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3,800원 인생이라 부르며 탄식하던 택시 운전자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카풀 갈등이 봉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개인택시 업계를 중심으로 승차공유 서비스인 타다 운행을 막으려는 투쟁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혁신 산업과 구 산업의 갈등이다. 갈등이 길어질수록 사회 전체의 고통은 커진다. 혁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과감한 방향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혁신은 총성 없는 전쟁이다. 혁신에 먼저 성공한 경제주체가 얻는 이익은 막대하다. 혁신은 성공 하느냐 못하느냐의 가능성 싸움이고, 누가 먼저 달성하느냐의 속도 싸움이다. 경쟁이므로 혁신의 승자와 패자는 명백히 존재한다. 패자의 몰락은 혁신보다 빠르다. 혁신적인 승차공유 서비스에 맞서 혁신 하지 못한 택시 산업의 위기가 이 명제를 증명한다. 산업과 산업의 혁신 싸움에서 패자가 생겨나고, 패배한 산업군에 속한 개인은 피해자가 된다. “혁신에 승자와 패자는 없다”는 말은 혁신의 어두운 뒷면을 덮으려는 수사에 불과하다.
그러나 혁신의 당위성은 명백하다. 혁신은 생각의 전환과 이를 뒷받침할 기술 발전이 동시에 일어나는 상황이다. 혁신은 인류의 생활을 풍족하게 하고, 더욱 편리하게 만든다. 혁신을 통해 나온 재화와 서비스는 품질이 우수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된다. 혁신은 물질문명을 풍성하게 해주는 긍정적 변화다. 끊임없이 혁신해온 세계적 기업들은 이익을 추구하며 본인들의 덩치만 부풀린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만족감 또한 높여왔다. 혁신을 통한 변화는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명백한 이익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플랫폼택시를 만들어 혁신하고 경쟁하려는 개인택시 업계의 시도 역시 타다 서비스에 대한 무조건적 반대보다 사회적으로도 더 바람직하다.
혁신 자체를 막으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 다만 혁신의 과정에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는 중재자이다. 경제 주체들의 공정한 경쟁과 혁신을 독려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와 갈등 상황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패자와 피해자에 대한 구제다. 시민들의 생존을 보장하는 일에 돈을 아껴선 안 된다. 혁신에서 뒤처진 경제 주체들의 재기를 위해 과감한 공적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 구 산업의 서비스 개선을 돕는 자금지원은 물론, 산업 구조조정의 고통비용까지 함께 분담해야 한다. 혁신에 실패하고 경쟁에서 밀려도 나라의 구성원이다. 혁신 과정에서 패자와 피해자 발생이 불가피하다면, 정부는 그들의 생존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혁신 산업으로의 전환은 막을 수 없는 시대의 거대한 흐름이다. 글로벌 경쟁 속에서 뒤처져선 안 된다. 그러나 거대한 변화는 고통을 수반한다. 패자의 두려움과, 변화의 물결을 온몸으로 막아보려는 사람들의 처절함도 이해해야 건강한 사회다. 혁신 과정에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은 필수다. 더불어 이익을 나누는 기업의 윤리의식, 패자를 배려하는 시민 사회의 동정심까지도 함께 가야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