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시는 곱등이, 사마귀 따위의 몸속에서 영양분을 뺏어 먹고 자란다. 성충이 되면 숙주의 신경계를 자극해 물가로 유인하고, 물에 빠뜨려 죽인다. 이후 죽은 숙주의 몸속을 유유히 빠져나와 알을 낳고 번식한다. 한국 사회에서도 숙주를 이용해 사익을 편취하다 숙주를 위기에 빠뜨리는 집단이 있다. 자유한국당이다.
자유한국당이 내세우는 이념적 토대는 보수주의다. 보수의 가치는 합리적이다. 헌법을 수호하고, 시장의 자유를 옹호하며, 전통과 애국을 강조한다. 건강한 보수주의는 한 사회의 뿌리를 튼튼히 만든다. 그러나 한국의 대표 보수정당과 우파 정치인들의 행태에서 보수의 가치를 더는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의 목표는 재선과 권력획득이다. 정치인의 정당한 목표다. 그러나 그 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들에겐 민생도, 정의도 뒷전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보수주의는 권력을 얻는 과정에서 기생하기 위한 숙주이자 껍데기에 불과하다. 현재 한국에서 보수주의는 ‘수구꼴통 사상’으로 변질되어 인식된다. 보수정당의 건강한 숙주였던 보수주의의 가치는 갈수록 생명력을 잃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정치행태는 보수주의의 위기이자 한국 정치 전체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막말, 혐오, 분열의 정치는 보수의 가치가 아닐뿐더러 보수의 진정한 가치를 훼손시킨다. 날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막말은 사회 전체에 혐오와 차별을 재생산한다. 혐오가 득세하고 차별이 심화될수록 사회는 분열되고 소모적 갈등은 지속된다. 좌파독재 타도라는 명분아래 개혁을 막고, 자유시장 옹호라는 명분아래 양극화를 고착시킨다. 이러한 행태에 실망한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과 불신까지 초래한다. 한국당의 정치행태는 정치를 통해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동력을 잃게 한다. 모든 피해는 결국 시민들의 몫이다.
보수의 가치가 생명력을 잃어가는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과감한 정치개혁이 필요하다. 한국당이 보수주의의 진정한 가치를 갉아먹고 사익을 편취하며 기생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 없도록 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 선거제 개편을 통해 양당제를 타파하고 다당제를 형성해야 한다. 보수의 진정한 가치를 회복시킬 대안정당의 등장이 보수 재건의 핵심이다. 건강한 가치관을 지닌 젊은 보수정당이 국회에서 자리 잡아 좌우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정치 불신과 사회 분열을 초래하는 언행을 엄중히 처벌하는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 인적 청산이 아닌 시스템 자체를 개혁해야 또 다른 기생충이 등장할 수 없다.
보수든 진보든 그 정당이 추구하는 이념적 토대 위에서 성장한다. 그 이념적 기반은 건강하고 합리적이어야 하며, 정치의 과정에서도 본질적인 가치는 훼손돼선 안 된다. 기생충은 숙주의 몸에서 기생하기도 하지만, 때론 공생하기도 한다.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이념과 정당, 나아가서 정당과 정당이 공생할 수 있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