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밤, 또는 잠들기 전의 밤. 세상은 유난히 조용하고 땅은 낮을 잊은 듯 깜깜하다. 포구의 파도는 낮의 푸르름을 잊은 채 조용히 찰방거리고 나는 그 소리 옆을 나란히 걷는다. 먼바다는 어둡고 그 위에 생업의 불빛이 반짝인다. 달과 등대는 바다를 은은하게 함께 비추며 오징어잡이 배의 귀환과 만선을 가만가만 빈다. 그 아름다운 걱정 아래 인간과 배와 생계는 반짝인다.
밤 산책의 동행들은 바다를 마주한 바위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외부의 말을 끌어다 쓰지 않고 내면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조심스레 오가는 대화 앞에서 밤바다는 따스하고 고요하다. 밤바다는 사람을 말하고 듣게 만드는 작은 힘으로 가볍고도 놀라운 대화를 이끌고, 그 바다 앞에서 동행들의 밤은 깊어간다.
포구는 생명의 장소다. 바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낮엔 배를 타고 배를 태우고 고기를 잡고 고기를 풀어주며 물 위를 달린다. 포구는 또한 정적의 장소다. 바다 사람들은 쉬기 위해 밤엔 배를 멈추고 닻과 사람을 내리고 잠을 자니 바다마저 잔잔하다. 그런 곳을 낮과 밤에 나는 자주 걷는다. 이 낮과 밤의 다른 걸음 또한 유배의 의미다.
밤의 포구를 걷다 보면 차 뒤에 널찍한 텐트를 쳐놓고 고기를 굽는 5인 가족과 그들의 개가 있고, 혼자 묵묵히 찌를 던지고 건지는 낚시꾼이 있어 그들의 대비가 밤에도 새롭다. 가족은 작고 날씬한 검은 개를 부르며 공을 던져주고 공을 물어온 개에게 구운 고기를 먹이며 웃는다. 개는 열심히 뛰어갔다가 공을 물고 돌아와 고기를 먹는다. 사람 가족의 식구인 개의 이름은 담이다.
낚시꾼은 멀찌감치 떨어져 같지만 다른 바다를 사이에 두고 낚싯대를 휘청인다. 낚시꾼은 외롭지만 외롭지 않게 고기를 기다린다. 외로움을 버리고 건져내는 반복이 낚시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 기다림이 길어 나는 물고기가 잡혀 올라오는 것을 결국 보지 못 했다. 가족과 개와 낚시꾼의 단조롭고 순한 움직임 사이에서 밤의 포구는 여전히 찰방거린다.
그 사이에 또한 걷는 내가 있어서 포구는 더욱 화목하고 심란하며 경쾌하고 복잡한, 그런 밤으로 깊어갔다. 밤이 깊어가는 것은 평생이 그러한 일이지만, 그래서 그것을 하루쯤 거스르고 싶은 것도 이해할,
포구의 밤.