야.

형하고 친하기엔 우린 나이 차이도 많이 났고, 함께 공유할 시간도 그리 많지 않았지.

그런데도 형이 내 머리 속에서 떠나지를 않아.


이런 일을 접할 때마다 나는 내가 믿는 신 앞에서 겸손해지는 수밖에 없어. 아무리 내가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도 신이 바라지 않으면 손에서 흘러내리는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말아. 내가 아무리 그 모래알들을 주어담고 꽉 쥐어봐도 어느샌가 내 손은 텅 비어있어. 


형, 무슨 생각을 해? 

나는 형 생각을 해. 아니, 형의 삶을 생각해. 삶이란 무엇일까?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삶이란 단어가 성큼 무섭게 다가오는 건, 아무래도 끝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까? 나는 잊고 있었으나, 언제나 내 뒤에 서 있던 그것에 공포를 느껴. 그럼에도 결코 뒤로 걸을 수 없기에 나는 앞을 향할 수밖에 없어.


형, 형이 누워있는 동안에도 세상은 언제나 그렇듯 똑같이 흘러가.

형을 붙잡고 펑펑 울어도 결국 내일이 되면 눈물을 닦고 평소처럼 살아내야 할 사람들이야. 그런 세상이 너무나도 싫지만 결국 나도 언젠가 형의 아픔을 잊고 추억만 남은 세상에 익숙해지겠지. 돌고 도는 세상 속에서 나는 무엇을 잊고,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할까?


평소처럼 똑같이 지내다가도 머리가 지끈해져. 눈을 감지 않으면 마음이 너무 힘들어. 결국 이렇게나 연약한 내가 할 수 있는 건 짧은 묵상이야. 어떠한 갈구함이나 체념이 아닌 말 그대로 어둠 속에서 조용히 그대를 생각하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야. 뜻대로 하소서, 하지만 원하옵건데 내 기도를 들어주소서. 형도 기도하고 있지?


일요일 오후, 창문을 비추는 햇살이 참 따뜻하다. 올해는 봄이 일찍 올건가봐. 아빠 말로는 벌써 꽃들이 새순을 틔웠대. 그렇게 우리는 생명이 있는 땅에서, 은은히 빛나는 하늘에서 봄을 찾아가고 있어. 우리가 발견한 봄을 형에게도 실어 보낼게.

이번 봄에는 우리집 마당에서 차 한 잔 하자. 우리가 벌벌 떨었던 지난 겨울날들을 돌아보면서. 


안녕. 

다시 연락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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