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셀프 유배를 왔건만 유배답지 않게 모든 것이 좋다. 다만 한 가지 큰 괴로움이 있다면 매서운 모기들의 공격이다. 모기는 나의 셀프 유배를 그나마 유배스럽게 만들어준다. 유배의 의미를 모기에서 찾다니. 모기에 물린 종아리를 벅벅 긁으면서 모기에게 감사해야 하는 건가 잠시 고민한다.
제주는 바다와 산의 섬이므로 제주의 모기는 바다와 산의 모기다. 생물분류체계에 따라 과, 목, 종이나 학술명 따위를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산과 바다의 모기는 도시의 모기와 확실히 다르다. 도시 모기는 갈색 빛을 띤 길고 얇은 몸을 휘적거리며 날다가 짐승의 몸에 내려앉아 천천히 피를 빤다. 도시엔 짐승보다 인간이 흔하므로 도시 모기는 주로 인간의 피를 빤다. 도시 모기는 둔하게 날아서 손으로도 쉽게 때려잡는다. 내 팔뚝에서 신나게 피를 빨고 있는 모기를 내려치면 피가 터져 나온다. 모기의 몸에서 나의 피가 터져 나올 때 나는 조금의 쾌감을 느낀다.
제주의 모기는 도시 모기보다 더 작고 까맣다. 몸엔 하얀 줄무늬가 여러 개 있어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 흔히 삼디다스 모기라고 부르는 녀석이다. 놈은 언제나 사람들의 곁에서 날고 있지만 까맣고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소리조차 좀처럼 흘리지 않고 난다. 놈은 배경에 숨어서 날다가 사람의 몸에 내려앉아 순식간에 침을 꽂고 피를 빤다. 그 공격은 순식간이라 손을 쓸 새도 없이 피를 빨린다. 발가락, 종아리, 팔뚝, 뒷 목, 눈썹 위 등 사람 몸 어디에나 내려앉아 피를 빤다. 맨살 위에서 빨고 옷 위를 뚫고 빤다. 그 공격성은 억세고 질겨서 사람이 몸을 움직여도 아랑곳하지 않고 피를 빤다. 놈들은 살기 위해 죽을 각오를 하고 빤다.
몸이 따끔거리면 어김없이 놈이 피를 빨고 있다. 놈을 때려잡으려 손을 뻗으면 재빨리 도망가 시야 밖으로 사라진다. 도시에선 나름 모기를 잘 때려잡았는데 이곳에서는 손으로 잡은 모기가 손에 꼽을 정도다. 모기 기피제를 발라도 내 몸을 향해 끝없이 달려든다. 나는 작고 까만 모기 앞에서 자주 바보가 된다. 놈은 억세고 질기고 매섭게 덤벼들어 피를 빨고, 그 피를 통해 날고 기고 알을 낳아 바다와 산의 섬 안에서 살아남는다. 도시의 평안 속에서 살아온 나는 야생에서 생존해온 놈들에게 자주 진다.
제주는 날씨가 따뜻해 모기가 오래 산다. 한 놈이 죽어도 다른 놈들이 이어서 산다. 놈들의 삶은 개별적이자 공동체적이다. 삶과 피를 이어가면서 놈들은 제주에서 11월까지도 살아남는다. 유배 온 지 일주일 남짓이다. 내 몸엔 벌써 놈들의 흔적이 수없이 많이 생겨났다. 울긋불긋한 반점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몸 위에서 피고 진다. 오늘도 벌써 여러 번 물렸고, 내일도 여전히 많이 물릴 예정이다. 아마 내가 이곳을 떠나는 날까지 놈들은 나를 공격할 것이고 나는 계속 놈들과 싸울 테다. 수없이 이기고 지고를 반복하는 사이에 나는 어쩌면 놈들과 공존하는 법을 터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