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게 '일'이 되었을 때
어김없이 사업계획서를 쓰던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처음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게 좋았습니다. 모든 사람은 제한된 활동 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상의 수많은 경험을 한 번에 할 수는 없죠. 당연히 경험에 따라 시선도, 생각도, 행동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와 비슷한 활동을 하고 같은 장소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는 편안함을 느낄 순 있지만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중구난방 자유로운 의견을 던지며 진지하게 토론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런 모임을 통해서 작게는 제 글에, 크게는 제 삶 자체에 적지 않은 영감을 받아왔습니다. 일상이 단조로워지고 일종의 권태기가 왔더라도 모임에 참석만 하고 나면 마음이 청량해지고 온통 머릿속이 앞으로 뭘 해야 할까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찼죠.
이런 모임을 다양한 주제로, 계속해서 열어보고 싶어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창업은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어려웠습니다. 아니, 창업이 어려웠던 것이 아니라 창업을 준비하고 유지해나가는 것이 어렵다고 해야겠네요. 저는 모임을 기획하고 여는 것에 집중해왔는데 창업을 결심한 이후부터는 한 팀의 대표가 되어 '획기적이지만 아무나 흉내 낼 수는 없는' 수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창업캠프, 워크샵 등을 다니며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용어들과 씨름하기도 하며 적응해나갔습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제가 순수하게 좋아하던 일이 어느 순간 수익을 내야 하는 '사업'으로 여겨졌던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게끔 참여 회비를 줄였더니 숫자, 지표로는 '손해'가 되었고, 모임이 깊은 여운을 남길수록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까에 대한 고민도 깊어져 갔습니다.
'내가 사업이랑은 안 맞나? 그냥 취미로 할 걸 그랬나'... 끊임없이 고민됐죠. 수십 번 다짐하며 확신하더라도, 오히려 주위의 걱정 어린 한 마디에 무너져내리는 하루하루를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이렇게까지 스트레스 받으면서 해야 되는 일인가?' 어느새 저 스스로도 제가 가장 좋아하던 살롱, 그 일을 그야말로 '일'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많이 고민했습니다. 순간의 열정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잠시나마 깨달았죠. 누구든지 잠깐 생기는 자신감으로 일을 벌일 수 있고 그 열정으로 잠깐은 버틸 수 있을 겁니다.
차근차근 고민해본 결과, 좋아하던 일이 '일'이 되어버린 이유는 '1) 초조한 마음과 2) 스스로 있지도 않은 부담을 짊어졌기에 그렇다'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창업을 하기에 젊은 나이일 수도 있지만 또래 선후배, 친구들은 안정적인 취직 자리를 잡아가고 이제는 더 이상 부모님께 손 벌리고 싶지 않았기에 마음은 초조해졌습니다. 물론 창업에서 수익모델의 중요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여러 창업캠프, 코칭을 받으며 지나치게 수익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어느새 창업을 준비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즐거움', '보람'을 잊었던 것이죠. 스스로 의무와 책임이라는 올가미에 얽힌 결과였습니다.
한 두 달을 그렇게 앓다가 우연히 커피 한 잔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죠. '어려울 게 뭐 있어. 안 되면 다른 거 해보면 되고, 되면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되지'. 사실 쥔 것도 없이 그저 좋아서만 시작한 일이었기에, 잃을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만 들여야 할 것은 시간일 뿐인데...'어떻게든 더 좋은 길로 나아가겠지(평생의 교훈)' 라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죠.
'좋아하는 일'이 '일'이 되어버린 적이 있나요? 혹은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라는 마음이 들지는 않나요?
결국 제가 돌아간 곳은 초심이었습니다. 우울하게 생각하고 있는 그 자리에서는 절대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처음 이 일을 결정하게 된 그때, 설레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할 그때로 돌아가 나 자신에게 다시금 질문을 던져야 하죠. '왜 그 일을 시작했니?'
앞으로 감성와이파이가 나아가야 할 방향, 제 나름대로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놓았지만 그대로 흘러가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일을 계획했을 때, 그대로 진행될 때도 좋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다른 더 좋은 기회가 생겼던 경우가 훨씬 많았죠.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계획은 제가 하지만 이루는 건 제가 아니니깐요.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여러분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왜 하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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