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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가온 Feb 10. 2023

짝사랑하다, 전교 1등이 되었다.

그런데 성적보다 더 중요한 걸 얻게 되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성적이 떨어진다고?
웃기지 마, 그 고정관념 내가 깨줄게.



당신은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사랑하게 되면 어떤 생각을 갖게 되나요? 저는 한 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성적이 떨어진다]는 어른들의 말을 듣고, 그들의 고정관념을 부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생각을 가졌던 고등학교 2학년 시절에 배우게 된 부분들을 나눠보려 합니다.


때는 첫사랑에게 증오를 품음과 동시에, 교내 여자 아이들 사이에서 저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을 때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첫사랑 덕분에 학교 내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길 거란 기대감도 없었고, 심지어 좋아하는 사람을 만들지 않겠다며 혼자 가스라이팅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 마음에 들어온 사람이 생겼습니다. 그 친구는 같은 학교와 학원을 다니던 친구였는데, 학교에서 들리는 소문과는 별개로 저를 있는 그대로 봐준다고 느꼈을 때부터 마음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혼자 가스라이팅을 해왔던 저는 혹시나 그 친구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거리를 두려 했지만, 한편으론 '그 친구가 저에게 호감을 느끼게 할 만한 일을 뭐가 있을까?' 하며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 학생으로서 가장 멋있을 수 있는 게 공부라 생각했고, 앞서 말했던 어른들의 고정관념들도 떠올라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그 친구에게 공부도 알려줄 수 있었고 나름 좋은 시간들이 기억납니다. 그리곤 고등학교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때 문과에서 전교 1등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저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성적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오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지만, 그 친구와는 교제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친구는 다른 친구와 연애를 하게 되었고, 다행히 그 친구 덕분에 [높은 성적]과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 중,
지켜주고 싶은 마음의 힘은 정말 강하구나.



사랑에는 형태에 맞는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우리가 사랑이란 감정을 태어나 처음 주셨던 부모님의 사랑에는 자식들을 위해 힘든 삶 속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 필요하고, 부부 사이에서도 이 사람과 함께 잘 살기 위해 처음엔 잘 맞지 않더라도 부부관계를 지키기 위한 힘이 필요하게 됩니다.


저는 여기서 말하는 힘이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보통 이러한 마음은 연인관계에선 남성들이 여성분들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고, 여성 분이 아이를 낳아 어머니가 되었을 때, 자식을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드는 경우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누군가를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은 책임감이 따라오게 됩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책임감의 의미가 변질되거나, 사라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흔히 MZ세대들의 연애들을 보게 되면 설렘은 느끼고 싶지만, 관계에 대한 부담감과 귀찮음을 느끼고 싶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가벼운 마음으로 만날 사람들을 찾게 되고, 새로운 사랑의 형태도 생겨나고 있고요.


물론 그들만의 사랑의 형태를 비난하지 않고 존중합니다만, 제가 봤을 땐 사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보다 잃을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하고 있어 겁을 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어쩌면 더 상처를 받고 싶지 않은 여린 마음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드네요. 이런 마음이 드는 분들께 아플 수도 있지만, 조금은 생각해봤으면 하는 이야기를 끝으로 이번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여린 마음을 단단하게 할 수 있는 힘은 사람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힘을 가장 효과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연애이다. 연애는 상대방을 통해 비친 내 모습이 괜찮은 사람인지 혹은 더 발전해야 할 부분이 있는 사람인지 알아볼 수 있게 해 준다. 물론 나를 적나라하게 알아가는 과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지만, 이 세상을 견디고, 행복하기 위해선 진짜 나를 마주할 용기를 길러야 한다. 그리고 이 용기는 앞서 말한 [지키고 싶은 마음과 책임감]과 시작된다.


만약 사랑에서 오는 아픔이 두려워서 피하지만, 가벼운 만남을 통해 회피하거나, 합리화를 하는 중이라면 차라리 사랑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본다. 그건 사랑이 아닌 순간의 심장 떨림에서 오는 육체적인 쾌락일 뿐, 나를 지키기 위한 책임감을 놓는 행동이다.


처음부터 내면의 힘이 강한 사람은 없다. 모두가 넘어져보고 일어남을 반복하며, 길러낸 영광스러운 결과물이다. 일적인 능력들은 키우려 하지만, 내면적인 능력을 키우려고 하지 않는다는 건 사회적 동물인 우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능력을 버리고 시작하는 일과 같다. 그러니 두려워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그 두려움을 용기와 책임감을 길러가는 시간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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